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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35

해답 없는 인력관리 자영업 정글에 뛰어든 뒤에 가장 곤란했던 부분은 인력관리였다. 답이 없었다. 운이 따르면 좋은 사람을 만났고, 운이 따르지 않으면 그저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그나마 홀과 몰이 쪽에서는 운이 따른 편이었으나 화구 쪽에서 매년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화구쪽에서는 출발이 순조로운가 싶었으나 한 학기가 지나면서 문제가 생겼다.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25살의 젊은 처자가 6개월 만에 그만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 젊은 처자가 하기에 힘든 일이었기에 오랫동안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1년도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쉬웠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두 번째로 인연을 맺은 사람은 불혹의 중년이었다. 일 년 이상 근무할 수 있다고 해서 흔쾌히 손을 잡았으나, 그도 5개월을 채우지 못.. 2023. 3. 5.
소주 한잔의 의미 “불금이다. 한잔 하자.” "비도 오는데 곱창에 소주 한잔 할까?” “소주 한잔 먹을 수 있는 여유 한번 만들어보자.” “한잔 하자. 돈은 내가 낸다.” 가끔 친구들이 소주 한잔 하자고 연락해온다. 한걸음에 달려가고 싶지만 마음뿐이다. 몸은 가게에 매여 옴짝달싹 못한다. 나는 남들보다 앞장서서 술자리를 만드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술자리의 분위기를 좋아해서 굳이 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의 호출에 적극 호응하지 못하는 것은 먹고사는 문제 때문이다. 친구들이 소주 한잔 하자고 연락하는 시간은 대개 초저녁이다. 내가 가게를 비울 수 있는 시간은 친구들이 1차를 거하게 한 다음에 2차 내지 3차를 시작할 때쯤이다. 처음에는 친구들과의 즐거운 수다를 위해 가게 마감을 빨리 끝내고 부리나케 달려 나갔.. 2023. 3. 4.
주택관리사 자격증에 도전하다 음식점 자영업 정글에 뛰어든 사람은 하루 종일 일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 휴일도 사치로 치부되어 일 년 365일 중 360일 이상을 일하므로 틀린 말은 아니다. 평일에 가게를 오전 10시에 오픈한 뒤 오후 10시에 마감하고, 근로자들이 쉬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일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 그지없다. 음식점 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직장인보다 시간적인 여유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1박2일이나 2박3일 등 장시간의 공백을 만들어내는 것은 큰맘을 먹어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하루 24시간 중 몇 시간의 짬을 만들어내는 것은 비교적 쉽다. 사람들의 배꼽시계는 대체로 일치하여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 그리고 오후 5시부터 오후 7시까지를 하루 중 음식점이 가장 바쁜 시간대로 만든다. 이 시간은 고객 맞이에 올인해야.. 2023. 3. 3.
매출 감소는 점주 탓? “매출이 떨어지는 것은 점주가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4년차에 들어서도 매출 하향세가 멈추지 않아 고민하고 있을 때 본사에서 나온 신입 슈퍼바이저가 내뱉은 말이다. 나는 이 말을 듣고 공감하기보다는 뺨을 한 대 올려 붙이고 싶었다. 내가 개인 창업자였다면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했을 것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점주로서는 이 말에 공감하기가 힘들었다. 나는 매출 하향세는 본사의 가격정책 변화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매장은 오픈과 동시에 폭발적인 호응을 받았다. 그런데 가격 인상 이후 매출이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한 뒤 도무지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새로운 가격정책은 우리 매장에 적합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매장에는 적합하다고 여긴 본사는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본사는.. 2023. 3. 2.
부자 되세요 ‘부자 되세요.’ 이 문구는 모 카드회사의 광고 카피로 크게 유행한 후 사람들이 새해 덕담으로 가장 많이 주고받는 인사말이 됐다. 언제 들어도 거북하지 않고, 수백 번 들어도 또 듣고 싶은 덕담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부자가 누리는 풍요로운 삶은 동경의 대상이다. 부자가 되면 갖고 싶은 것을 다 가질 수 있고, 먹고 싶은 것도 다 먹을 수 있다.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세상 어디에든 다 갈 수 있는 것 또한 부자의 특권이다. 나도 한때는 그런 부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부자란 원한다고 해서 누구나 다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 또한 부자가 되고 싶지만 되지 못한 부류에 속한다. 물론 나보다 더한 악조건의 환경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와 도전정신으로.. 2023. 3. 1.
