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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정글/5학년 중늙은이의 희노애락

6학년 인생 도화지

by 유일무이태인 2023.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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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6학년 인생 도화지에는 어떤 그림들이 그려질까? 빨주노초파남보가 조화를 이루어 아름답게 수놓일 때도 있을 것이고, 암울한 회색빛만이 칠해질 때도 있을 것이다. 어떤 날은 맑은 하늘이 끝없이 펼쳐지고, 어떤 날은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쏟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삶의 모습이 알록달록 그려질 것이다.

 

내가 맞이할 6학년의 삶이 5학년의 삶과 겹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나의 5학년 삶은 내가 그리고자 했던 모습이 결코 아니다. 아름다운 무지개를 꿈꾸었지만 남루하기 그지없는 중늙은이의 우울한 미소만이 내게 머물렀다. 자영업 정글은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다. 벗어버려야 마땅하지만 달리 입을 옷이 없기에 마지못해 입어야 하는 옷이었다. 입고 있는 내내 거북해 하면서도 차마 다른 옷을 사겠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 참으로 힘들었다.

 

사실 음울한 5학년은 내가 만든 결과물이다.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도 부족한 판에 안이한 생각으로 터벅터벅 걷다가 사오정이 되어버려 어쩔 수 없이 뛰어든 곳이 자영업 정글이었다. 다른 길을 기웃거려 보았지만 반겨주는 곳이 없었기에 쓰린 가슴을 부여안고 뛰어든 곳이었다.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생활비와 아이들 학비 마련을 위해 일 년 365일 중 360일 이상을 일만 했다. 만약 내가 4학년 인생을 보다 더 치열하게 살았다면 5학년 인생은 형형색색 아름다웠을 것이다. 자영업 정글이 아닌 보다 화려한 세계에서 나의 능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었을 것이다. 왜 그때 나는 치열하게 살지 못했던 것일까?

 

물론 내 4학년 삶이 형편없이 불성실했던 것은 아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나는 하루하루는 매우 성실하게 살았다. 그러나 단지 그뿐이었다. 그때그때 현재에는 성실했으나 미래에 대한 준비에는 성실하지 못했던 것이다. 남은 삶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내겐 긍정의 에너지가 없었다. 물려받은 재산도, 특출한 재능도 없는 나 같은 소시민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 어쩌다 무언가를 시작해도 얼마 못 가 포기했고, 더 높은 곳을 향해 정진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라며 꿈조차 꾸지 않았다.

 

5학년이 된 직후의 삶도 4학년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 탓보다는 남 탓을 하며 패배자의 그늘에 오랫동안 갇혀 살았다. 그러다 천만다행으로 지금 나는 그 그늘에서 벗어나 풍요로운 6학년의 삶을 꿈꾸며 준비하고 있다. 1만 시간의 법칙과 버킷리스트가 내 삶의 그늘을 스스로 걷어내는 노력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6학년 인생의 도화지에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려 넣기 위해서는 5학년의 남은 삶을 헛되이 보내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4학년 인생의 전철을 밟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치열하지 않았던 삶이 가져온 좌절과 아픔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흔들릴 때마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을 것이다.

 

6학년 인생이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다소 촌스러울지라도 내가 원하는 대로 그려지는 그림이면 된다. 남에게 감동을 줄 만한 명화를 그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소박하고 거친 데생이라 할지라도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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