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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박사/내가읽은책

저스티스맨

by 유일무이태인 2024.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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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선우가 쓴저스티스맨은 출판사 나무옆의자에서 201761일 출판한 장편소설이다. 도선우는 2016<스파링>으로 제22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하며 등단했고, 2017<저스티스맨>으로 제13회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저스티스맨은 작가가 2008년 초여름에 쓴 단편으로, 작가의 첫소설이라고 한다. 이것을 장편으로 늘려 다시 숨을 불어 넣었고 제13회 세계문학상 대상을 안겨주어 각별히 애정이 가는 작품이란다. 저스티스맨은 총 1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장 제목은 모두 잭슨 폴록의 작품 제목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구성 ---------------------------------- 7

잿빛 무지개 --------------------------- 16

돈키호테 ------------------------------ 39

고딕 ---------------------------------- 46

열기 속의 눈 -------------------------- 56

아른아른 빛나는 물질 ------------------ 66

회색빛으로 물드는 바다 ---------------- 84

심연 ---------------------------------- 95

자화상 -------------------------------- 113

연보랏빛 안개 ------------------------- 126

열쇠 ---------------------------------- 149

8----------------------------------- 162

여덟 안에 일곱이 있었다 --------------- 170

비밀의 수호자들 ----------------------- 184

수렴 ---------------------------------- 206

불꽃 ---------------------------------- 215

다섯 길 깊이 -------------------------- 221

부활절과 토템 ------------------------- 240

 

 

어설픈 정의감과 비열한 폭력이 만연한 세상에서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은 자가 그려내는

순수한 악, 그 참을 수 없는 매혹!

 

정의란 무엇인가? 최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정의일 것이다.

소설 저스티스맨은 정의란 무엇인가를 인물의 구체적 행위로 보여주고자 한다.

마치 정의란 그렇게 추상적이며 철학적이기만 한 개념이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이는 작가 도선우의 차별성이자 작가적 집념의 반영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저스티스맨은 행동하는 작가이고자 하는

도선우의 집념이 압축된 작품이다. - 강유정(문화평론가)

 

 

 

그는 마치 알 수 없는 어느 세계에 자신의 영혼을 걸어놓고 오로지 육신만 이 땅으로 내려와 허우적거리는 사람처럼 희미한 존재감을 지속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 자신도 그저 해가 뜨니 눈을 뜨고 돈을 벌기 위해 직장에 다니는 사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애써 부인하지 않았고 굳이 떠올리려 하지도 않았다. 그가 가장 잘하는 일은 그러므로 조용히, 드러나지 않게 숨죽여 지내는 일상을 건디는 것이었다.[p21]

 

그러고는 이윽고 분출하는 욕망의 에너지를 손끝으로 모아, 광기 어린 피아니스트처럼 키보드를 두들겨 모니터의 하얀 공간 속에 까만 활자를 개미 떼처럼 일렬로 세우기 시작했다. 치고 메우고 행을 바꾼 뒤 적절한 공간을 찾아 포토샵을 마친 사진 한 장 한 장을 마우스로 끌어 담았고, 그렇게 하나의 완성도 높은 게시물을 만들어냈다.[p41]

 

결국 객관적 저널리즘의 강령 따윈 토끼가 달나라에서 방아를 찧었다는 얘기보다 더 먼 동화 같은 이야기가 되었고 좀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며 확연하게 눈에 들어오는 제목을 지어야만 했다. 천박한 카피라이터가 되어야 했다. 기사의 질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부차적인 사항이었다. 누구라도 좋으니 일단 자신의 기사를 클릭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p58]

 

세상에는 각자의 생각과는 아무 상관 없이, 일종의 진리 같은 것이 살아 있고 알고 보면 그런 게 꽤 많이 존재합니다. 그러니 그것은 한 사람의 신념이 누군가에게는 허세나 고집으로 보일 수도 있지 않은가 하는 식의 문제와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지요. 그렇듯 명백한 진리에 대한 분별이 하나의 중심으로 분명하게 서 있다면 실제로 논쟁의 여지가 많은 미세한 차이의 이견들 가운데서도 현명하고 이로운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될 겁니다. 그것이 바로 앞서 말씀드려던 성숙한 의식 수준이자 지혜라는 게 저의 생각이고요.[p99]

 

카페에서의 권력이란 어떤 금전적인 이해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움직이는 세력만은 아니었다. 단지 자신의 목소리에 좀 더 힘을 싣기 위한, 소위 더 많은 관심을 받기 위해 벌이는 알력 다툼인 경우가 더 많았다. 돈 한 푼 생기지 않는 은밀한 암투에 그들이 왜 그리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가 하면 그것은 바로 실생활에서 충족할 수 없는 개인의 존재 가치를 그곳에서 새로이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p136]

 

몇몇 인터넷 언론사 논설위원들도 대형 언론사 논설위원들처럼 칼럼으로 반대 세력에 지지를 보냈지만, 노출 빈도수의 현격한 차이 때문에 그들만의 옹알이처럼 되고 말았다. 가공된 진실의 법칙이란 결국 다수 의견이라는 밭에서만 나고 자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힘의 균형이 동등할 때나 이루어지는 공식이었고 소수 의견일지라도 힘을 가진 자들의 구성이면 얼마든지 진실의 가공이 가능했다.[p164]

 

도시 전체가 불길에 휩싸여 있다. 검게 그을린 빌딩 표면으로 정오의 햇살이 날아와 부딪혀 흩어진다. 깨진 유리창이 불규칙한 도형의 형태를 그리고 그 속에는 짐작도 할 수 없는 크기의 어둠이 웅크리고 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간헐적으로 빛나는 몇 쌍의 광채, 한 치 앞을 알아볼 수 없는 검은 장막 속에 묻혀 있어도 어떻게든 시야를 확보해야만 하는 육식 동물의 고유한 눈빛이 그 속에서 단속적으로 살아 움직인다. 섬뜩할 만큼 날카로운 점멸, 흡사 공동묘지 위를 떠도는 원혼의 불꽃처럼 드러났다가 사라지는 그 광체의 한가운데는 극단의 두려움이 배어 있다. 두려움은 미세한 소리와 사소한 움직임에 빠르게 반응한다.[p215]

 

인간의 선의와 악의는 모두 가슴에서 자라 머릿속에서 형상화되고, 그것은 오롯이 눈을 통해서만 발현되기 마련인데, 어느 때부터인가 이 세계의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맞추지 않았으므로 진실을 구별하는 안목을 키울 수 없었다.[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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