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54 허튼소리Ⅵ<거울앞에서> 서서히 메말라가는 인간들의 감성을, 살며시 들여다볼 때마다 오싹 소름이 돋는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위에는 타산적이고 이기적인 동물들의 거치른 울부짖음으로 가득찼다. 때론 침묵이 필요하듯이 때론 한마디 말이 매우 소중하다. 단비를 찾는 농부의 심정으로 사람들의 이그러진 감성을 촉촉히 적셔주는 학자가 되고 싶다. 2023. 1. 13. 돌 태고적부터 이어온 늙은 산의 침묵을 닮아 아무말 없나 사계의 미운 바람이 뺨을 때리고 할퀴어도 항변 한 번 없는 그 용자. 허위와 기만에 찬 세정의 풍토가 그리 보기 싫었던가. 사랑도 미움도 털어버린 듯한 덤덤한 그 자태. 웃음의 행복을 가르치려 조심스레 다가서면 비암을 본 각시처럼 화들짝 놀라는 그 형용. 2023. 1. 13. 엘리스를 찾아서 서쪽에서 해가 뜨는 나라의 아침. 밤 새며 하던 작업 모두 멈추고 꿈의 나라로 떠나는 사람들 틈에서 그림자 하나가 바삐 움직인다. 강아지가 말을 하고 물고기가 하늘을 날고 토끼가 물 속에서 잠을 자는 뒤죽박죽의 나라.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이미 또 다른 시간 여행을 떠났다는 사실에 허탈감이 밀려오는 것도 잠시뿐. 무지개를 쫓는 소년처럼 신발끈을 다시 조여맨다. 2023. 1. 13. 불새 퇴색되지 않고, 꺼지지 않으며 영원한 신비에 싸여 누구에게도 잊혀지지 않는 불새가 되고 싶다. 시한부 생명처럼 햇볕에 녹아버리는 잔설 같은 인생은 되기 싫다며 몸부림치던 숱한 시간들. 삶은 쟁취하는 것! 싸워서 이긴 자만이 그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순수한 정열로 이상을 향한 끊임없는 부딪침 속에서 불새의 전설은 영원불멸의 탑을 쌓는다. 2023. 1. 13. 허튼소리Ⅴ<낙엽 떨어지는 길목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처럼 살고 싶다던 고운 님은 떨어지는 낙엽처럼 바람에 실려 멀어져 갔네. 그리운 마음에 추억의 길 걸어보지만 세월에 묻힌 님의 미소 찾을 수 없네. 눈가에 맺힌 이슬을 눈물이라 부르기엔 흐르는 세월이 너무 야속해. 2023. 1. 12. 인생 화려했던 인생의 청사진은 구겨진 휴지처럼 바람에 뒹군다. 피라미 한 마리도 낚을 수 없는 낚싯대를 드리우고 애태우던 슬픈 몸부림의 나날들. 끝없는 욕망 끝에 얻은 것은 공허라는 추상명사뿐. 인생은, 결국 한 줌의 재로 남는 것을 무얼 그리··· 2023. 1. 12. 이별 그리고 재회 너와 나의 사랑이 찢긴 깃발처럼 펄럭일 때부터 세상은 온통 어둠 빛. 나는 쏘주라도 들이키며 아픔을 삭일 수 있지만 너는 가슴 속의 눈물로 슬픔의 덩어리를 삭이겠구나. 그 옛날 밤새며 주고받던 사랑의 세레나데가 슬픈 짐승처럼 길게 울며 지나가는 건널목. 아직, 가슴 속에 사랑의 불꽃 타고 있기에 막다른 골목에서 너를 만나는 꿈을 꾸어댄다. 2023. 1. 12. 선녀에게 드리는 편지 그 옛날 우리의 사랑을 기억하십니까? 두근대는 마음을 가누며 당신의 날개옷을 몰래 감추던 그날. 당신의 눈물을 보면서 날개옷을 감추어야 했던 나의 심정은··· 오직 당신만을 사랑하며 당신의 사랑을 받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진솔한 사랑을 외면하고 한마디 말도 없이 천상의 세계로 떠났습니다. 그 후 긴긴 세월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몇만 겁의 업을 지나 우린 다시 만났습니다. 이젠, 두 번 다시 감추었던 날개옷을 꺼내 보이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으렵니다. 2023. 1. 12. 오솔길 추억의 때가 묻은 옛날의 그 길을 다시 걸어 봅니다. 구르는 낙엽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웃음짓던 그 길이 왜 이렇게 설렁한가요. 서로가 죽도록 사랑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별을 강요당해야 했던 사랑은 아직도 아픔으로 남아 작은 슬픔의 강을 만들고 있습니다. 영원히 헤어지지 말자던 맹세는 한낱 거짓이었나요. 여전히 낙엽은 뒹구는데 당신의 모습은… 2023. 1. 9. 님의 음성 종잡을 수 없는 웅얼거림으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는 갈대의 노래가 가슴에 젖어든다. 참새를 쫓던 허수아비도 수줍어하며 경청하는 듯 붉게 물들어 있는 저녁 들판. 하루만 못 들어도 그리운 갈대의 노래는 수줍은 새악시가 고개드는 시각이면 살포시 귓가에 맴돈다. 2023. 1. 9. 이전 1 2 3 4 5 6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