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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박사/내가읽은책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by 유일무이태인 2024.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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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의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은 출판사 푸른숲에서 2022415일 출판한 장편소설이다. 피터 스완슨은 뉴잉글랜드고가이어티북어워드, 영국범죄작가협회에서 매년 최고의 스릴러 부문에 수상하는 CWA 이안플레밍스틸대거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은 차례는 없으며, 32장으로 구성된 추리미스터리스릴러 소설이다.

 

 

 

누군가 내 리스트를 읽고 그 방법을 따라 했다는 겁니까?”

아마도요. 당신이 서점 블로그에 썼던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라는 바로 그 리스트

 

애거시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

아이라 레빈의 <죽음의 덫>,

A.A. 밀른의 <붉은 저택의 비밀>,

앤서니 버클리 콕스의 <살의>,

제임스 M. 케인의 <이중배상>,

D. 맥도널드의 <익사자>,

도나 타트의 <비밀의 계절>.

 

내가 고른 범죄소설 역사상 가장 똑똑하고

독창적이며 실패할 염려가 없는 살인을 저지른 작품들

살해 방식에 따라 낯선 사람들이 죽고 있다.

누가 왜 이런 일을 저지르는 것일까.

범인은 분명 내 주변에 있다.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믿어서도 안된다.

어쩌면 다음 차례는 나일지도 모르니.

 

 

 

아침에 아파트를 나설 때도 아직 눈이 내리고 있었지만 눈발은 약해졌고, 내리는 눈의 절반은 아직 몰아치는 돌풍에 흩날렸다. 땅에는 이미 60센티미터의 눈이 쌓여 있었다. 도로는 눈을 다 치웠지만 인도는 아직 그대로여서 나는 도로 한가운데로 걸어갔고, 찰스가의 가파른 언덕을 조심해서 내려갔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어도 날은 환했다. 아마도 새하얀 눈 때문일 것이다. 나는 자전거를 탈 때 이용하는, 가슴을 가로지르는 낡은 메신저 백을 한쪽 어깨에 맸다.[p49]

 

 

사실 나는 - 아마 기만을 바탕으로 한 픽션의 왕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탓에 편견이 생겼을 테지만 - 화자를 믿지 않듯이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도 믿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에게서도 결코 완전한 진실을 얻을 수 없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만나 말을 나누기 전에도 이미 거짓과 절반의 진실이 존재한다. 우리가 입은 옷은 몸의 진실을 가리지만 또한 우리가 원하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준다. 옷은 직조이자 날조다.[p98]

 

아침 여덟 시 반쯤에 잠에서 깬 나는 잠깐이나마 잠들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간밤에 커튼을 치는 걸 깜빡한 탓에 눈이 따가울 정도로 밝은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창밖을 내다보니 길 건너편의 울퉁불퉁한 지붕은 눈으로 뒤덮였고, 홈통은 고드름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집집마다 창문에는 서리가 거미줄을 쳤고, 아래로 보이는 거리는 창백한 회색빛이었다. 오늘 날씨가 엄청나게 춥다는 뜻이었다. 휴대전화를 확인해봤더니 현재 기온이 영하 17도였다. 에밀리와 브랜던에게 오늘 쉬어도 된다고 날씨가 너무 추워서 출근하라는 말을 못 하겠다는 이메일을 보내려다가 마음을 바꿨다.[p100]

 

기온이 다시 떨어져서 녹았던 눈이 이제는 얼음으로 변했고, 보도에는 흙과 소금이 뿌려져 있었다. 그래도 날이 환한 걸 보니 벌써 낮이 길어지는 것이 실감 났다. 앞으로 적어도 두 달간은 겨울이 맹위를 떨칠 테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집으로 걸어가는 동안 행인들의 얼굴을 읽을 수 있었다. 창백하고 암울한 얼굴은 이 회색 도시, 그리고 봄이 올 때까지 계속될 길고 축축한 고투에 체념한 표정이었다.[p175]

 

브라이언이 인터뷰에서 밝힌 글쓰기 조언에는 플롯이 떠오르지 않으면 잠을 자면서 무의식이 생각해내도록 두라는 말이 있다. 나는 그렇게 하기로 했고, 노력 끝에 마침내 잠이 들었다. 그리고 해답도 얻었다.[p231]

 

브라인언은 얼굴을 찡그리며 입을 꾹 다물었다가 다시 열었다. “이보게, 내가 심리학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고 있어. 책을 쓸 때마다 거듭 상기하는 사실이기도 하지. 그건 바로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혹은 가슴속에 무슨 생각이 있는지 우리는 모른다는 거야브라이언은 그의 머리를 가리킨 다음, 가슴을 가리켰다. “알 수가 없어. 50년 동안 부부로 살았다고 해도 마찬가지야. 그런 부부는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나? 아니야 몰라.”[p255]

 

도시 북쪽은 확실히 눈이 덜 왔다. 세상이 흰 천을 두른 듯했는데 눈이 아닌 서리렸고, 동틀 무렵에는 하늘이 얇은 구름으로 바둑판무늬를 이뤘다. 세상은 무채색이었다.[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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