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이 모두 똑같다. 남들에겐 다양한 변화가 있는 휴일도 내게는 언제나 그렇고 그렇다. 이러한 자영업 정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아등바등하는 내 모습이 스스로도 안쓰럽다. 탈출구를 찾아 힘겨운 몸부림을 쳐봐야 그것도 잠시뿐, 시간이 지나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 또 하루하루를 그럭저럭 보낸다.
가진 것 하나 없고, 연줄 또한 없으며, 학벌마저 별 볼일 없는 소시민을 하루아침에 신데렐라로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이 하나 있긴 하다. 다름 아닌 로또 복권이다. 자영업 정글에 뛰어들기 전에는 로또에 목매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당첨될 확률이 거의 없는 행운에 한사코 매달리는 모습이 측은하게만 보였다. 로또에 매달릴 에너지로 자신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해서 억대 연봉자 되기에 도전하는 선택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억대 연봉자로 우뚝 서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길이 로또에 당첨되는 것보다는 실현될 확률이 높고 삶의 자세로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영업 정글에 뛰어든 뒤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언제부터인가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로또 대박을 꿈꾸기 시작했다. 로또가 나를 자영업 정글에서 탈출시켜줄 한줄기 빛으로 다가온 것이다. 로또에 당첨되는 데는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지 않다. 로또 복권은 누구나 쉽게 살 수 있으며, 그러는 데 많은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단돈 천 원만 있으면 된다. 1등에 당첨될 확률이 814만 분의 1로 매우 낮기는 하지만, 실제로 매주 1등에 당첨되는 사람이 나오고 있으니 어쩌면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꿈을 꾸게 된다.
로또 복권은 별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오직 운만으로 일확천금의 꿈을 이루게 해준다. 천 원을 투자하여 그 누구에게도 지탄받지 않으면서 합법적으로 10억대 자산가가 된다고 상상해보라. 황홀하지 않는가. 말이 쉬워 10억이지, 이자를 생각하지 않고 계산하면 한 달에 200만 원씩 41년 8개월을 저축해야 모을 수 있는 돈이다.
물론 로또의 부작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처음엔 재미로 시작했다가 로또의 구덩이에 빠져 일상생활을 소홀히 하는 이들이 있다. 로또대박 이후 돈 관리를 엉망으로 하여 패가망신한 사례가 종종 보도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로또에 인생을 걸 만큼 어리석은 나이는 아니다. 단지 가끔 아주 적은 돈으로 달콤한 꿈을 꾸는 데서 기쁨을 맛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을 뿐이다. 무료한 나날을 견뎌내기 위해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쳐보는 데 로또가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일이 발생하진 않겠지만 만에 하나, 어쩌다가, 졸지에, 예상치 못하게 로또대박이 터진다 해도 나는 전혀 놀라거나 호들갑을 떨지 않을 것이다. 담담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마치 당연한 일이 일어난 것처럼.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진 돈이라 해서 아무렇게나 펑펑 소비하며 살지 않을 것이다. 주머니 사정이 좋아져도 백수생활을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입버릇처럼 자영업 정글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일을 하지 않으면서 살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1년 365일 중 360 이상 일해야 하는 자영업 정글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적어도 일주일에 하루는 휴일을 갖고 매년 여름휴가나 겨울휴가를 떠날 수만 있다면 자영업 정글에 머물고 싶다. 상상만으로도 기쁘지 아니한가. 그리되면 전 여사의 뒤웅박 팔자 타령도 소리 없이 사라질 것이다. 와우! 정말이지 로또대박이 펑! 하고 터져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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