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의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은 출판사 밝은세상에서 2019년 11월 21일 발행한 장편소설이다.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은』기욤 뮈소가 쓴 소설 속에 작가 지망생이 쓴 소설이 소개되는, 곧 소설 속의 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야기로 5부로 나누어져 있다.
프롤로그/12
더 이상 글을 쓰지 않는 작가/20
황금색 머리카락을 가진 천사/122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진실/219
에필로그/315
미궁에 빠진 사건, 현장에 있던 그들의 기억이 엇갈린다.
유명작가 네이선이 절필을 선언하고 섬으로 떠난 까닭은?
2019년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
1999년, 세 권의 소설로 일약 유명작가가 된 네이선 파울스는 절필을 선언하고
야생의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지중해의 진주 보몽 섬에서 칩거생활을 시작한다.
2000년, 파리 7구 아파트에서 유명의사 알렉상드르 베르뇌유 일가족이 총격을 받고 살해된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끝내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내지 못하고,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2018년, <르탕>지 여기자 마틸드 몽네는 네이선의 비밀을 파헤치고자 보몽 섬에 잠입한다.
바로 그날, 보몽 섬에서 한 여인의 사체가 발견되고, 경찰은 섬의 출입을 금지하는 봉쇄령을 내린다.
네이선과 마틸드의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지난 20년간 꼭꼭 숨겨져 있던 비밀의 정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가려진 진실과 조작된 거짓, 사랑과 공포가 교차하는 가운데 악마적인 반전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조각이 맞춰진다.
마지막 퍼즐조각은 직접 책을 읽어보면서 맞추었으면 한다.
독자를 꼼짝 못하게 사로잡는 매력만점 이야기가 아니라면 어느 누가 소설을 집어 들겠는가? 독자들이 잠시나마 실존에서 벗어나 등장인물들이 전하는 내밀한 사연, 그들이 겪는 파란만장한 이야기 속으로 흠뻑 빠져들게 만드는 작가가 최고 아니겠는가?(P27)
나는 <포르 드 카페>의 테라스에서 생김새로 보아 그레구아루 오디베르가 틀림없는 사람을 알아보았다. 그는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아티초크 접시를 비우고 있는 중이었다. 희끗희끗한 턱수염에 몸에 딱 맞는 조끼, 심하게 구겨진 린네 재킷 차림에 예전 초등학교 교사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사람이었다.(P34)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까?
쉽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다른 일보다 더 힘들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글쓰기가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건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부분 때문입니다.가령 당신이 세 권의 소설을 쓴 작가라고 하더라도 네 번째 소설을 쉽게 쓸 수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글쓰기는 정해진 방식과 규칙, 어디로 가야 하는지 이정표가 나와 있지 않은 영역이죠. 새로운 소설을 시작할 때마다 늘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뛰어드는 셈이니까요?(P42)
“작가로 산다는 건 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 없는 삶이니까.” 네이슨 파울스는 한숨을 푹 쉬고 나서 말을 이었다. “작가는 허구한 날 좀비처럼 살아야 하거든. 다른 사람들로부터 유리된 삶이지. 고독한 삶. 하루 종일 잠옷 바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식어빠진 피자 조각이나 씹으며 살길 바라나? 컴퓨터에서 흘러나오는 전자파에 눈이 상하고, 대화 상대라야 기껏 머릿속으로 상상해낸 가공인물들 뿐이야. 그 가공인물들이 자네를 미치게 만들지. 게다가 몇 날 며칠 밤을 새워가며 머리를 쥐어짜낸 끝에 겨우 한두 문장을 써냈는데 독자들은 단 일초도 거들떠보지 않고 사큰둥해하지. 작가의 삶이란 바로 그런 거야.”(P53)
“작가들은 삶을 이야기한다는 방편을 내세워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늘어놓잖아요. 인간의 삶은 방정식으로 간추리거나 한 권의 소설 속에 구겨 넣을 수 있을 만큼 간단하지 않아요. 그럼에도 소설은 논픽션보다 사람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이 훨씬 더 크죠. 소설을 픽션이라고 하는 건 다른 말로 하자면 거짓말이라는 의미 아닌가요?”(P106)
네이선은 뜨거운 커피가 담긴 머그잔을 두 손으로 거머쥐고 테라스로 나왔다. 절로 몸이 덜덜 떨릴 만큼 날싸가 쌀쌀한 가운데 장밋빛깔 가로선들이 서서히 움직이며 푸른 실로 자수를 놓은 하늘의 장막 속으로 녹아들었다. 밤새도록 북동풍은 여전히 비질하듯 해안을 쓸어댔다. 대기는 간절기도 없이 불과 몇 시간 만에 여름에서 겨울로 훌쩍 건너뛴 듯 건조하고 냉랭했다.(P127)
