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열여덟 번째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18년 전 오늘 아빠는 너를 보내주신 삼신할머니께 감사의 큰 절을 올렸단다. 너는 우리 집 보물 제1호로서 어떤 보물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란다. 너의 탄생은 아빠에겐 가장 큰 행복이었으며, 기쁨 그 자체였단다. 표현하는 것이 쑥스러워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들려주지 못한 것 같은데 정말 너를 사랑한단다. 18년 동안 큰 탈 없이 잘 자라준 네가 대견스럽구나.
요즘 수능이라는 관문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을 알고 있단다. 하지만 누구나가 한번쯤은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하고 생각한다. 아빠야 사이비로 그 통과의례를 건넜지만 너는 정통으로 건너고 있어 아빠의 그 시절보단 힘이 덜 들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하지만 어차피 겪어야 하는 것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인생의 모든 일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긍정적인 결과를 아웃풋 한다는 것을 인지하기 바란다. 조금 힘들더라도 웃음을 잃지 말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정진하는 아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들이 예술적인 재능이나 스포츠 선수로 대성할 자질을 지니고 있다면 다소 공부를 소홀히 해도 되겠지만 솔직히 네 자신도 너에게 그러한 재능이나 자질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들의 능력을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불평은 하지 말길 바란다. 아빠도 아들에게 남과 다른 독특한 유전인자를 물려주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단다. 남과 차별화된 능력을 지니고 있지 못한 사람이 승자의 길을 걸을 수 있는 방법은 꾸준한 노력밖에 없단다. 현재 아들의 신분이 학생인 만큼 일단은 공부를 꾸준히 하였으면 한다. 지금 아들에게 가장 열정적으로 해야 할 일이 공부 이외에 다른 것이 있다면 말해 주길 바란다. 그것이 타당하다면 공부만 하라는 말을 수정할 용의도 있다.
이러한 이야기는 서로 마주 앉아 해야 하는데 그런 자리를 마련하지 못해 섭섭하구나. 사실 학생에게 공부하라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잔소리로 비추어질까봐 조심하는 면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아빠도 아들과 동일한 시기에 주변에서 공부 공부하면 잔소리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더욱 조심하고 있단다. 기회가 된다면 호프집에서 생맥주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하고 싶다만 엄마의 예리한 눈을 피하기가 쉽지 않아 어려울 듯싶구나. 아쉽지만 호프집은 아들이 대학생이 된 다음에 자보기로 하자꾸나.
아들아! 아빠로서 아들이 꿈꾸는 미래의 직업이 무엇인지 사뭇 궁금하구나. 열여덟의 나이면 장래에 자신이 어떠한 직업에 종사할 지를 결정할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지켜본 바로는 아직 미래의 직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그려보지 않은 것 같더구나. 직업의 종류는 시대의 변천과 함께 그 종류도 다양화, 전문화, 세분화되고 있지만 크게 전문직, 기술직, 사무직, 기능직, 단순노무직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단다. 아빠 생각으로는 아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고려할 때 전문직을 선택하는 것이 적합할 것 같은데 너의 생각은 어떠한지 모르겠다.
전문직도 과학, 공학, 경제로 구분되고 과학은 다시 의학, 생물학, 수리과학, 물리, 화학 등으로 분류되는데 의학 분야의 전문직이 아들과 궁합이 맞을 것이라 생각되는구나. 하지만 이것은 아빠의 생각이고 강요하고자 하는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단다. 어떠한 직업이든 아빠가 대신해 줄 수는 없으며, 아들이 몸으로 마음으로 부딪쳐야 하는 것이니 최종 결정은 아들의 몫이라 생각한다. 다만 한 평생 즐거운 마음으로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직업을 찾아냈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바람이란다. 가급적 빨리 결정하는 것이 본인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고 결정되면 아빠에게 반드시 알려주기 바란다.
솔직히 아빠는 직업과 관련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단다. 아빠가 못났기에 받은 스트레스니만큼 감수하고 살았지만 아빠가 겪었던 스트레스를 아들은 받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첫 단추를 잘 끼웠어야 했는데 그게 잘못됐던 것 같다. 고등학교의 공고 진학과 대학의 국문과 선택은 전적으로 아빠의 결정이었단다. 인생에 대해 특별히 아는 것이 없던 시절에 철없이 선택한 악수라고 생각한다. 적성에 맞지 않는 공고는 가장 찬란해야 할 시기를 방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들었으며, 국문과는 정신은 살찌워주었지만 경제적인 빈곤에서 헤쳐 나오는 방법을 제시해 주진 않았단다. 만약 그 당시 누군가가 옆에서 조언을 해주고 그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면…
아들아! ‘폼생폼사’라고 모두가 폼 나는 직업에 종사하고 싶어 하지만 누구난 폼 나는 직업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란다. 적어도 폼나는 직업을 가지려는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노력한 사람만이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란다. 계획도 없고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데 폼 나는 직업이 자발적으로 와서 안기리라는 생각은 하지 말기 바란다. 아빠는 아들이 폼 나는 직업에 종사하며 폼 나게 사는 것을 보고 싶단다. 비록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더라도 굴하지 말고 이겨내기 바란다. 시련이 크면 클수록 돌아오는 기쁨은 배가된다는 진리를 각인하며 살기 바란다.
아들아!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필연적으로 넘어서야 할 관문들이 있단다. 대입 수능 관문은 첫 번째 만나는 난관 임에 틀림없다만 두려워 피하기보다는 정면 돌파하기 바란다. 관문을 넘을 때마다 파워가 업그레이드되는 드래곤볼의 손오공처럼 아들도 매번 난관을 극복하면서 전보다 강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손오공이 자신보다 강한 적을 만나더라도 결코 주눅들어하지 않고 도전하는 용기를 보여주었듯이 아들도 부단한 자기혁신을 통해 인생의 관문들을 슬기롭게 통과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들아! 파이팅!! 정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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