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이 떨어지는 것은 점주가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4년차에 들어서도 매출 하향세가 멈추지 않아 고민하고 있을 때 본사에서 나온 신입 슈퍼바이저가 내뱉은 말이다. 나는 이 말을 듣고 공감하기보다는 뺨을 한 대 올려 붙이고 싶었다. 내가 개인 창업자였다면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했을 것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점주로서는 이 말에 공감하기가 힘들었다. 나는 매출 하향세는 본사의 가격정책 변화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매장은 오픈과 동시에 폭발적인 호응을 받았다. 그런데 가격 인상 이후 매출이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한 뒤 도무지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새로운 가격정책은 우리 매장에 적합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매장에는 적합하다고 여긴 본사는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본사는 우리 속이야 바싹바싹 타들어가건 말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가 예전 가격으로 판매해 보겠다고 제안했을 때와 8개 품목 할인 이벤트를 실시해 보겠다고 제안했을 때 본사는 다른 매장과의 형평성을 내세우며 반대했다. 이벤트에 대한 지원은 전혀 고려하지 않으면서 다른 매장과의 형평성만 따지는 태도에 섭섭했다.
그러나 나중에는 내 노력의 부족도 매출 감소의 원인 중 하나라고 반성했다. 일본 요식업계의 전설이라 불리는 우노 다카시가 쓴 《장사의 신》이라는 책을 접하고 나서다. 《장사의 신》은 자영업 정글에서 성공하기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입지가 좋은데 가게가 잘 안 된다면 그건 노력이 부족해서다.”
“장사에는 운이 필요하지만 그 운은 스스로 당기는 거다.”
“접객이란 무조건 손님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자영업 정글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들이 넘쳐흘렀다. 본사에서 나온 신입 슈퍼바이저에게 똑같은 말을 들었을 때에는 따귀를 한 대 올려 붙이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장사의 신》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힘이 있었다. 이는 아마도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내뱉는 말과 대안을 제시하면서 가슴으로 건네는 말이 주는 차이 때문일 것이다.
《장사의 신》을 통독하고 나서 ‘우리 가게를 찾는 고객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이 뭐 없을까’ 하고 고민했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머리를 굴리다 보니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낙서공간이었다.
단체손님 좌석(96×330㎝)과 주방 경계면(90×430㎝) 사이에 넓은 벽면이 있었다. 전지를 5장만 붙이면 낙서공간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대부분의 매장은 초등학생들의 생일파티 사진을 전시해 놓는데, 우리 매장의 경우에는 대학생과 중·고등학생이 주 고객이다 보니 전시용 파티 사진이 없었다.
“선술집도 아니고 지저분하게……. 나는 반대야.”
전지를 붙여 낙서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자 전 여사는 보기 흉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전 여사의 반대에 부딪혀 계획이 잠시 중단됐지만, 주말 아르바이트생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해법을 찾아냈다. 아르바이트생은 전지 대신 포스트잇을 이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포스트잇이라면 선술집 분위기도 피할 수 있고, 젊은 층의 감각에도 더 잘 맞는다는 것이었다. 이 제안을 듣는 순간 나는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여기는 낙서공간입니다. 남기고 싶은 말을 포스트잇에 써서 붙이시면 됩니다. 문득 생각난 기막힌 이야기도 괜찮고, 사자성어나 명언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욕설이나 타인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은 사절하겠습니다.’
A4 용지에 낙서공간에 대한 안내말을 써서 붙여 놓았다. 전 여사도 포스트잇을 이용하는 낙서공간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았다. 낙서공간에 대한 호응은 예상외로 높았다. 몇 달 지나지 않아 낙서공간은 포스트잇으로 빼곡히 채워졌다. 자신이 써서 붙인 포스트잇을 다음 방문 때 확인하는 고객도 있었다.
낙서공간의 성공에 고무된 나는 내친김에 몇 가지 아이디어를 잇달아 쏟아냈다. ‘고객감동 메뉴’ 알림판, ‘토기와 거북이 메뉴’ 알림판, ‘단언컨대 고로 맛보자’ 표어, ‘끝말잇기’ 공간……. 다른 가게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아이디어들이 매출 반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혹시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머리를 쥐어짜 보았지만 더 이상 아이디어는 솟아오르지 않았다.
‘매출 감소는 점주 탓’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마음이 더 크다. 경험과 창의력이 부족하여 개인 창업이 아닌 프랜차이즈 창업을 선택한 이들에게 할 소리는 더더욱 아니라고 본다. 물론 점주의 노력이 부족한 부분이 없잖아 있겠지만, 프랜차이즈 점주가 매출 반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앞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프랜차이즈 자영업에서 매출 감소는 점주 탓보다는 본사 탓이 크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메뉴 개발 의무와 가격 결정권을 갖고 있는 본사에서 매출 감소가 점주 탓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책임 회피라고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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