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의 『지금 이 순간』은 출판사 밝은세상에서 2015년 12월 2일 발행한 장편소설이다.
『지금 이 순간』하루가 1년인 삶을 살아가는 아서와 리자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조로 크게 5부로 나누어져 있다.
우리가 지닌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9
제1부 24방위 바람의 등대/11
제2부 불확실한 장소에서/42
제3부 사라지는 남자/165
제4부 코스텔로 집안/240
제5부 미완성 소설 /311
『지금 이 순간』의 줄거리는 옮긴이(양영란)의 말로 대신합니다.
고작 24일을 살았을 뿐인데 실제로는 2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면?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고? 이야기꾼 기욤 뮈소가 내놓은 12번째 작품 『지금 이 순간』의 주인공 아서와 리자에게 그처럼 말도 안 되는(그런데 진짜로 말이 안되는 일일까? 15분이 마치 세 번의 가을, 즉 3년 같이 길다는 뜻을 지닌 ‘일각이 여삼추’라는 옛말만 보더라도, 시간의 길고 짧음은 그것을 대하는 자의 주관에 따라 달라짐을 우리들 대부분은 자주 경험하지 않던가?) 일이 일어난다.
아서가 코스텔로 집안에서 대를 물려가며 별장으로 애용하던 등대와 그 등대에 딸린 조촐한 살림집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것이 발단이었다. 유산을 물려주면서 아버지는 지하실 문을 절대로 열어서는 안된다고 누누이 강조했지만,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 금지된 문을 기어이 연 아서는 엄청난 바람에 휩싸이며 자신의 의사와 전혀 무관하게 시간여행을 강제 당하게 된다. 24방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한 번씩 다 맞아야 끝나는 신비한 여행이다. 바람이 실어다주는 곳에서 눈을 뜨고 그곳에서 하루 정도의 시간을 보내면(그가 하루라고 믿었던 시간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1년이다) 다시 바람이 찾아와 그를 어디론가 데려간다. 아서는 매번 자신이 어디서 눈을 뜨게 될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덕분에 독자들은 비교적 덜 알려진 뉴욕의 구석구석을 발견하는 즐거움까지 덤으로 누린다). 한 곳에 머물러 있는 하루 정도의 시간 동안 리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고, 아이도 낳는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만에 훌쩍 떠나버리는 ‘사라져버리는 남자’아서를 리자는 1년씩이나 기다려야 다시 만날까 말까 하는 실정이다.
어차피 24방위 바람을 한 번씩 다 맞아야 한다면, 그 24번의 강제 여행이 끝난 다음엔 어떻게 될까?
기욤 뮈소가 우리에게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판타지를 들려주는 건 처음이 아니다. 아니, 지금, 여기가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는 어쩌면 그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 화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죽은 여인의 노트북을 이용해 살아생전의 그 여인과 이메일을 주고 받는다는 설정의 <내일>은 물론,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여주인공이 자꾸만 지워지려 하는 시간과 공간의 기억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센트럴파크>에서도 보듯이, 뮈소는 제한된 시간과 공간이라는 인간의 조건을 넘어 보고자 끊임없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러니만큼 또 한 번의 시간여행을 전면에 내세운 이번 작품의 제목이 『지금 이 순간』이라는 사실은 예사롭지 않은 무게로 다가온다. 이제껏 조바심치며 이리 비틀고 저리 틀어가며 먼 길을 돌아왔건만 결국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이라고 인정하는 듯한 허탈감과 안도감이 묻어나오니 말이다. 