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원이 쓴『줌인』은 출판사 고즈넉이엔티에서 2021년 1월 31일 출판한 장편소설이다. 고도원은 1회 스튜디오드래곤 극본 공모전 최종심에 오르면서 드라마 작가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았고, <좋아하면 울리는2>등 여러 드라마의 보조작가로 활동했다. 『줌인』은 연쇄살인범을 소재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스토리를 긴장감있게 전개하고 있는 미스터리 스릴러로서 프로로그와 에필로그 이외에 4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서히 좁혀들어가면 두 개의 타깃이 보인다
단 한 번의 기회, 한꺼번에 잡아야 모두가 산다!
사형 판결을 앞둔 희대의 연쇄살인범 염석희
그녀의 심리 상담을 자처한 범죄심리전문가 심수영
그리고 연쇄살인범 곁을 떠도는 의문의 사람들
사냥이 시작되면 아무도 그녀의 계획을 벗어날 수 없다
강력한 서스펜스와 정교한 반전의 범죄 심리 스릴러
17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 판결을 앞둔 연쇄살인범 석희.
그녀가 감쪽같이 탈출하면서 도시는 공포에 휩싸인다.
석희의 심리 상담을 진행했던 수영은 그녀의 협박에
순응할 수밖에 없게 되지만,
자신 말고도 그녀의 영행을 받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대체 이들은 왜 연쇄살인범의 곁에 있으며
무슨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가.
그녀가 노리는 진짜 사냥감은 누구인가?
일을 그만뒀다더니 살이 좀 내렸나. 시신 모형을 살피는 그의 얼굴은 짙은 눈썹이나 높은 콧대, 시원시원한 눈매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큼 잘생겼다. 삼십대 후반이나 사십대 초반. 청년과 중년의 경계에 걸쳐진 분위기가 얼굴에 자리 잡고 있었다.[p21]
수영은 사람을 얼굴보다 목소리와 분위기, 향, 습관으로 기억했다. 어릴 적, 시력이 나빠졌어도 안경을 쓰지 못하고 지낸 게 오래된 탓에 생긴 버릇이었다. 사정이 어려운 건 아니었지만 냉랭하고 무관심한 부모를 붙잡고 뭐가 필요하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없으면 없는 대로 적응해야 했던 어린 수영의 생존법은 이제 뛰어난 관찰력으로 불렸다. 수영은 그 관찰력을 발휘해 눈앞의 남자를 조용히 지켜보기 시작했다.[p21]
수영은 석희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주 옅게 파들거리는 입꼬리와 그에 반해 좁아진 미간. 그러나 더 관찰할 새도 없이 지켜보던 근육의 떨림이 멈추었다.[p90]
우발적인 살인과 달리 게획 살인은 사람을 죽인다는 자각이 있습니다. 살인은 사회적으로 가장 큰 금기인데 그걸 어기는 것에 대한 불편감이나 죄책감이 약하죠. 이건 반사회성 수치로도 드러납니다. 그리고 계획 살인의 경우, 알리바이를 조작하거나 증거를 인멸하는 등 완전범죄를 노리는데 이 계획이 성공할 거라 믿을 만큼 꼼꼼하고 집요합니다. 동시에 비정상적으로 높은 자신감도 있죠. 이 자신감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연쇄살인범들이 살인에 반복적으로 성공하면서 생기는 자만심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p131]
아무렇지도 않다가 갑자기, 거울을 보고 있으면 주먹으로 마구 두드리고 싶고, 손에 쥐고 있는 것은 그게 무엇이든 있는 힘껏 던져 부수고 싶었다. 마스크 낀 사람들로 즐비한 거리를 멍하니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우뚝 멈춰 크게 소리를 내지르고 싶기도 했다.[p253]
불혹 넘어 아파트 벽을 타게 될 줄은 꿈에서도 상상해본 적 없는 몸이 갑자스러운 과운동에 비명을 질렀다. 잡아야 할 방범창 창살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제대로 매지 못한 가방 때문에 어깨가 아파왔다. 손에서 점점 힘이 빠지는 게 가장 무서웠다. 2층의 높이도 생각했던 것보다 높았다. 차라리 이대로 뛰어내릴까? 그편이 너 낫지 않을까. 온갖 생각이 다 드는 순간이었다.[p287]
타박타박, 닳은 운동화 밑창이 시멘트 바닥 두드리는 소리가 오늘 따라 거슬렸다. 묘하게 평소와 다른 느낌이었다. 인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무섭기로 유명한 공포영화를 봐도 전혀 무서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공포스러운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만큼 어딘가 섬뜩했다. 늘 다니는 길인데도.[p312]
쩌적, 쩍 돌 가라지는 소리가 이렇게 섬뜩한 지 처음 알았다. 꾸르릉, 쿵쿵, 사람의 힘으론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빛이 완전히 사라지자 창문이 없는 작업장 복도는 온통 암흑뿐이었다. 조금 전까지 달려 나가려던 앞쪽에서 바람이 확 불어오며 채 감지 못한 눈으로 모래바람이 들이쳤다.[p337]
선을 한번 넘어버리면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 넘기 전까지는 뚜렸했던 선이 감쪽같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누군가를 살해했다는 이 거대한 비밀을 품고서 이전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p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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