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을 정리한 목록을 버킷리스트라고 한다. 버킷리스트라는 말은 중세 시대에 자살할 때 목에 밧줄을 감고 뒤집어 놓은 양동이 위에 올라간 다음 그 양동이를 발로 차버리던 행위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같은 제목의 영화가 소개되면서 친숙해진 단어이기도 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노트에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긁적여 봤을 것이다. 단순히 긁적이는 것에 끝나지 않고 하나하나 실행하면서 지워온 사람은 하루하루 삶이 즐거워 콧노래를 부르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반면에 생활에 쫓겨 그냥저냥 살아온 사람은 짓눌린 어깨를 펴지 못하고 피폐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나는 후자에 속하는 인간이었다. 무능하고, 바보스럽고, 부끄러움도 없고, 몰염치하고, 뻔뻔스러운 인간이었다. 혼자 잘난 척했지만 실상은 못난 인간이었다. 4학년 6반 시절에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적어만 놓고 도전하지 않아 유야무야됐다. 당시의 노트를 찾아보았지만 이사하면서 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 분실한 것 같다.
첫 번째 항목이 ‘직장에서 60세에 정년퇴직하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은 당시에 가장 간절했던 소망이었는데 이루어지지 않았다. 내가 무능하고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50여 가지 항목을 기록했는데, 첫 번째 항목을 빼고는 특별히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없다. 실행하거나 관리하지 않는 버킷리스트는 의미 없는 낙서에 불과했던 것이다.
까맣게 잊고 지냈던 버킷리스트를 5학년 4반 중늙은이가 되어 다시 새로운 내용으로 끼적거리고 있다. 이번 버킷리스트는 한낱 낙서가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 이번에는 기록으로 끝내지 않고 몸과 마음으로 실행하고자 한다.
1. 자영업 정글 관련 책 출간
2. 자영업 정글 입문자를 대상으로 강의하기
3. 노랫말 100곡 발표하기
4. 한 달에 책 2권 읽기
5. 가족사진 찍기
6. 자전거 타고 강화도 일주하기
7. 가족과 함께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기
8. 몸무게 68kg 유지하기
9. 울릉도 독도반점에서 쟁반짜장 먹기
10. 진해 벚꽃축제 가기
11. 포항 호미곶에서 새해 일출 보기
12. 제주도 둘레길 걷기
13. 로또복권 1등 당첨되기
14. 프로야구 개막전 구경하기
15. 30년 지기들과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술 마시며 웃고 떠들기
16. 30년 지기들과 캠핑 가기
17. 가족과 1박2일 캠핑 가기
18. 한국시리즈 7차전 구경하기
19. 1박2일 방콕하기
20. 9박10일 해외여행하기
이번 리스트는 비록 쉽지는 않겠지만 굳은 의지만 있다면 13번째 항목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 이루어낼 수 있는 것들로 구성했다. 13번째 항목은 소시민이라면 누구나 꿈꾸어보는 대박이기에 기록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가식이라고 생각했다. 가증스럽다고 탓하지 말길 바란다. 내 의지대로 실행할 수 없는 13번째 항목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것들을 살아생전에 다 실행한다면, 내 삶의 시작은 초라했을지라도 그 끝은 창대하노라고 감히 큰소리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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