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인원은 3명으로 시작할 계획이었다. 가맹점 교육을 받기 전에 방문한 중앙대점과 한양대점에서 음식을 셋팅하는 사람 1명과 음식을 조리하는 사람 2명만 있으면 주방을 운영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고 조언해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리 교육을 받을 때 교육담당자는 무경험자 3명이 주방을 맡으면 다소 힘들 것이라며, 빠듯한 인원으로 시작하는 것보다 여유 있게 시작하는 게 좋으니 1명을 더 충원하라고 권했다.
고민 끝에 1명을 더 뽑기로 했다. 자리가 잡힐 때까지 4명으로 운영하다가 나중에 안정이 되는 것을 보아가며 신축적으로 인원을 조정하자는 쪽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벼룩시장에 구인광고를 내고, 가게 출입문에 모집공고를 붙이고, 교육담당자와 슈퍼바이저에게도 좋은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장사 운이 따르려는지 마음고생을 할 겨를도 없이 적임자를 만났다. 우리보다 2개월 먼저 문을 연 가맹점에서 매장 오픈을 경험한 친구를 슈퍼바이저가 소개해주었다. 그 친구는 25살의 젊은 처자였는데 매장과 조금 먼 곳에 살고 있어서 퇴근시간을 밤 8시로 해달라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우린 그저 감지덕지했다.
홀 근무 인원은 처음에는 아르바이트생 1명으로 시작하려고 했다. 셀프서비스로 운영되는 매장이라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을 거라 여겼다. 중앙대점과 한양대점도 1명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우리가 조리 교육을 받은 가맹점에서도 1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리 교육을 받을 때 오픈을 준비하는 다른 가맹점들이 홀 인원으로 4명을 교육시키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매출이 웬만큼 나오는 매장의 경우 홀 근무자가 오전에 2명, 오후에 2명은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참으로 무모했던 것 같다. 다른 가맹점들은 조리 교육을 받을 때부터 홀 인원을 철저히 교육시킨 데 반해 우리는 곤이만을 이틀간 실시되는 교육에 참석시켰다. 곤이에게 교육을 받게 한 것은 아르바이트생이 갑작스레 근무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 곤이를 투입해 공백을 메워보자는 생각에서였다. 교육담당자는 이런 우리를 이해하지 못했으며, 그렇게 해서는 우리 매장의 홀 관리가 취약할 것이라고 교육기간 내내 걱정해 주었다.
아무튼 우리는 오픈과 동시에 아르바이트생을 선발했으며, 곤이가 2월 한 달 동안 함께 일하면서 그들을 교육시켰다. 홀 인원은 애초 계획했던 1명이 아니라 오전 2명, 오후 2명으로 변경했다. 슈퍼바이저의 조언도 있었고, 무엇보다 ‘오픈빨’ 덕분에 고객의 호응이 좋았기 때문이다.
“주방이 안정되면 주인은 홀로 나와야 합니다.”
조리 교육을 할 때 교육책임자가 강조한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주인이 홀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가게에 대한 고객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주방이 아니라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보이는 홀이므로 직원보다는 주인이 홀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고객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관찰하고 그 내용을 주방에 피드백 하는 역할에도 주인이 가장 적합하다고 했다.
주방에서 제일 빨리 적응한 사람은 전 여사였다. 평소 낯가림을 하는 전 여사는 조리 교육을 받는 동안 상당히 불편해 했다. 하지만 가게를 열고 본 게임에 들어서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훨훨 날았다. 아마도 자기가 직접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서고 보니 마음을 다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리라. 불과 한 달 만에 1년 이상 일한 사람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었다. 슈퍼바이저도 감탄할 정도였다.
2월 한 달을 보내는 동안 우리는 제법 손발이 맞춰졌다. 3월 개강과 함께 고객들로부터 받은 호응은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폭발적이었다. 자리가 부족하여 손님이 돌아가는 일이 발생할 정도였다. ‘대박 매장이란 게 바로 이런 거구나’ 하는 기분을 흠뻑 맛보았다.
홀은 주인이 지켜야 한다는 논리를 따르기 위해 전 여사가 하던 음식 셋팅을 대신 해줄 사람을 찾기로 했다. 이때도 운이 따르려는지 금방 적임자를 만났다. 벼룩시장에 광고를 게재하자마자 연락이 왔다. 지원자는 가게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살고 있는 주부로, 결혼하기 전에 경양식집에서 주방 일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과 6살짜리 자녀를 돌봐야 한다고 해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하는 조건으로 인연을 맺었다.
전 여사는 홀 업무를 일주일간 해보고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홀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나왔지만 주방 일을 쉽게 내려놓지 못했다. 야채찹을 만들고, 사이드 메뉴 재료를 준비하고, 설거지와 음식 셋팅을 도와야 하는 등 전 여사의 손이 필요한 주방 일이 매우 많았다. 매장이 바쁜 오전 시간에 주방 일을 돕고, 고객의 방문이 뜸한 낮 시간에 홀을 지키다가, 오후 7시가 넘으면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홀에만 애정을 기울이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홀은 주인이 지켜야 한다는 논리를 우리는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처음에는 가게를 최소인원인 4명으로 운영해보려고 했으나, 오픈 첫해에 주말 아르바이트생 2명을 포함하여 총 11명의 대인원이 함께 일했다. 오후 아르바이트생과 주말 아르바이트생을 제외해도 계획했던 인원보다 5명이 더 많았다. 그 뒤로 인원을 줄여나갔다. 매장이 가장 바쁜 3월을 기준으로 할 때 2년차에 9명, 3년차와 4년차에 각각 7명, 5년차에 6명, 6년차에 5명으로 인원이 점점 줄어들었다.
11명의 축구팀 인원이 5명의 풋살팀 인원으로 감소된 것은 2년차부터 매출이 하향세를 걷기 시작한 탓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전 여사와 내가 업무영역을 넓혔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주방 업무뿐 아니라 홀 업무도 완전히 익혔다. 특히 전 여사는 화구를 다루는 일까지 손에 익혀 전체 인원을 줄이는 데 한몫을 단단히 했다.
시간이 흐른 뒤에 되돌아보니, 보다 더 적은 인원으로 매장을 운영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년차부터 4년차까지는 6명으로, 5년차부터는 5명으로 매장을 운영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 그랬다면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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