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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정글/5학년 중늙은이의 고군분투

먹는 장사에 휴일은 사치

by 유일무이태인 2023.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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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와 만물이 다 이루니라. 하나님의 지으시던 일이 일곱째 날이 이를 때에 마치니 그 지으시던 일이 다하므로 일곱째 날에 안식하시니라. 하나님이 일곱째 날을 복 주사 거룩하게 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그 창조하시며 만드시던 모든 일을 마치시고 이 날에 안식하셨음이더라. (성경 창세기 2:1~20)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한 후 가진 안식일을 무시하는 것은 기독교 신자로서 죄를 짓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기독교도들은 일주일에 하루는 무조건 쉰다. 그날은 보통 일요일이다. 비록 기독교도는 아니지만, 나 또한 그랬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하고 일요일 하루는 휴식을 취하는 것에 몸이 최적화돼 있었다. 50년 동안 그렇게 길들여졌다.

 

가게를 연 뒤에 솔직히 힘이 들었다. 갑자기 직업이 된 주방 일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했다. 하지만 불편하다는 티를 낼 수가 없었다. 그것이 가족의 울타리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었기에 무조건 열심히 했다. 불평불만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집은 안산에 있고 가게는 인천에 있다 보니 오고 가는 길에 허비하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 본사에서 정해준 오픈 시간은 오전 11, 마감 시간은 오후 10시였다. 하지만 가게가 대학교 쪽에 있다 보니 오전 11시는 오픈하기에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1시간을 당겨서 오전 10시로 오픈 시간을 조정했다. 그러다 보니 아침 7시에 일어나야 했고, 마감 후 집으로 돌아오면 빨라야 밤 12, 늦을 땐 새벽 1시였다.

 

음식 장사는 휴일 없이 해야 합니다.”

…….”

“200여 개의 가맹점 중 일요일에 쉬면서 운영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

 

휴무일 계획을 명확히 세우지 않은 상태로 가게를 열었다. 일단 부딪치고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그때 해결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담당 슈퍼바이저는 조금 고생스럽겠지만 휴일 없이 가게를 운영하라고 조언했다. 어차피 시작한 장사이니 고생을 감수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슈퍼바이저의 조언을 따르지 않았다. 몸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길들여진 일요일의 휴식을 포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쉬지 않고 일만 하다가는 몸이 상해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 발생할 것 같아 불안했다. 결국 우리는 주휴일은 쉽니다라는 팻말을 걸어놓고 쉬기로 결정했다.

 

일요일 하루를 쉬는 것은 올바른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한 주의 피로를 풀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삶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나의 개똥철학을 장사 때문에 버리고 싶지 않았다. 휴식은 우리의 삶을 보다 풍족하게 해주며, 마음에 여유를 안겨주고, 행복을 선사한다고 굳게 믿었다. 그렇듯 나는 휴일 예찬론자였다.

 

그런데 몸이 주방 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주휴일은 쉽니다라는 팻말을 걸어놓은 것이 차츰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일요일에 쉬는 가맹점이 단 한 곳도 없다는 슈퍼바이저의 말이 자꾸 떠올랐다. 방학을 맞이하면서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자 부담감은 더욱 커졌다. 7월 결산을 해보니 수익이 마이너스였다. 심각한 수준이었다.

 

어느 교회 다니세요?”

교회요? 저는 종교가 불교인데…….”

매주 일요일에 쉬시기에 교회 다니는 줄 알았죠.”

처음 하는 장사라 몸이 버티지 못해서 일요일에 쉬고 있는데, 솔직히 지금은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일요일 장사가 생각보다 짭짤합니다. 눈 딱 감고 시작해보세요. 먹는장사를 하면서 일요일을 다 찾아먹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하는데…….”

 

일요일 영업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즈음에 같은 라인에서 우리보다 한 달 빨리 오픈한 아딸 가게 사장이 일요일 영업을 권유했다. 먹는장사 하는 사람이 단지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일요일 영업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치였다.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요일 휴무를 고집할 만큼 강심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먹고사는 것과 직결된 문제였기에 휴일에 대한 로망을 접기로 결심했다. 전 여사도 내심 불안했는지 휴일 영업에 대해 선선히 동의했다. 곤이와 이쁜공주에게도 현실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이렇게 해서 일요일 휴무에 대한 로망은 6개월 만에 꺾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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