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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정글/5학년 중늙은이의 희노애락

일만 시간의 법칙

by 유일무이태인 2023.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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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꿀꿀하다. 아니 꿀꿀하다 못해 더럽다. 매일 기분이 좋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더러운 기분까지 맛봐야 하다니. 이런 더러운 기분은 오래간다. 정말 찝찝하다. 오매불망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 누구도 들여다봐주지 않는 깊은 나락에 빠져 옴짝달싹 못하는 느낌이다. 출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당장 먹고 살기 위해 뛰어든 자영업 정글은 고됨의 연속이었다. 쉼 없이 달려야만 했다. 너무너무 힘들어 한 번쯤 쉬고 싶어도 임차료 걱정 때문에, 관리비 걱정 때문에, 급료 걱정 때문에, 생활비 걱정 때문에, 등록금 걱정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일 년 365일 중 360일 이상을 일해야만 했다.

 

고된 나날을 보내는 대가로 그나마 현상유지라도 하며 먹고 살 수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하겠지만, 사람의 욕심이라는 것이 어디 그런가?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고 하지 않는가. 고생하는 만큼 금전적인 보상이라도 풍족하게 얻었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나에게 그런 기쁨을 허락하지 않는다. 자영업 정글에서 생존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꾸 물질적인 욕심이 솟구쳐 마음이 편치 못하다.

 

하루하루 아등바등하는 내 모습이 싫다. 내가 만들어 놓은 결과물이니 군말 없이 받아들여야지 하면서도 가끔은 그 결과물을 쪼개버리고 싶다. 남들이 받는 교육의 혜택도 똑같이 누렸는데 지천명의 나이에 바라보는 하늘은 회색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던 것일까? 그것도 모르고 그냥저냥 살아온 것은 아닌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을 건성건성 살아온 죗값을 치르는 중이라고 자책하고 있다. 매일 24시간의 12.5%3시간을 할애하여 10년간 한 분야에 몰두하면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일만 시간의 법칙을 진즉에 체득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일만 시간의 법칙을 체득한 이들의 하늘은 푸르고 쾌청한데 그것을 소홀히 한 이들의 하늘은 흐리터분하다.

 

일만 시간의 법칙을 6번 시도할 수 있는 시간을 살아왔다. 젖먹이 시절과 청소년기는 자아가 미처 완성되지 않은 때임을 감안하여 제외한다 하더라도 20, 30, 40대를 소홀히 보낸 것을 뼈저리게 후회한다. 다시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흘러간 시간에 대한 집착은 여기서 끝내야 한다는 것도 안다.

 

50대도 벌써 절반을 살아왔다. 나의 5학년은 자영업 정글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쳐온 시기다. 하늘에서 행운이 뚝 떨어지지 않는 한 이 몸부림은 앞으로도 몇 년간 더 이어질 것이다. 슬픈 현실이지만, 내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그대로 살아간다면 6학년이 되어 바라보는 하늘도 여전히 회색빛일 것이다.

 

지금 나는 하루 3시간을 나를 위해 할애할 수 있다. 일만 시간의 법칙을 늦게나마 체득할 기회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20, 30, 40대에도 하루 3시간은 할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목표를 정하고 과감히 도전하는 정신이 나한테 없었던 것 같다. 먹고사는 문제에 매달려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낸 것이다. 불행하게도 50대가 되어서도 같은 나날을 보내왔다. 그러나 이제는 바뀌고 싶다. 20, 30, 40대에 걸었던 길을 계속 답습하고 싶지 않다. 하루하루를 그냥저냥 흘려보내기를 그치고, 보다 생산적이고 보람되게 채워나가고 싶다. 흐린 하늘보다는 푸른 하늘을 바라볼 수 있도록 무언가를 하고 싶다. 뒤늦은 자각이지만 이를 소중히 지켜내고 싶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일만 시간의 법칙을 실천으로 옮길 분야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재 종사하고 있는 자영업에서 스스로 전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럴 자신이 없다. 이 분야는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해서 뛰어든 세계이고, 빨리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 곳이다. 이런 내가 이 분야의 전설이 되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금 내가 조심스럽게 노크하는 분야는 글쓰기다. 이 분야는 20대 때부터 동경했으나 금전적인 결실을 맺기가 힘들다는 생각에서 포기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간직하고 있는 꿈의 분야이기도 하다. 문학소년이나 꿀 법한 꿈을 중늙은이가 된 지금도 꾸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있다.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하고 행복감이 절로 솟구치는 것을 보면 그 꿈에 다시 한번 도전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글쓰기가 나에게 풍족한 60대를 선사하진 못하겠지만 마음의 평화를 안겨줄 거라는 확신이 든다. 글쓰기를 금전적 결실을 맺을 수 있는 방향으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다면 그야말로 임도 보고 뽕도 따는 격이 되지 않을까. 방향만 잘 잡는다면 딱히 불가능한 도전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꿩 먹고 알 먹고, 마당 쓸고 돈 줍고, 일석이조, 일거양득, 일타쌍피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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