73kg에서 68kg으로 5학년 4반 1월 1일에 나의 몸무게는 73kg이었다. 자영업 정글에 발을 들여놓을 때의 몸무게가 69kg이었으니 4년 사이에 4kg이 불어난 것이다. 과체중은 몸을 많이 불편하게 했다. 피로감이 쉬 왔으며, 감기에 걸리는 등 잔병치레가 잦아졌다.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잔병치레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5학년 4반 12월 31일에는 나의 몸무게가 68kg이 됐다. 1년 사이에 5kg을 줄인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을 해냈을 때의 뿌듯함이 밀려왔다. 몸은 1월 1일보다 한결 편해졌으며,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샘솟았다. 나를 아는 모든 이들에게 마구 자랑하고 싶었다. 자영업 정글에 뛰어들면서 체중이 급격히 줄어들면 어떡하나 걱정했다. 20여 년을 책상 앞에 앉아 근무하다가 하루 종일 서서.. 2023. 2. 28.
셀프서비스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매장에는 ‘Self Service. 한스델리는 셀프서비스로 운행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판이 2군데에 걸려 있다. 어느 자리에서든 고개를 조금만 들면 안내판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안내판에 적힌 ‘운행’이라는 낱말은 한글 맞춤법상 틀린 표기다. ‘운영’으로 수정해야 옳다. 처음 안내판 제작을 의뢰할 때 ‘운영’으로 알려주었으나, 제작업체가 ‘운행’으로 잘못 표기해서 만든 후 확인하지도 않고 보내주었다. 안내판을 다시 만들까 하다가 셀프서비스로 운영되고 있다는 뜻을 전달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 것 같아 그냥 사용하기로 했다. 다행히도 6년 동안 ‘운행’이 오타임을 지적한 고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런 안내판을 제작한 이유는 손님들에게 매번 셀프서비스로 운영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에 한계가 있어서였다... 2023. 2. 27.
선녀에서 억척 아줌마로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전래민화가 있다. 그 내용은, 다들 잘 알고 계시겠지만, 요약하면 이렇다. 심성 착한 나무꾼이 사냥꾼에게 쫓기는 사슴을 구해준다. 사슴은 은혜를 갚기 위해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는 곳을 알려준다. 나무꾼은 목욕하고 있는 선녀의 날개옷을 감추어 선녀를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고 아내로 맞이하여 행복하게 잘 산다. 그러나 나무꾼은 아이 셋을 낳기 전에는 숨겨둔 날개옷을 선녀에게 보여주지 말라는 금기를 어기고, 결국 선녀는 날개옷을 입고 하늘나라로 올라가버린다. “전생에 무엇이었나요?” “선녀요.” 나는 이성과 이야기를 할 때 전생을 물어보는 버릇이 있었다. 열이면 아홉은 얼른 대답을 못 하고 오물거렸다. 그러면 나는 “나는 먼 옛날에 대감 집 자제였고, ○○씨는 나를 모시는 몸종이었는.. 2023. 2. 26.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을 정리한 목록을 버킷리스트라고 한다. 버킷리스트라는 말은 중세 시대에 자살할 때 목에 밧줄을 감고 뒤집어 놓은 양동이 위에 올라간 다음 그 양동이를 발로 차버리던 행위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같은 제목의 영화가 소개되면서 친숙해진 단어이기도 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노트에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긁적여 봤을 것이다. 단순히 긁적이는 것에 끝나지 않고 하나하나 실행하면서 지워온 사람은 하루하루 삶이 즐거워 콧노래를 부르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반면에 생활에 쫓겨 그냥저냥 살아온 사람은 짓눌린 어깨를 펴지 못하고 피폐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나는 후자에 속하는 인간이었다. 무능하고, 바보스럽고, 부끄러움도 없고.. 2023. 2. 25.
근면성, 인사성, 기억력, 창의력, 인내심 자영업 정글의 생존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둘이 경쟁하며 먹고 살기도 버거운데 셋이 뛰어들고, 넷이 뛰어드는 것이다. 심지어 한 구역에 열 명 이상이 뛰어드는 업종도 있다. 불을 향해 날아드는 불나방을 보는 것만 같아 불안하다. 이를 두고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데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 보니 앞뒤 가릴 여유가 없는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자영업 정글도 힘은 들지만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는 호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전설이 돼버린 지 이미 오래다. 어느 보고서에 따르면 생계형 자영업 창업자가 생존할 확률은 1년 후 83.8%, 3년 후 40.5%, 5년 후 29.6%에 불과하다. 10명 중 7명이 창업 5년 안에 사업을 접는다는 얘기다. 다행히도 나는 이 대.. 2023.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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