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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정글/5학년 중늙은이의 희노애락

73kg에서 68kg으로

by 유일무이태인 2023.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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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411일에 나의 몸무게는 73kg이었다. 자영업 정글에 발을 들여놓을 때의 몸무게가 69kg이었으니 4년 사이에 4kg이 불어난 것이다. 과체중은 몸을 많이 불편하게 했다. 피로감이 쉬 왔으며, 감기에 걸리는 등 잔병치레가 잦아졌다.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잔병치레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5학년 41231일에는 나의 몸무게가 68kg이 됐다. 1년 사이에 5kg을 줄인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을 해냈을 때의 뿌듯함이 밀려왔다. 몸은 11일보다 한결 편해졌으며,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샘솟았다. 나를 아는 모든 이들에게 마구 자랑하고 싶었다.

 

자영업 정글에 뛰어들면서 체중이 급격히 줄어들면 어떡하나 걱정했다. 20여 년을 책상 앞에 앉아 근무하다가 하루 종일 서서 주방 일에 매달리게 되면 자연스레 살이 빠질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식습관의 변화로 인해 오히려 살이 쪘다. 직장생활을 할 때에는 삼시세끼를 챙겨먹는 시간이 일정했으나, 자영업 정글에 몸을 담그고부터는 점심과 저녁을 챙겨먹는 시간이 불규칙해졌다. 특히 저녁은 집에 가서 늦은 시간에 해결하는 일이 많아졌다. 이렇게 불규칙한 식사시간은 자연스럽게 체중의 변화로 이어졌다. 뱃살이 늘어나기 시작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비만해졌다.

 

한번은 전 여사의 권유로 밥 대신 고구마로 저녁을 해결해봤다. 피로회복과 노화방지, 성인병 예방의 효과가 있는 고구마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가 높다. 고구마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체중이 서서히 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쌀을 씹는 즐거움을 맛보지 못하는 점이 아쉬운데다 허기가 가시지 않아 지속하지 못했다.

 

아침 조깅에 도전한 적도 있다. 오전 720분에 일어나 820분까지 약 1시간 동안 동네를 한 바퀴 돌며 유산소 운동을 했다.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간 추운 날씨를 이겨내며 하루도 빠짐없이 달렸다. 하지만 따스한 3월에 들어서면서 중단되고 말았다. 신학기의 시작과 함께 주방 일이 바빠졌기 때문이었다. 우리 가게의 일 년 농사가 정점에 이르는 3월은 내게서 조깅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앗아갔다. 아니, 나의 나약한 의지가 알게 모르게 조깅을 부담스러워 했던 것 같다. 아무튼 그 3월 이후 내 삶에서 조깅은 사라졌다.

 

고구마 다이어트와 아침 조깅에 실패한 뒤로 몸이 다시 불어나기 시작했다. 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었으나 많이 불편했다. 우연찮게 당시 주방 일을 도와주던 친구와 다이어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 친구가 알려준 방법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100kg이 넘는 고도비만이었는데, 저녁 7시 이후에 아무것도 먹지 않는 방법으로 70kg대의 몸무게를 유지할 수 있게 됐어요. 제가 바로 산증인이니 아무 의심 하지 마시고 제가 알려드리는 대로 한번 해보세요. 저녁식사를 가게에서 해결하시고, 집에 가셔서는 밥은 물론 군것질도 하지 마시고 물만 드세요. 그러면 3개월 뒤에 그 효과를 틀림없이 보게 될 거예요.”

 

병은 자랑하라는 옛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정말 효과가 있었다. 3개월이 되기 전까지는 특별히 느끼지 못했는데 3개월이 지나면서 느낄 수 있었다. 다이어트 식품의 도움은 물론 어떤 유산소 운동도 하지 않았는데 뱃살이 들어가고 체중이 줄어들었다. 신기했다. 하지만 그 기쁨을 오래 맛보지는 못했다. 몸이 조금 편안해지자 군것질의 유혹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하루 정도는 괜찮을 거라는 생각에 손을 댄 주전부리가 다시 뱃살을 늘리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도로아미타불이 됐다.

 

그러다가 5학년 4반을 맞이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점점 짧아지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면서 새해 소원을 빌었고, 몸무게 68kg 유지하기는 그중 하나였다. 다시 저녁 단식을 시작했고, 3개월이 지나면서 뱃살이 빠졌다. 군것질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던 것은 한 번의 실패를 거울 삼은 점도 있지만 버킷리스트가 큰 역할을 했다. 그해 8월에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들면서 8번째 항목에 몸무게 68kg 유지하기를 포함시켰다. 이때 만든 버킷리스트는 유야무야 사라지는 목표가 아니라 남은 인생에서 반드시 이루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었기에 꾸준하게 실천할 수 있었다.

 

먹방의 유혹이 끊이지 않는 시대에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고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저녁식사 후 잠들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이 말로는 쉬울지 몰라도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은 분명 아니다. 일을 끝내고 집에 가면 잠들 때까지 2시간의 여유가 있다. 지금은 이 2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그렇게 적응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하나를 버려야 다른 하나를 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배우고 느낀 값진 일 년이었다.

 

아빠 뱃살이 들어가서 좋긴 한데, 가끔은 가족이 함께 모여 음식을 먹는 즐거움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

 

나의 가장 열렬한 응원자인 이쁜공주가 어느 날 이의를 제기했다. 몸무게 68kg 유지하기를 목표로 세우기 전까지는 종종 일을 끝내고 집에 와서 맛있는 음식을 시켜 함께 먹었다. 하지만 다이어트라는 미명 아래 모든 것을 뚝 끊어버린 것이었다. 이쁜공주는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누리면서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 없어진 것을 아쉬워했다. 전 여사와 곤이도 이쁜공주의 불만에 호응했다. 돌이켜 보니 다이어트라는 나만의 목표에만 집착하여 가장 소중한 것을 등한시한 것 같았다.

 

고심 끝에 해법을 찾아냈다. 매월 말일에 예전처럼 맛있는 음식을 시켜서 먹기로 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의 일탈은 몸무게 68kg을 유지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았다. 가족애도 다지고 먹는 즐거움도 누리고, 일석이조였다. 이후 이쁜공주는 나의 다이어트에 더욱 협조적이 됐다. 간혹 내 마음이 흔들려 주전부리를 하려고 하면 이쁜공주가 적극 제지해주어 위기의 순간을 극복할 수 있게 했다.

 

사람들이 건강을 지키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은 실로 다양하다. 매일 아침 조깅을 하는 사람도 있고, 매주 산을 찾는 사람도 있다. 이 밖에도 헬스, 요가, 조기축구, 수영, 사이클 등 자기만의 방식으로 건강을 지키려고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시간과 돈을 필요로 한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없다거나 자금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노력을 지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하며, 스스로 챙겨야 하는 것이다. 누가 대신 지켜주거나 챙겨주는 것이 아니다. 저녁식사 후 주전부리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은 아주 매혹적인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 방법을 실천하는 데는 별도의 시간이나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 의지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 내 몸무게가 줄어들면서 내 몸이 변모하는 데서 즐거움을 맛보고 싶다면 오늘 당장 이 방법을 시작하면 된다. 3개월 후에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으며, 1년 뒤에는 더 큰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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