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해로를 꿈꾸었지만 결국 사랑하던 사람과 본의 아니게 헤어져야만 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던 나무꾼의 전설을 아십니까? 감추었던 날개옷을 꺼내 보이는 우를 범하지 않았더라면 사랑의 빛깔과 행복의 빛깔이 어떠한 것인가를 처음으로 볼 수 있었던 나무꾼. 이별의 아픔에 석 달 열흘을 슬퍼하며 흘린 눈물이 작은 강을 이루었고 끝내 그 눈물의 강에 자신의 몸을 던져야 했던 나무꾼은 윤회의 바다를 건너고 환생의 숲을 지나 수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 다시 한 번 인간으로 태어났답니다.
한편 나무꾼의 진솔한 사랑을 외면하고 천상의 세계로 훌쩍 떠났던 선녀는 뒤늦게 나무꾼의 참사랑을 깨달았으며 나무꾼이 없는 천상의 생활이 아무 의미 없는 생활임을 알게 되었답니다.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선녀는 옥황상제에게 인간으로 태어나 나무꾼과 다시 한 번 인연을 맺을 수 있게 해달라고 석 달 열흘을 눈물로 호소하였답니다. 마침내 선녀도 윤회의 바다를 건너고 환생의 숲을 지나 수많은 세월이 흐른 뒤 인간으로 태어났답니다.
하지만 세상은 너무 많이 변해 있었고 그 옛날의 추억을 더듬을 만한 것이 하나 없었기에 나무꾼과 선녀는 자신들의 전생을 잠시 기억할 수 없게 되었답니다. 나무꾼과 선녀는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이 세상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 잃어버린 한쪽을 찾으려는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때론 잃어버린 한쪽을 찾으려는 것이 인생의 전부처럼 느껴질 때가 있곤 합니다. 아직 우리 앞에는 살아갈 일과 해야할 일이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는데…“
위 글은 『사랑은 언제나 우리 가슴에』라는 시집의 서문으로 썼던 ‘우리가 찾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의 내용이다. 연예인 세계를 동경하였지만 그들의 일원이 될 수 없음을 피부로 느끼면서 새로운 세계를 꿈꾸고 있었다. 이때 史오정을 자극하였던 것은 서정윤 시인의 첫 번째 시집 『홀로서기』였다. 홀로서기는 당시 베스트셀러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다.
시집도 돈이 된다는 것은 커다한 유혹이었다. 사실 모든 것을 돈으로 연결하는 것이 잘못된 사고방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복싱을 하고자 했던 것도, 연예인이 되고자 했던 것도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다. 선천적으로 낙천적인 성격을 타고나 재물이 없어도 사는 데 어려움은 없었으나 솔직히 가난은 불편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을 살리기 위해 잡지사에 취업했다. 자긍심은 부여되었으나 쥐꼬리만도 못한 월급은 생활을 어렵게 했다. 틀이 잡히지 않은 소규모 잡지사는 항시 부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으며, 종사자들은 어떠한 혜택도 기대할 수 없었다. 전 여사와 데이트하면서 함께 가고 싶은 곳도 많았고 사주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주머니 사정 때문에 그러하질 못했다. 슬펐다. 당시에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이 글쓰기였다.
잃어버린 반쪽을 찾으려는 연인들을 컨셉으로 삼았다. 소중히 간직하고자 했던 전 여사와의 사랑 이야기와 인생에 단 한 번뿐인 스물 시절의 이야기들을 다듬기 시작했다. 완성된 작품은 만족스러웠으며, 출판사와 연계되어 순조롭게 출간할 수 있었다. 『홀로서기』에 버금가는 인기를 꿈꾸었으나 한여름 밤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마음이 아팠으나 현실을 직시하기로 했다. 홀로서기는 또 이루어지지 않았다.
미흡한 작품을 어여삐 여기고 세상에 드러날 수 있도록 힘써준 출판사 사장에게 미안했다. 서로가 많은 기대를 가졌는데 결과가 너무 초라했다. 이 미안감은 한동안 가슴 깊이 새겨져 그를 괴롭혔다. 『사랑은 언제나 우리 가슴에』의 실패 이후에 그의 습작은 점점 줄어들었으며, 언제부터인가 글쓰기 자체를 회피하게 되었다. 생활의 파고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신이 없었으며, 돈이 되지 않는 글쓰기를 의식적으로 멀리했던 것이다.
“당신이 있기에 오늘 하루의 시작이 즐겁기만 합니다. 아침 이슬보다 맑은 당신의 눈동자는 힘의 원천. 당신이 있기에 시간의 흐름속에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종달새보다 아름다운 당신의 목소리는 영원의 구원. 당신이 있기에 길 잃은 철새처럼 회색빛 거리를 방황하지 않습니다. 모나리자보다 해맑은 당신의 미소는 사랑의 근원. 당신이 있기에 오늘 또 하루를 찬미하는 기도를 올립니다. 촛불보다 밝은 당신의 사랑은 생명의 시원.”
『사랑은 언제나 우리 가슴에』에 실려 있는 ‘사랑별곡1’이다. 만약 『사랑은 언제나 우리 가슴에』가 대중에게 사랑을 받았다면 그의 인생역정은 어떠한 빛깔을 띠었을까? 홀로서기 위해 부단히 도전하고 노력하였지만 매번 실패했다. 실패를 거울삼기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우를 범했다. 홀로 서고자 하였으나 진정으로 홀로 설 수 없었던 피에로는 차마 눈물을 보일 수가 없어 고개를 떨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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