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매장에는 ‘Self Service. 한스델리는 셀프서비스로 운행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판이 2군데에 걸려 있다. 어느 자리에서든 고개를 조금만 들면 안내판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안내판에 적힌 ‘운행’이라는 낱말은 한글 맞춤법상 틀린 표기다. ‘운영’으로 수정해야 옳다. 처음 안내판 제작을 의뢰할 때 ‘운영’으로 알려주었으나, 제작업체가 ‘운행’으로 잘못 표기해서 만든 후 확인하지도 않고 보내주었다. 안내판을 다시 만들까 하다가 셀프서비스로 운영되고 있다는 뜻을 전달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 것 같아 그냥 사용하기로 했다. 다행히도 6년 동안 ‘운행’이 오타임을 지적한 고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런 안내판을 제작한 이유는 손님들에게 매번 셀프서비스로 운영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에 한계가 있어서였다. 안내판을 걸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식사 후 식기를 반납하지 않는 고객이 종종 있다.
“죄송하지만, 드신 그릇 반납 좀 부탁드릴게요.”
최대한 활짝 웃는 얼굴로 말하는 것이 포인트다. 그러면 대개는 “아! 죄송해요, 깜박했습니다” 하며 식기를 반납한다. 처음에는 식기를 반납해 달라는 말을 잘 하지 못했으나 어느 순간부터는 누구보다도 환하게 웃으면서 그렇게 말할 수 있게 됐다. 애초에 가맹점 상담을 할 때 셀프서비스로 운영된다는 얘기를 듣고 걱정을 많이 했다. 대접을 받고 싶어 하는 고객의 입장을 고려하면 셀프서비스는 매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여겨졌다. ‘손님은 왕이다’라는 인식이 대세인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다소 불안한 마음으로 가게를 오픈했다.
그러나 염려와는 달리 셀프서비스에 거부감을 표시하는 고객은 거의 없었다. 아마 주 고객이 학생이었기에 그러지 않았나 싶다. 또한 저렴한 가격에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한 메뉴 구성이 셀프서비스에 대한 반감을 어느 정도 상쇄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본사의 가격정책이 학생 중심에서 직장인과 가족 단위 중심으로 바뀌면서 셀프서비스에 대해 다시 부담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우리네 정서상 낯설게 느껴지던 셀프서비스의 영역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을 비롯해 커피전문점, 맥주가게 등을 거쳐 주유소와 할인판매점까지 다양한 업종에서 셀프서비스가 시도되고 있다. 사실 고객이 이해해준다면 셀프서비스 운영은 권장할 만하다. 자영업 정글이 점점 속된 말로 ‘인건비 따먹기’ 시장으로 변해가는 상황에서 셀프서비스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안이다. 이런 이유로 셀프서비스는 자영업자의 필요에 따라 앞으로 그 범위가 더 확대될 것이다.
'자영업정글 > 자영업정글에서의 생존전략'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답 없는 인력관리 (0) | 2023.03.05 |
---|---|
매출 감소는 점주 탓? (0) | 2023.03.02 |
근면성, 인사성, 기억력, 창의력, 인내심 (0) | 2023.02.24 |
고객은 가족이며 지인이다 (2) | 2023.02.21 |
맨땅에 헤딩하다 (0) | 2023.02.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