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자영업 정글에 뛰어드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문제일 것이다. 아이템, 입지, 브랜드, 자금, 준비정도, 경험, 마인드, 능력, 고객관리, 직원관리, 운, 가격, 서비스, 맛 등등 여러 요인들이 있다.
하나같이 가슴에 와 닿는 요인들이다. 그중에서 어느 하나만이라도 소홀히 하면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한다. 성공으로 가는 길이 그만큼 험난하다는 뜻이다. 어느 한 요인이 특출하기보다 모든 요인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하나가 될 때 성공의 단맛을 느낄 수 있단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말이다.
그래도 그 많은 요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한 가지만 꼽으라고 하면 대다수 전문가들은 입지를 최우선으로 꼽는다. 창업의 성패는 입지에 의해 90% 이상 좌우된다, 장사는 목이 전부다, 창업의 성패는 자리에서 결정이 난다, “장사는 목이고, 목은 돈이다.” 입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한결같은 목소리를 낸다.
물론 가끔은 입지가 아닌 다른 요인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하는 전문가도 보게 되지만, 단언컨대 입지가 성공요인 중 넘버원이라는 것은 불멸의 원칙이다. 자영업 정글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이 분야의 숙련자들에게는 입지가 넘버원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자영업 정글에 입문하는 왕초보들에게는 입지가 절대적인 조건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창업 성패의 90% 이상을 좌우하는 입지 선정이 첫 번째 난관이었던 아이템 선정보다 더 어려워 애를 태우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에 쏙 드는 자리가 금방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설령 좋아 보이는 자리가 나온다 해도 오랜 시간 고민한 후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부부는 ‘가게 자리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 정하라’는 불문율에 따라 집 주변을 우선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한스델리 가맹점들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당시 안산에는 중앙점, 선부점, 본오점 등 3개의 가맹점이 자리 잡고 있었으며, 이들은 각각 저마다의 특색을 지니고 있었다.
중앙점은 가장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곳의 건물 1층에 자리 잡고 있었으나, 평수가 작아 효율성이 낮아 보였다. 선부점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의 건물 2층에 자리 잡고 있었고 평수가 넓어 여유가 있었으나 중앙점보다는 고객 유입이 적어보였다. 본오점은 상권은 훌륭하나 다소 외진 곳의 건물 1층에 자리 잡고 있어 고객 유입이 선부점에도 못 미치는 듯했다.
우리는 일단 중앙점과 선부점의 장점만을 적절히 혼합하여 갖고 있는 가게를 찾아내는 것을 가장 큰 과제로 정하고 가까운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찾아갔다.
“가게 자리 좋은 매물 나와 있는 것 있나요?”
“어떤 업종을 하시려고 하는데요?”
“한스델리라고 패밀리 레스토랑인데 돈가스, 파스타, 라이스 등을 다루는 업종이에요.”
“한스델리라고 하면 프랜차이즈죠? 중앙역과 선부동에서 본 것 같아요.”
“네. 프랜차이즈 맞아요.”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라면 저희보다는 본사를 통해 가게 자리를 알아보는 것이 좋을 거예요. 어차피 저희가 추천을 해도 본사와 재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 시간낭비가 될 수 있어요. 혹여 좋은 자리가 나오면 연락은 드릴게요.”
첫 번째로 방문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라면 자기네보다 본사에서 추천하는 자리를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좋을 거라는 의견을 듣고 다른 중개사 사무실을 더 둘러보려던 계획을 접었다. 사실 본사에서 상담을 받을 때 가맹점 자리에 대해서는 별도로 연락을 할 테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러나 마음이 조급했던 나는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직접 발로 뛰어보자며 안산에 있는 가맹점들을 둘러보고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찾아갔던 것이다.
“인천에 좋은 자리가 나왔는데, 만나서 함께 가서 보고 협의할 수 있나 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본사 영업팀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상담을 받을 때 “염두에 두고 있는 위치의 1순위는 안산이지만 인천이나 시화도 괜찮다”고 했었다.
“안산에는 좋은 자리가 나오지 않았나 봐요?”
“솔직히 안산은 현재 오픈된 가맹점 자리 이외에는 상권이 활발하지 않아 소개할 만한 데가 없습니다. 안산보다는 인천이 더 좋기 때문에 추천하는 겁니다.”
전 여사와 나는 고향이 인천이기 때문에 인천으로 돌아가 가게를 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영업팀장은 우리를 부평으로 안내했다. 부평은 인천에서 구월동과 함께 최고의 상권임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기대가 컸다. 당시 부평에서는 한스델리 가맹점 중에서 매출액으로 손에 꼽히는 부평1호점과 2호점을 한 점주가 운영하고 있었다. 부평 상권의 상황을 고려할 때 3호점을 개설해도 무리가 없으며, 이에 대해 부평 점주와 사전에 얘기가 돼있는 상태라고 했다. 하지만 영업팀장이 소개한 가게 자리는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전 여사도 탐탐치 않은 눈치였다.
“큰 기대를 가지고 왔는데 조금 실망스러운데요. 다른 자리가 나올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보겠습니다.”
급하다고 아무거나 덥석 물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다음을 기약하고 돌아서려는데 영업팀장이 나를 붙잡아 세웠다.
“이왕 인천에 오셨으니 인하대 후문 자리도 한번 보고 가시죠. 상권이 부평만 못하지만 대학교를 끼고 있어서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굳이 본사바라기가 되어 본사가 자리를 점찍어 주기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자세를 벗어던지고 직접 발로 뛰는 능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곱씹으며 인하대 후문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은 좁디좁은 소견이었다는 것이 곧바로 드러났다. 영업팀장이 두 군데 자리를 보여주었는데, 그중 한 곳이 마음에 확 와 닿았다. 월세, 보증금, 권리금, 위치 등 모든 것이 흡족했다. 그 자리는 중앙점과 선부점의 장점을 적절히 혼합해 가지고 있는 모습으로 방긋 웃고 있었다. 아무리 발 벗고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해도 그 자리만한 곳을 쉽게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아니, 처음부터 이곳을 보여주시지, 굳이 시간낭비하며 빙빙 돌 필요가 있었나요?”
“죄송합니다. 전 부평 상권이 워낙 괜찮아 그쪽이 더 좋다고 생각했어요. 여긴 학교 쪽이라 방학이라는 핸디캡이 있어서…….”
방학 때가 비수기라는 영업팀장의 조언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가게 자리가 마음에 들었다. 그곳에는 아이스베리라는 아이스크림 전문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영업팀장 얘기를 들어보니, 그 가게는 영업한 지 7년째인데 창업 후 초기에는 호황을 누렸으나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 동종업종과 유사업종이 주변 건물 1층에 자리 잡으면서 매출이 줄어든 데다가 점주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 건강관리를 잘못 한 탓에 영업을 계속할 수 없는 상태였다. 영업팀장이 나한테 그 자리가 마음에 들면 가계약을 해놓아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지 않는다고 귀띔해주어 곧장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찾아가 가계약을 했고, 사흘 뒤에 정식 계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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