시54 허튼소리ⅩⅣ<아침 햇살 속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나팔 소리 --- 일어나라, 일어나. 어둠이라는 죽음의 서곡에서 깨어나라는 단말마의 외침에 이그러지는 얼굴. 일어나야만 하는 강박강념에 더욱 더 삶의 고통을 느낀다. 한 끼의 빵을 얻기 위해 여명이 채 밝아오기 전에 일어나야 한다. --- 일어나라, 일어나. 아련히 멀어져가는 어둠의 그림자. 두 팔 걸어올리고 삶의 현장에 뛰어들자. 비록, 단꿈은 놓쳤지만 한 끼의 빵을 얻을 기회는 마련하지 않았는가. 2023. 1. 26. 안개 자욱한 비밀에 쌓인 도시. 양파 껍질을 벗기듯 하나 둘 벗겨 내려가지만 찾을 수 없는 실체.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은 어디? 무지개가 뜨지 않는 이 칙칙한 도시. 떠나자. 벗어나자. 나는 누구인가? 회색의 도시를 방황하다 자살을 택했던 무명의 시인처럼 묘연한 웃음을 띠어 본다. 정녕,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 한 줄의 글도 쓸 수 없는 아픔. 회색의 도시에서 방황하는 영혼은 트랭퀴라이저의 유혹을 받는다. 2023. 1. 26. 미풍 얼어붙은 땅위에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찬 바람이··· 초록화의 향기마저도 거부하는 거치른 땅. 말라 비틀어진 고목 하나가 신음 소리를 내고 있다. 퓨어테스의 미소가 차가운 비수로 다가설 때부터 풍요의 땅, 기쁨의 땅은 버림받은 땅, 잊혀진 땅으로 추락했다. 홀로있는 슬픔과 흔적없이 죽어가는 아픔에 계절이 바뀔 때마다 울어야 했던 고목의 몸부림. 버림받은 땅 위에 생명을 불어넣는 미풍은 정녕 찾아오지 않는 것일까? 2023. 1. 25. 가을 소묘 마지막 생을 지키려는 듯 파르르 몸을 떠는 나뭇잎의 몸부림. 따가운 햇빛 머금으며 오수에 잠긴 아기 고양이의 미소 저녁 노을은 시각의 저편에서 나그네의 지친 영혼을 어루만지고 촛불 속에 익어가는 가을 밤은 망각의 늪에서 고향을 태운다. 2023. 1. 25. 허튼소리ⅩⅢ<하루가 지나는 길목에서> 자신이 만들어 놓은 함정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발버둥친다. 현실에 대한 불평도, 만족도 없는 인식이 언제부터 자라난 것일까? 진정 하루를 산다는 것은 무엇.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끼에 만족해 하는 슬픈 족속처럼 변화없는 한 주일이 가고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흘렀다. 실없이 세월만 보내다가 황혼의 뒷편에 서서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보며 감상적인 눈물만 흘리는 당신은 대체 누구. 창공을 날으는 새의 기쁨을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채 조롱에 갖힌 새처럼 또 하루를 까먹고 있다. 2023. 1. 23. 읽어버린 전설 읽어버린 전설을 찾아 황혼 속을 걷는 나그네. 짙은 고뇌와 번민 꺼져가는 모닥불에 그을린 고통의 시간들. 상아는 전설을 아는 듯 미소짓지만 나그네는 난파되어 버린 돛단배처럼 정처없이 흘러간다. 잃어버린 전설을 찾아 어둠 속을 방황하는 나그네의 설운 발걸음. 2023. 1. 22. 눈 가을을 밀어내는 마지막 채찍이 가해지고 새로이 다가서는 겨울을 위하여 축복의 시가 쓰여진다. 텅 빈 가슴 속에 축복의 시는 달콤한 한모금의 밀주가 되어 다가서고 축복의 시는 미지의 삶에 대한 부푼 희망을 품게 하는 샴페인이 된다. 2023. 1. 22. 허튼소리Ⅻ<믿음론> 당신 앞에서 아무리 달콤한 목소리로 현혹하더라도 절대 나를 믿지 마세요. 당신 앞에서 아무리 당신만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더라도 절대 나를 믿지 마세요. 당신 앞에서 아무리 진실된 눈빛을 던지더라도 절대 나를 믿지 마세요. - 싫어요. 전 믿고 싶어요. 당신 사랑을··· 2023. 1. 21. 겨울 나그네 미친 망아지처럼 다가선 겨울, 살을 에이는 삭풍에 삶의 의미도 행복의 의미도 잊은 지 오래 얼어붙은 대지의 미소에 헐벗은 나그넨 움츠러든다. 안식처를 동경하며 허적허적 걷는 나그네의 허수아비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고 겨울은 미친 망아지처럼 날뛴다. 2023. 1. 19. 저녁 노을 수줍은 새악시 같은 아름다움. 사계절의 변화에도 결코 변하지 않는 그 웃음. 목이 길어 가녀린 꽃사슴도 사모했던 은은한 빛깔의 여왕. 낮과 밤이 다투는 시각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수줍은 새악시. 2023. 1. 19. 이전 1 2 3 4 5 6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