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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정글/5학년 중늙은이의 고군분투

개인 창업으로 전환할까?

by 유일무이태인 2023.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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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갈림길을 만난다. 갈림길 너머는 미지의 세계다.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기 때문에 매번 선택에 앞서 고민에 빠진다. 엎질러진 물을 되담을 수 없듯이 한번 선택한 길 역시 되돌릴 수 없다. 그저 먼 훗날에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할 뿐이다. 자영업 정글에 뛰어들면 개인 창업과 프랜차이즈 창업의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양쪽 길을 다 걸어가다가 탄탄대로임이 확인되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것은 어려운 일이다.

 

갈림길에서 일생일대의 승부수를 던진다고 생각하는 이라면 개인 창업의 길로 가야 할 것이고, 안정을 바탕으로 현상유지를 원하는 이라면 프랜차이즈 창업의 길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개인 창업의 경우 초기 투자비가 상대적으로 적고 수익률이 높기는 하지만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다. 오랜 기간 철저히 준비해야 함은 물론 확실한 아이템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야만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백이면 백이 패배의 쓴맛을 보게 된다는 것이 창업계의 정설이다. 따라서 초보자라면 개인 창업보다는 어느 정도 검증된 프랜차이즈 창업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이 실패의 확률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내가 프랜차이즈 창업의 길로 들어선 것은 그 길이 내게 최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 당시에 내가 어쭙잖게 인생의 승부를 내겠다며 개인 창업의 길로 갔다면 아마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주저앉았을 것이다. 직접 경험해본 자영업 정글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치열한 전쟁터였다.

 

창업을 시작할 무렵 나는 목표를 높게 세우지 않았다. 인생역전의 꿈보다는 오직 하나, 곤이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빚만 지지 말자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었다. 혹여 학자금 대출 등을 이용해 곤이를 채무자로 졸업하게 하는 것은 곤이에게 가혹한 형벌을 지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어떠한 빚도 지지 않고 곤이를 졸업시킬 수 있었다.

 

자영업 정글에 어느 정도 적응했을 때에 프랜차이즈의 한계를 느끼면서 마음이 크게 흔들린 적이 있다. 자영업 정글에 뛰어들고 5년차를 준비하던 시점이었다.

 

저가 메뉴를 원하는 매장이 40%, 고가 메뉴를 원하는 매장이 60%입니다. 본사 입장에서도 저가 메뉴보다는 고가 메뉴가 수익성이 더 좋기 때문에 메뉴 개발을 고가 메뉴 쪽으로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가 메뉴만 개발되는 것이 답답하여 본사를 찾아가 저가 메뉴를 개발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 들은 답변이다. 본사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60%의 매장에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다는 논리에 그냥 입이 다물어지고 말았다. 40%의 매장에 대한 배려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본사의 경제논리에 큰 실망을 느꼈다. 본사에서 추구하는 가격정책과 우리 매장의 콘셉트 사이에 커다란 갭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한동안 갈등에 빠졌다. 매출은 계속 제자리걸음이었고 특별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번뇌의 시간이 많아졌다.

 

이 시기에 새로운 길에 대한 동경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자영업 정글에서 어느 정도 경험을 쌓았고 아이템과 노하우도 갖추게 됐다는 자신감이 생기니 개인 창업으로 전환하여 인생의 승부를 걸어볼까 하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과감하게 내지르지는 못했다.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벽에 부딪혔는데, 그 벽을 극복하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첫 번째 벽은 식재료 조달의 어려움이었다. 한스델리와 똑같은 메뉴를 유지하되 가격을 적절히 조정하면 오픈 첫해의 영광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일부 메뉴의 식재료는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골라먹는 재미를 느낄 만큼 다양한 메뉴를 구비할 정도로 식재료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메뉴 자체를 새로이 연구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했다.

 

두 번째 벽은 신메뉴 개발이었다. 설령 광범위한 식재료 조달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신메뉴 개발이라는 더 높은 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종된 메뉴들을 활용하면 될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좀 더 세밀하게 검토해 보니 그것이 생각처럼 단순한 게 아니었다. 메뉴가 단종되는 이유는 대개 고객들의 외면에 있는데 그것을 부활시키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이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세 번째 벽은 전 여사의 반대였다. “이참에 개인 창업으로 전환해 보는 건 어떨까?” 하고 조심스럽게 물었을 때 전 여사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반대했다. 매장을 새로 꾸미는 데 드는 비용은 어떻게 조달할 것이며, 신메뉴 개발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꼬집어 물었다. 그리고 개인 창업으로 전환하면 일반 밥집으로 전락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요즘 고객들은 동네 밥집보다는 프랜차이즈 전문점을 선호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렇듯 전 여사는 개인 창업은 꿈도 꾸지 말라고 못 박았다.

 

솔직히 나도 본사의 가격정책에 대한 반발심 때문에 개인 창업으로의 전환을 고려해 보긴 했지만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작정 시작할 만큼 어리석은 나이는 아니었다. 이것저것 여러모로 따져 보았지만 당장 시작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기에 일단 한 발 뒤로 물러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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