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언제나/사랑은 언제나 우리 가슴에16 내 님은 선녀 불면증에 시달려 벌건 눈빛을 번득이는 도시. 난파되어 버릴 것 같은 불안감에 이리저리 채이는 영혼의 물결에 휩쓸려 길모퉁이 낡은 술집에서 '위하여'를 외치는 나의 전생은 나무꾼. 가쁜 숨을 허덕이며 게걸스런 춤을 추어대는 도시. 아침 이슬보다 더 맑은 영혼의 몸짓으로 다가와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긴긴 입맞춤을 해주는 내 님의 전생은 선녀. 화려한 무대 옷을 걸치고 아름다운 몸매를 과시하는 여배우의 몸에선 욕망과 탐욕에 절인 매캐한 석유 내음새가 나지만 해맑은 웃음으로 다가와 잠자는 나의 감성을 일깨워주는 내 님은 초록화의 향기러운 내음새가 배어 있다. 2023. 2. 3. 나비 봄의 전령은 동장군의 심술에 움츠렸던 우리네 마음을 활짝 열어주었다. 삼보에 귀의하려는 불심처럼 흥겨운 콧노래가 절로 나는 포근한 봄날의 오후. 겨우내 덕지덕지 묻었던 풍설을 털어내고 꿈에 그리던 고향 찾는 발걸음이 줄을 잇는다. 민둥아리 산들은 초록 옷깃을 펄럭이며 우리네를 반기고 꽃망울의 웃음보다 화사한 고향의 얼굴엔 사랑이 넘쳐흐른다. 2023. 1. 30. 공허(空虛) 창공을 자유로이 날으는 새들이 미치도록 부럽기만 한 하루가 마감을 고하려 한다.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낯선 생의 골짜기로 끌려가고 있다는 강박감에서 벗어나고 싶다. 가슴을 저미도록 밀려오는 고독감의 시원은 대체 무엇. 한 잔의 술로 달래기엔 너무 피폐해 버린 감정을, 추스를 수 없어 들이키는 폭주. 쉬임없이 돌아가는 땅덩어리에 맨정신으론 중심을 잡을 수가 없다. 님이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삶의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시절은 어둠에 묻혀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숨어버린 것일까? 나락의 늪으로 뛰어들지 못하는 무력감에서 헤어나고 싶다. 가슴을 타고 흐르는 눈물의 시원은 대체 무엇. 한 잔의 술로 축이기엔 너무 메말라 버린 사랑을, 지필 수 없어 들이키는 폭주. 이별은 또 하나의 시작이라 하지만 님이 없.. 2023. 1. 27. 가을 소묘 마지막 생을 지키려는 듯 파르르 몸을 떠는 나뭇잎의 몸부림. 따가운 햇빛 머금으며 오수에 잠긴 아기 고양이의 미소 저녁 노을은 시각의 저편에서 나그네의 지친 영혼을 어루만지고 촛불 속에 익어가는 가을 밤은 망각의 늪에서 고향을 태운다. 2023. 1. 25. 눈 가을을 밀어내는 마지막 채찍이 가해지고 새로이 다가서는 겨울을 위하여 축복의 시가 쓰여진다. 텅 빈 가슴 속에 축복의 시는 달콤한 한모금의 밀주가 되어 다가서고 축복의 시는 미지의 삶에 대한 부푼 희망을 품게 하는 샴페인이 된다. 2023. 1. 22. 저녁 노을 수줍은 새악시 같은 아름다움. 사계절의 변화에도 결코 변하지 않는 그 웃음. 목이 길어 가녀린 꽃사슴도 사모했던 은은한 빛깔의 여왕. 낮과 밤이 다투는 시각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수줍은 새악시. 2023. 1. 19. 봄 동장군의 거친 숨소리가 풀잎들의 합창에 밀려 대지를 떠난다. 창가에 앉아 밤하늘 별을 바라보며 어둠 밝히는 촛불 켜고 겨우내 긴긴 동면의 휴식에서 일어난다. 바람의 포근함을 일깨운 봄의 여신은 오늘도 화려한 봄을 만들기 위해 분주하다. 냇가에 앉아 상큼한 봄 소식에 귀 기울이며 세월의 풍설 씻어내고 다시 한 번 삶의 기지개를 마음껏 펴보리라. 2023. 1. 18. 하나가 된다는 것 작은 빗방울이 여울물이 되고 강물을 이루어 드디어, 바닷물이 될 때까지 많은 과정을 거치듯이 각기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하나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서로에게 이끌린다는 감정만으로 시작되는 인연의 끈을 오롯한 사랑의 감정을 승화시키고 풀어지지 않는 동아줄로 엮기 위해 자신들의 일부분을 버려가면서 수많은 시간들을 고뇌와 번민 속에서 지새워야 하는 사랑. 어떠한 감언이설에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서로의 아픈 부위를 감싸주며 각기 다른 둘이 하나가 되었다 해도 영원한 하나가 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각기 다른 둘이 영원히 하나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2023. 1. 17. 미로 양파의 껍질을 벗기듯 님의 영혼을 보고 싶은 밤. 계수나무 아래에서 옥토끼가 방아 찧고 있다는 아려한 전설을 무참히 깨어버린 과학문명도 아직은 영혼의 빛깔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양파의 껍질을 벗기듯 영혼의 빛깔이 파헤쳐진다는 것은 영원히 상상하기도 싫지만 칙칙한 안개비가 내리는 지금, 님의 영혼을 살짝 들여다보고 싶은 건··· 2023. 1. 16. 술을 마시는 이유 남자가 술을 마시는 것은 험난한 사회에 뿌리내린다는 것이 너무너무 힘들다는 자괴감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자가 술을 마시는 것은 더 이상 이별 연습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남자가 계속 술을 마시는 것은 초라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일념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자가 계속 술을 마시는 것은 아직도 타나 남은 재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2023. 1. 15. 이전 1 2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