하루 24시간 동안 1년 365일을 살아야한다면 얼마나 밀도 있게, 단 한 순간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알뜰하게 살아야 하겠는가? 그야말로 일촌광음 불가경이 아니겠는가? 내일로, 다음 날로 미루는 게 애초부터 불가능한 상황에서라면, 어느 한 순간인들 애틋하고 소중하지 않겠는가? ‘지금 이 순간’이 귀중하며, 따라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야 함을 깨달은 사람에게는 어쩌면 제한된 시간과 공간이라는 인간의 조건이 더 이상 제한이나 속박으로 작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 그렇다면 기욤 뮈소는 다음 책에서도 계속 시간 탐구를 계속할 것인가?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양영란
두 달 전, 쉰 번째 생일을 보낸 아버지는 머리를 뒤덮고 있는 백발과 이마에 깊게 파인 주름살 탓에 적어도 열다섯 살 정도는 더 늙어 보였다. 비록 늙어 보이긴 해도 아버지는 여전히 날렵한 몸매와 또렷한 이목구비, 폴 뉴먼처럼 파란 눈동자를 가진 매력적인 남자였다.(p13)
24방위 바람의 등대는 해변 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팔각형 형태의 구조물로 높이가 10여 미터쯤 되었다. 흰색 페인트를 칠한 목재를 외벽에 붙이고, 뾰족 지붕에 점판암 기와를 이은 집이 등대와 맞붙어 있었다. 맑은 날에는 멋진 전망을 자랑하는 집이었지만 흐린 날이나 밤이 되면 그림엽서 같던 화사한 풍경은 갑자기 앨버트 핀컴 라이더(미국 출신의 환상주의 화가)의 그림에 나오는 집처럼 암울하고 몽환적인 느낌으로 돌변했다.(p17)
피가 꽁꽁 얼어붙을 것만큼이나 추운 날씨였다. 나는 스웨터 소매로 유리창에 서려 있는 수증기를 닦았다. 오후 4시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 어둠이 내려앉았고, 어두컴컴한 하늘에서는 계속 굵은 빗줄기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거센 바람을 이겨내지 못한 나무들이 허리가 크게 휘어지도록 한껏 몸을 눕혔고, 전선들이 제멋대로 요동치는가 하면 창문들이 금세 부서질 것처럼 덜커덩거렸다.(p36)
희미한 조명이 비치는 가운데 가장 먼저 내 눈에 포착된 건 커다란 십자가와 수많은 양초들을 받치고 있는 촛대였다.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세우고 몇 발짝 비틀거리며 걸어보고 나서야 내가 와있는 곳이 대규모 성당의 성가대석 한가운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길이가 백여 미터쯤 되어 보이는 넓은 중앙 홀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고, 양 옆으로 문양이 새겨진 목재의자들이 줄지어 비치돼 있었다. 형형색색으로 치장한 수십 개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빛이 넘실거리며 새어 들어왔다. 가장 높은 천장이 족히 30미터는 되어 보이는 고딕 양식 궁륭을 보고 있으려니 현기증이 일었다.(p44)
건물 지하에 위치한 유치장은 그야말로 완전 찜통이어서 가만히 앉아 있어도 온몸에 끈적끈적한 땀이 배었다. 에어컨은 물론이려니와 창문도 없어 바람 한 점 유입되지 않았다. 겨울에는 얼어 죽을 정도로 추워 몸을 떨어야 하고, 여름에는 사우나에서처럼 비지땀을 쏟아야 할 것 같은 방이었다.(p47)
불덩어리처럼 뜨거운 비가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어찌나 세차게 쏟아지는지 마치 누군가가 망치로 내 머리에 못을 쾅쾅 박는 느낌이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수증기가 주변을 감싸고도는 가운데 내 눈꺼풀은 스테이플러로 박아놓은 듯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른다. 코도 막힌 듯 질식할 것만 같다. 간신히 버티고 서 있긴 하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없다. 나는 최면에 걸린 것과 다름없는 상태로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무것도 없다. 두 다리에 힘이 모두 빠져 달아나 곧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갑자기 고막을 찢을 듯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두 눈을 뜬다.
