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꼬이고 꼬인 실타래가 술술 풀릴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사는 게 힘들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다. 석기산업에서 원치 않는 퇴출 후 탈출구로 생각한 공인중개서였다. 코피 터지게 공부했던 대학 입시 3개월의 노력 못지않게 집중했다. 그토록 원하던 자격증을 취득하였으나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 서글픔에 목이 메었으나 차마 울 수 없었다.
공인중개사에 대해 처음으로 관심을 가진 것은 석기산업에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 평생직장으로 생각한 회사이며 정년까지 근무하겠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주위 동료들도 석기산업에 몸을 묻을 친구로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반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매일 똑같은 일상에 대해 약간은 짜증내고 회의감에 젖어 있을 때도 있었다. 마흔이 넘으면서 정년 후의 모습을 그리다가 자격증을 하나 취득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공인중개사 공부였다.
1차 시험은 부동산학개론과 민법이며, 2차 시험은 중개업 법령 및 중개실무, 부동산 공시법 및 관련 세법, 부동산 공법이다. 전문학원에 등록하여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었으나 퇴근시간과 학원시간을 맞출 수가 없어 포기하고 독학하기로 했다. 1차를 먼저 준비하겠다는 생각으로 부동산학개론 책을 구입했다. 대학 졸업 후 16년이 지난 후에 넘기는 책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올 리 없었다. 생각한 것보다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처음엔 퇴근 후에 공부를 했다. 하지만 불규칙한 퇴근시간과 파김치가 된 몸으로 공부한다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몇 장만 넘기면 졸음이 다가왔으며, 바보상자의 유혹 때문에 집중이 되지 않는 것도 문제였다. 이래저래 진도는 제 자리 걸음이었다. 해결책으로 새벽에 일어나 공부하기로 했다. 팀원의 도움으로 공인중개사 EBS 특강 자료를 구했으나,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으며, 특강 내용이 피부로 와 닿지 않다보니 이해력이 떨어졌다. 혼자 하는 공부의 한계를 느꼈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와중에 팀원들도 자격증을 하나 정도 따려고 하는 것을 알았다. 일부 팀원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독학을 한 적이 있었다. 사적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팀원들에게 자격증 공부를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모두가 찬성했다. 우선 부동산학개론을 정복하기로 약속했다. 한 사람씩 매주 일정범위를 공부하고 자료를 발표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史오정은 모범을 보이기 위해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섰다. 독학할 때보다 진도가 잘 나가는 듯 보였으나 아쉽게도 지속되지 않았다. 공적인 업무 관계와 사적인 일들 때문에 정해진 숙제를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처음 약속과는 달리 흐지부지 되었다.
부동산학개론 하나 정복하지 못하고 ‘공중정복TFT'는 유야무야 깨지고 말았다. 누구의 잘잘못을 논할 수는 없었다. 모두가 자격증을 반드시 따겠다는 절실함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 아니었기에 우선 순위에서 밀린 것이다. 다시 독학을 하기로 했다. 진도가 빠르게 나가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조급해 하지 않았다. 시간적 여유가 많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여유는 오래가지 않았다. 자격증에 목을 걸어야 할 상황이 발생된 것이었다. 준비되지 않은 퇴출은 주체할 수 없는 당혹감을 주었다.
늦은 나이의 퇴출이라 쉽사리 직장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차선책으로 생각한 것이 공인중개사 자격증이었다. 아침 일찍 사립 도서관을 찾아갔다. 모든 것을 올인 하듯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시험장을 찾았다. 난감했다. 문제가 너무 어려웠다. 시간 내에 도저히 문제를 풀 수 없었다. 고시보다 어렵다는 평가였다. 1차 시험마저 합격하지 못했다. 앞이 캄캄했다.
이 기간에 아는 사람의 소개로 면접을 볼 수 있었다. 약간의 희망을 가지고 결과를 기다렸으나 끝내 연락을 받지 못했다. 절망적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할 즈음에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문제가 예년보다 어렵게 출제되어 수험생들의 항의가 잇따랐으며, 결국 재시험이 공고됐다. 6개월의 시간이 더 주어졌다. 다시 시립 도서관을 찾았으며,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전문 학원에 등록했다. 독학으로 할 때는 이해되지 않던 부분들이 쉽게 이해됐다. 별 어려움 없이 재시험에 합격했다.
새로운 길이 열릴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의 문은 견고했다. 무자격자들이 기초 생활비도 되지 않는 금액을 제시한다는 것을 피부로 알기 전까지만 해도 1년간 즐거운 마음으로 필드에서 경험을 쌓고 독립하고자 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엉뚱한 놈이 챙기는 세계였다. 결국 필드의 경험 쌓기를 포기하고 홀로서기 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좋은 자리 선점을 위해 발품을 파고, 사무실 운영 계획 및 성공전략을 구상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러나 자금 마련이 문제였다. 치킨점에 자금을 투자한 상태였기에 자금을 융통하기가 어려웠다. 동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 하였으나 그것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해결책이 보이지 않았다. 어렵게 자격증은 취득했으나 홀로서기는 여전히 요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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