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 교육이라는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런대로 견딜 만했다. 오픈까지 주어진 기간은 금, 토, 일 3일이었다. 이 3일간이 1차 관문 못지않게 중요한 시간임에 틀림없었다. 짧다면 짧은 그 시간 동안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신청하는 일도 해야 했고, 주방 화구 전면에 부착할 메뉴 레시피도 만들어야 했다. 주방과 홀을 정돈하고 초도물품을 받아 보관해야 했으며, 본사에서 지원하지 않는 야채 종류 등을 구입하여 다듬어 놓아야 했다. 이래저래 몸과 마음이 바빴다.
그런데 쳇바퀴처럼 규칙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멈추어버렸다. 조리 교육이 끝나기 전에 마감된다던 인테리어 작업이 늦어지고 있었다. ‘빌어먹을’이라는 험한 말이 툭 튀어나올 정도였다. 본사에 대한 믿음이 또 한 번 깨지는 순간이었다. 인테리어 작업은 토요일 오후 늦게야 완료됐다. 먼지가 뿌옇게 쌓인 홀을 청소해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오픈 매장 청소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찾아왔다. 비용 지출이 부담스러웠으나 방법이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홀 청소를 그 전문가에게 맡기고, 우리는 마무리 작업에 신경을 기울였다.
일요일 밤에 초조와 긴장으로 인해 잠들지 못하고 있는 나와 마주 앉았다. 조금 잘난 나는 ‘모든 것이 잘 될 거야’라며 자신을 세뇌하고 있는데, 조금 못난 나는 ‘잘 안 되면 어떻게 하지’라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맛과 질로 승부하는 전문요릿집과 달리 입지와 가격으로 승부하는 일반음식점의 경우에는 오픈하고 3개월 정도면 흥망성쇠를 알 수 있다고 했다. 3개월 동안 고객들의 사랑을 받으면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꾸준히 사랑을 받게 되지만, 3개월 동안 고객들에게 외면당한다면 문제가 많은 것인데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련을 버리고 전업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다. 가급적 전자의 음식점이 되게 해달라고 기원하며 꿈나라로 들어갔다.
와우, 대박! 대박이다!
비수기라는 방학 중에 오픈하는 것이라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3월 개학 시즌을 목표로 2월 한 달은 연습하는 기간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고객들의 반응이 좋았다. 일명 ‘오픈빨’이라 해도 기분이 너무 좋아 입이 귀에 걸릴 정도였다. 매일매일 이런 날이 계속되게 해달라고 두 손 모아 빌었다.
조리 교육에서 부족했던 부분은 본사에서 파견한 슈퍼바이저가 3일간 상주하면서 채워 주었다. 조리의 ABC를 하나하나 실연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고, 중요한 포인트들도 하나하나 찍어주었다. 이 3일간의 보충 교육이 앞서 받은 10일간의 조리 교육보다 더 알차고 효율적이었다. 이제는 조금 서툴러도 조리에 대한 두려움은 이겨낼 수 있었다. 사전에 재료 준비를 완벽하게 해 놓으면 아무리 많은 주문이 들어와도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매우 소중한 3일간이었다.
일반적으로, 오픈을 하면 고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오픈 행사를 준비한다. 키다리 피에로가 전단지를 나누어주거나, 쭉쭉빵빵한 미녀 아가씨들이 옥타브 높은 내레이션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인하거나, 얼굴에 꽃단장을 요란하게 한 각설이가 품바 타령을 부르며 시선을 끄는 등 그 내용이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픈 행사를 하지 않았다. 본사에서는 계획을 잡아놓았지만 우리는 정중히 거절했다. 자신이 없어서였다. 조리 교육의 최종 점검에서 100점 만점에 60점을 받은 상태였다. 열의는 대단한데 메뉴 습득력이 떨어지는 등 오픈이 심히 걱정된다는 평을 들을 정도였다. 이렇듯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오픈 행사를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만 같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을 되새기며 조급해 하지 않기로 했다.
오픈 행사는 없었지만, 부담 없는 가격과 최상의 입지 덕분에 첫날부터 고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한마디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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