외국 기자들도 허황된 소문들을 앞 다투어 퍼 나르며 호재를 즐겼다. 수많은 언론매체들이 팩트 체크도 해보지 않고 부지런히 서로의 기사를 복제했다. 오히려 사실에 근거한 정보는 설자리를 잃게 되었다. 심하게 왜곡된 유언비어가 정설로 둔갑해 널리 유포되고 있었다. 이제 다음 수순은 SNS(소셜네트워크)라는 거대한 믹서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클릭 수와 리트윗 수를 늘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는 SNS의 특성상 온갖 가설과 확인 불가 소문이 갖가지 형태로 결합되어 최고의 퓨전 요리를 탄생시켰다. 날조된 소문들이 사실을 밀어내고 대대적인 승리를 차지하는 순간이었다.(p132)
흑백사진에 등장한 아폴린은 키가 크고 깡마른 체격에 길쭉한 얼굴, 움푹 파인 뺨, 두 눈을 아래로 내리깐 모습이었다. 카림은 키는 작지만 다부진 체격, 힘이 남달리 세 보이는 느낌에 결연한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마약 기운에 취하면 거칠고 폭력적인 인물이 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보여준 태도만 보자면 흠 잡을 데 없을 만큼 멀쩡해보였다. 카림은 변호사의 조언과 반대로 최대한 아폴린의 명예를 지켜주고자 노력했고, 결국 그의 전략은 나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p138)
진 바지에 흰 셔츠, 목에 지퍼가 달린 두꺼운 스웨터 차림의 네이선이 금빛 털을 가진 골든 리트리버에게 마실 음료를 주었다. 나는 파나마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은 네이선의 앞에 앉아 비로서 그의 외모를 제대로 살필 수 있었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1990년대 말에 찍은 사진으로 접했던 그의 모습과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었다. 그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보통 체격의 소유자였음에도 마치 거인 앞에 있는 듯 강력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그의 두 눈이 적당하게 그을린 얼굴 속에서 마치 투명한 개울물처럼 옅은 빛깔로 보였다. 사흘 정도 면도를 하지 않은 턱수염과 머리카락은 적당히 희끗희끗했다. 대체로 그의 면모를 보자면 묘하고 수수께끼 같은 아우라를 풍겼다. 묵직하면서도 태양처럼 강렬한 느낌이었다.(p140)
“알맹이는 자네 글에 수분을 공급해주는 수액이라고 할 수 있지. 자네의 영혼을 휘어잡고, 목숨이 글에 달려 있기라도 하듯 일관되게 밀어붙이게 해주는 힘 말일세. 독자들이 글에 매료돠어 갚숙히 빠져들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바로 알맹이야. 작가의 머릿속에는 모든 힘과 열정을 불사를 수 있을 만큼 절박한 이야기가 들어있어야 하지.”(P145)
“소설은 감정과 감동의 산물이야. 지적인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글이 아니지. 소설에 감정을 묻어나게 하려면 작가가 실제로 경험해보는 게 중요해. 작가라면 등장인물들, 그러니까 주인공이든 보조인물이든 잠시 등장하는 인물이든 그들의 감정을 오롯이 피부로 느낄 수 있어야만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p146)
“작가는 파트타임 직업이 아니야. 하루 24시간 내내 일에 얽매여야 하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기회도 없이 늘 경계상태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네. 갑자기 머릿속에 소설을 풍성하게 해줄 수 있는 표현, 등장인물들에게 입체감을 부여해줄 수 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경우 지체없이 메모해두어야 하니까.”(p147)
“법적으로 허락된 행위만 한다면 좋은 작가가 될 수 없어. 그런 마음가짐으로 작가는 물론이고, 예술가가 돠겠다는 생각을 아예 버리는 게 좋아. 예술의 역사는 정해진 틀을 깨는 행위로부터 출발했으니까.”(p150)
마치 여름이 다시 시작되기라도 하듯 해가 뜨거웠다. 어느새 힘을 잃고 미지근해진 바람은 잔뜩 풀이 죽어 았었다, 마틸드는 짧은 진바지에 블론디가 프린트 된 티셔츠 차림으로 힘든 기색 하나 없이 바위들을 폴짝 뛰어넘었다.(p165)
네이선은 눈썹 한 번 까닥하지 않고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그는 다시 화면을 스크롤해가며 아이 부모의 사진들을 좀 더 면밀하게 살폈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이 아빠의 두 눈에는 생기가 넘쳐 흘렀고, 반짝이는 빛을 담고 있었다. 적당히 그을린 얼굴, 굳은 의지를 담고 있는 턱의 소유자로 강한 자신감과 추진력, 진취력이 엿보이는 인상이었다. 긴 머리를 틀어 올린 아이 엄마의 자취에서는 남편과 달리 무대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있는 엑스트라 분위기가 묻어났다.(p171)
네이선의 자취는 좀 전과는 천양지차로 달라보였다. 흰 셔츠에 진 바지, 뿔테안경을 착용한 그는 10년은 족히 젊어 보였고, 마치 여덟 시간 동안 숙면을 취한 사람처럼 안색이 밝았다.(p188)
동 틀 무렵의 수줍은 햇빛이 우울한 잿빛하늘에 자리를 내주었다. 하늘은 질 나쁜 목탄을 사용해 되는 대로 덧칠해 놓은 듯 온통 먹구름이 뒤덮여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강한 바람이 일며 가엾은 자동차의 앞 유리를 미친 듯이 때렸다. 잔뜩 습기를 머금은 동풍도 아니었고, 먹구름을 단숨에 쓸어가 파란하늘을 돌려주는 북동풍도 아니었다. 천둥번개를 동반해 냉랭하고 가혹한 바람을 실어 보내는 미스트랄이었다.(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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