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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정글/5학년 중늙은이의 고군분투

배수의 진을 치다

by 유일무이태인 2023.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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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정글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젠 빼도 박도 못한다. 무조건 살아남아야 한다. 곤이와 이쁜공주의 아빠 노릇을 제대로 하려면 이 자영업 정글에서 승리자가 돼야 한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하는 소극적인 마음은 패배로 가는 지름길이다. ‘무조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우리 부부는 15일에 가맹점 계약과 점포임대차 계약을 체결했고, 인테리어를 시공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 4주를 감안하여 오픈 날짜를 28일로 정했다. 대학교 인근은 보통 3~5월이 성수기라고 할 수 있기에 2월이 오픈하기에 가장 적절한 달이다. 2월 중 한 달가량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손발을 맞추어가며 워밍업을 하고 나서 신학기를 맞는다는 것은 최상의 계획이 아닐 수 없다.

 

오픈 날짜에 맞추어 가맹점 교육이 125일부터 24일까지 11일간으로 잡혔다. 가맹점 교육에 들어가기에 앞서 식품위생 교육을 받고, 영업신고를 하고, 통장을 개설하고, 사업자등록을 하고, 중앙대점과 한양대점을 방문해 조언을 듣는 등의 일을 하느라 나름대로 바빴다.

 

매장 인테리어는 본사에서 콘셉트를 잡아 알아서 해준다고 했다. 솔직히 인테리어에 관해서는 아는 게 전혀 없었기에 이러니저러니 말할 수 있는 입장이 못 됐다. 그저 믿고 기다릴 수밖에.

 

가장 시급한 일은 직원을 구하는 것이었다. 매장 운영에 필요한 최소 인원은 주방 3명과 홀 1명으로 모두 4명이라고 했다. 홀은 아르바이트생으로 대처한다 치고, 자리가 안정될 때까지 전 여사가 주방 일을 도와주기로 했으니 1명만 찾아내면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스델리라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운영하려고 하는데, 주방 일을 맡아주신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주방 쪽 일은 전혀 해본 경험이 없는데 괜히 폐만 끼치게 되는 것 아닐까요?”

경험이 없기는 저도 마찬가지예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다 배워가면서 하는 거죠.”

 

주방 일을 도와줄 사람을 찾기 위해 주변부터 둘러보았다. 찾다 찾다 못 찾으면 광고를 통해 사람을 구하더라도 우선은 가까운 곳에서 찾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했다. 레이더를 이리저리 돌리다 보니 한 사람이 포착됐다. 손위 처남은 당시 사오정 2년차에 접어들고 있었다. 지입차량 일자리를 구하고 있었는데 몇 개월째 연락이 없어 답답해하고 있었다. 나는 처남과 술 한잔 나누면서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폐가 되지 않는다면 도와주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가장 어렵다고 생각했던 문제가 술술 풀려 기분이 매우 좋았다. 첫 단추를 잘 끼운 느낌이었다.

 

가맹점 교육은 첫날의 본사 교육과 나머지 열흘간의 조리 교육으로 이루어졌다. 본사 교육은 메뉴 소개 및 구성, 개점계획서 작성, 세무 교육과 오픈 관련 인허가 절차 등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으로 구성됐다. 조리 교육은 매장 운영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주방 실무와 홀 서빙 및 포스(POS) 사용법에 관한 교육이 주를 이루었다.

 

조리 교육에 대한 기대는 아쉽게도 실망으로 바뀌었다. 교육은 전문 교육장이 아니라 개인이 운영하는 가맹점에서 손님이 주문하는 메뉴를 직접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게다가 우리만 받는 단독 교육인 줄 알았는데 부천 상동점 팀이 먼저 교육을 받고 있었기에 우리는 나흘을 그냥 허비했다. 교육 장소인 가맹점의 작은 주방 안에는 우리까지 들어가 연습할 공간이 없었다. 나머지 엿새간의 교육도 체계적이지 않았다. 교육은 기본 매뉴얼도 없는 상태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 우리가 메뉴를 다 만들어보기도 전에 교육이 마감됐다.

 

나중에 매장을 운영하면서 새로 사람을 채용했을 때 가르쳐 보니 열흘이면 완벽하지는 않으나 기본적인 조리법은 어려움 없이 습득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1일차에는 소스와 양념의 종류를 습득하게 하면서 분위기를 익히게 하고, 2일차와 3일차에는 라이스 종류를, 4일차와 5일차에는 파스타 종류를, 6일차에는 도리아 종류를, 7일차에는 스테이크 종류를 중점적으로 만들게 하고, 8일차, 9일차, 10일차에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 실전에서 조리 업무를 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준비 안 된 교육이 신뢰를 무너뜨리는 요소가 된다는 것을 본사에 말해주고 싶었으나 그냥 안으로 삭였다. 물론 열흘 동안 소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중간 중간에 매장 운영에 관한 팁을 가르쳐 주어서 많은 도움이 됐으며, 조금 부족한 부분은 오픈 후 직접 부딪치면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두려움은 없었다. 가장 큰 소득은 그 열흘 동안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보다는 반드시 이루어내겠다라는 의지를 다진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때 난 배수의 진을 치고 교육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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