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직장생활만만세/사오정의 인생 도전기

조류독감에 무너진 또 하나의 꿈

by 유일무이태인 2023. 5. 11.
728x90

홀로서기의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가능성이 엿보였기에 놓치고 싶지 않았다. 계획만 완벽하게 세워 논다면 어려움이 없을 것처럼 보였다. 일차적으로 함께 할 점주들을 찾아내야 하는데 비전 제시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예비점주들에게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심어주기 위한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들기 위해 16년간 숙성했던 업무 노하우를 모두 동원했다. 나름대로 완벽한 준비를 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맘스터치와의 만남을 우연이 아닙니다. 필연적인 이 만남을 감동으로 승화시키겠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총칼 없는 삶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했다. 아이디어를 짜내고 또 짜내었다. 맘스터치의 SWOT를 분석하고, 맘스터치 성공 세븐 전략을 세웠으며, 연간 홍보계획과 홀 매출 및 배달 매출 향상 방안들을 연구했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맘스터치 본사와 별똥지점 운영 계획을 논의하려는 시점에서 조류독감이라는 악재가 터졌다.

 

모든 치킨점들이 울상이었다. 조류독감이 우리 나라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해도 고객들은 일단 등을 돌리는 판이었다. 신규 오픈은 뒷전이었고, 기존점 사수하기에도 벅찬 실정이었다. 맘스터치 별똥지사에 대해 언급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지 않았다. 답답했다. 치킨점에 있어 조류독감은 핵폭탄이었다.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도 진솔한 파트너십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100일 동안 공들였던 노력이 조류독감이라는 폭탄에 의해 산산 조각났다. 홀로서기의 꿈은 또 무참히 깨져버렸다.

 

맘스터치와의 인연은 석우회에서 시작됐다. 같은 부서에서 동고동락하던 OBYB의 모임으로 2년간 초대회장을 역임하면서 기반을 다져놓았었다. 영원한 YB를 꿈꾸었지만 OB멤버가 되어 첫 번째 참석한 날이었다. 신출내기 시절 이적한 동료가 치킨점 프랜차이즈 사업본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맘스터치 별똥점을 오픈하려고 하는데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 시험이 1개월 앞으로 다가와 있었기에 확답을 하지 않았다.

 

전 여사는 오정의 재취업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으나, 취업이 늦어지자 초조해하고 있었다.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 회사를 다니고 있던 그녀는 자신의 봉급으로는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믿을 만한 사람에게 프랜차이즈 치킨점을 소개 받자 적극적으로 나섰다. 당시 처남이 회사를 그만 두고 장사를 해보겠다며 자금 지원을 요청하던 때였기에 함께 운영하기로 했다. 주식을 팔고, 청약예금을 찾고, 마이너스 통장을 활용하여 자금을 마련했다. 맘스터치의 별똥점 오픈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오정은 공인중개사 시험이 끝나고 합격자 발표가 나는 2개월간 매장 일을 도와주기로 했다. 가장 힘든 일을 맡아서 했다. 전단지 작업과 배달 업무였다. 전단지 작업은 체력과 인내를 요구했다. 하루에 5시간 이상을 걸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층 아파트보다 저층 아파트가 더 힘들었다. 처음에는 체력이 딸려 피오줌을 쌀 정도였다.

 

그래도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견딜 만했다. 먹고 살기 위한 몸부림에 초를 치는 인간들을 상대할 때는 정말 정신적으로 피곤했다. 하지만 그런 인간들과 일일이 쌍심지를 돋울 수는 없었고, 전단지 작업은 이어졌다. ‘도둑질하는 것도 아니고 먹고 살자고 전단지 한번 붙이는 것 가지고 해도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외침을 가슴에 안고 다녔다.

 

배달업무는 전단지 작업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바람을 타고 날아가서 차별화된 맛을 전달하는 것을 즐겁게 받아들였다. 스피드와 시원함이 있는 오토바이는 자전거나 승용차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타보는 오토바이였다. 한적한 공원에 가서 일주일 동안 연습했다. 처음엔 두려웠지만 차츰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삶을 헤쳐 나가야 한다는 절대명제 앞에서 오토바이는 두려움보다는 친근함으로 다가섰다.

 

당초 2개월만 계획했던 전단지 작업과 배달 업무를 별똥지사 검토로 반년 동안 했다. 자영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이 수반되어야 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 시기는 인생에 있어 가장 힘든 시기였으며,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을 맛보았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삶에 많은 도움이 될 소중할 경험이었다. 삶을 살아감에 있어 나태해지려 할 때마다 들여다보며 마음을 다질 수 있도록 인생의 앨범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