나는 지금 어떤 여자의 집 욕실에서 힘차게 쏟아지는 샤워기 물줄기 아래에 서 있다.(p64)
지금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손과 발이 떨리며 두려움이 밀어닥쳤다. 나는 무서운 괴물이 침대 밑에 숨어있다고 믿는 아이처럼 잔뜩 겁에 질렸다. 설명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고,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꾸만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낯선 곳에 내팽겨쳐지고 있었다.(p68)
자연스럽게 풀어헤친 긴 머리, 꽈배기처럼 둘둘 말아 올려 쪽을 진 머리,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 웨이브를 넣은 단발을 곱게 빗은 머리, 바람에 날려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는 긴 머리 등 옷차림만큼이나 다양한 헤어스타일이었다. 전문모델은 아닌 듯 보였지만 에이전트를 찾아다니며 보여줄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는 게 분명했다.(p73)
나는 머릿속으로 아버지에게 얻은 정보를 종합해 할아버지의 나이를 계산해보았다. 내 계산이 맞다면 설리반 할아버지는 얼마 전 일흔 살이 되었다. 세월이 남긴 흔적과 무성하게 자란 은빛 턱수염 때문에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는 건 불가능했지만 설리반 할아버지는 여전히 이목구비가 또렷한 미남이었다. 앞으로 솟은 이마, 얼굴과 조화를 이룬 코, 강한 턱선 등으로 보자면 자존심과 의지가 무척이나 강한 사람 같았다. 30년 전, 설리반 할아버지의 얼굴이 어땠을지 나는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맞춤 정장에 풀을 먹여 깃을 빳빳하게 세운 셔츠를 입고, 커프스 버튼과 페도라 모자로 한껏 멋을 낸 젊은 날의 할아버지 모습이 눈에 선했다.(p77)
190센티나 되는 큰 키에 지방덩어리 배를 앞세운 대니 피츠패트릭이 기름때가 덕지덕지 묻은 오버를 작업복 바지 차림으로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내가 보기에도 대니 피츠패트릭이 조리아보다 더 무섭게 생기긴 했다. 사라들은 그를 자바 더 헛(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뚱뚱하고 흉측한 인물)이라고 불렀지만 그의 면전에서도 그렇게 부를 용기를 가진 사람은 없었다.(p87)
리자는 징 박은 앵글부츠에 짧은 진 바지를 입고 있었고, 위에는 브로치를 단 스펜서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손에는 손가락을 절반만 덮는 레이스 장갑을 착용하고 있었고, 손목에는 가느다란 고무 팔찌를 여러 개 겹쳐 끼고 있었고, 목에는 염주 목걸이 초커를 매고 있었다. 귀에는 십자가 모양 귀고리까지 달고 있어 마치 마리폴 시대의 마돈나와 복사본 같았다.(p99)
그들이 문을 여는 동안 달착지근한 오렌지 꽃향기가 방 안 가득 퍼지며 심하게 속이 울렁거렸다. 그와 동시에 맥박이 요동치며 머릿속이 쪼개질 듯 아팠다. 산소가 부족한 듯 두 눈이 쑤셨고, 바닥이 허물어지며 내 몸이 텅 빈 허공으로 추락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형상이었다.(p110)
나는 집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할아버지의 자취를 찬찬히 살폈다. 팔 개월 전과는 천양지차로 달라진 모습이었다. 할아버지는 단정하게 자른 머리카락을 조화롭게 빗질하고, 턱수염도 말끔하게 면도한데다 목폴라 위에 우아한 코르덴 조끼를 걸쳐 입고 있었다. 블랙웰정신병원에서 본 무기력하고 늙은 환자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적어도 열 살은 젊어 보이는 젠틀맨 파머가 내 눈 앞에 서 있어 그저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p121)
“나 시간여행을 떠나기 직전의 모든 감각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 맥박이 빨라지고, 주위에서 오레지 꽃향기가 나기 시작하고, 심장이 찢어질 듯 고통이 밀려오지. 시간여행을 떠날 때마다 매번 똑같은 느낌을 받았어.”(p137)
사라 스튜어트는 흰 가운을 입고 실험실 같아 보이는 곳에서 포즈를 취하고 앉아 있었다. 베로니카 레이크처럼 어깨까지 치렁치렁하게 흘러내린 머리카락과 뾰족한 콧날, 총명한 눈망울이 인상적인 여자였다. 비록 사진으로 보았지만 대단히 매력적이고 지적인 여자가 분명했다.(p153)
“등대의 진정한 저주라 할 수 있지. 말 그대로 24년이란 세월이 네 머릿속에만 존재했던 것처럼 아무런 실체도 남지 않게 된다는 뜻이니까. 네가 24년 동안 만난 사람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널 기억하지 못하게 되고, 그 기간 동안 이룬 일들이 모두 없었던 게 되어버린다는 뜻이야”(p157)
나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악몽 같은 시간여행이 시작된 이후 불과 닷새 만에 얼굴이 못 알라볼 만큼 핼쑥해진데다 피로감이 역력했다. 밤새 흥청망청 술판을 벌인 사람처럼 동공이 확 풀려있었고, 주머니처럼 축 늘어진 눈 밑에 자글자글 잔주름이 잡혀 있었다. 그나마 아직은 지렁이가 기어간 자국처럼 깊게 파인 주름은 없었고, 대체로 젊음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진데다 볼이 움푹 함몰돼 있었다. 눈빛은 훨씬 깊고 우울해졌고, 금빛 머리카락은 점점 흰색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내 얼굴에서 어린 시절 모습이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이었다. 장난기를 담은 눈빛, 천진난만한 표정, 복스러운 미소 등 내 어린 시절의 트레이드 마트가 어디론가 증발해버리고 없었다.(p170)
창백한 달빛이 침실 창틈으로 스며들어오고 있었고, 자명종의 절망적인 울림이 내 귓전을 파고 들었다. 나는 아쉬움과 절망감을 떨쳐버리지 못한 가운데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조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떠나야한다면 미리 출발 준비를 해두는 편이 나을 듯했다.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셔츠, 재킷, 바지, 구두를 차례로 착용했다. 나름 조심했지만 등 뒤에서 리자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그녀가 깊이 잠든 줄 알고 있었다. 내 몸을 감싸 안은 그녀가 어깨에서 목덜미로 올라오며 부드러운 키스를 했다.(p199)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마흔 여섯 살이라는 연륜이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나 있었다. 음영이 짙어진 두 눈의 아래쪽으로 반달 모양 다크 서클이 뚜렷하게 자리 잡혀 있었고, 움푹 들어간 눈가엔 잔주름이 자글자글했다. 머리카락도 어느새 반백이 되어 있었고, 이마에는 깊은 주름살이 파여 있었다. 목에도 주름이 잡힌 데다 살이 쳐져 있었고, 핏기라고는 없이 안색이 창백한데다 얼굴의 전체적인 윤곽도 두루뭉술해져 있었다. 한 마디로 전혀 활력이 느껴지지 않는데다 개성마저 몽땅 사라져버린 얼굴이었다. 게다가 콧구멍 근처에서 시작되어 수직으로 뻗은 두 개의 팔자 주름이 입술까지 이어져 볼이 툭 불거져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p275)
“당신은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않았어. 당신이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나를 사랑했을 뿐이지. 당신이 상상한 모습과 실제의 나는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해.”(p280)
인생의 마지막 여정에 동행해주는 호스피스 병도은 내가 아는 병원에서는 예외 없이 특별한 곳이었다. 의료진은 환자들에게 편안한 휴식과 치료를 제공해주어야 할 뿐만 아니라 생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갖게 되는 의문, 두려움, 마지막 소원 등에 대해 세심한 배려를 해주고 있었다.(p292)
엘리베이터 문이 8층에서 열렸다. 하얀 가운을 단정하게 입은 에스더 해지엘 박사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잿빛이 도는 금발을 짧게 자른 에스더 해지엘 박사는 체구는 작지만 에너지가 넘치는 의사였다. 동그란 뿔테안경이 지성과 호기심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그녀의 초록색 눈동자를 한층 더 돋보이게 했다. 그녀는 두꺼운 파일을 옆구리에 끼고 복도 끝에 위치한 712호 병실을 향해 걸어갔다.(p321)
“글쓰기는 삶을 미리 살아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작가의 경험에 상상력을 더해 개성 있는 인물들을 창조해내기도 하고, 삶에 대한 성찰의 결과를 글을 통해 구현내기도 하죠. 글쓰기는 언어를 수단으로 하는 작업이기에 문장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고유한 리듬과 호흡을 살려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해내기도 하죠. 요컨대 음악가가 새로운 작품을 작곡할 때와 유사한 과정을 거쳐 가치 있는 글이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글쓰기는 치유를 위한 방편이 될 수 없어요. 작가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글쓰기에 집착하죠. 미안하지만 당신과 나는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 아니란 말입니다.”(p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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