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의 『일곱 개의 회의』는 출판사 비채에서 2020년 1월 10일 출판한 장편소설이다. 이케이도 준은 엔터테인먼트 즉 ‘재미’라는 소설의 본령에 가장 충실한 일본 최고의 스토리텔러로 1963년 기후 현에서 태어나 게이오기주쿠 대학을 졸업했다. 『일곱 개의 회의』는 중견기업 ‘도쿄겐덴’에서 발생한 미스터리한 사건을 중심으로, 은폐와 폭로의 기로에 선 직원들의 갈등을 8화에 걸쳐 그린 옴니버스 군상극이다
1화 잠귀신 핫카쿠 ------------------------------- 7
2화 네지로쿠 분투기 ----------------------------- 51
3화 결혼 퇴사 ----------------------------------- 99
4화 생업은 경리 --------------------------------- 171
5화 사내 정치가 --------------------------------- 241
6화 가짜 사자 ----------------------------------- 313
7화 어전회의 ------------------------------------ 355
8화 마지막 안건 --------------------------------- 415
회사는 전쟁터,
회의는 전투다!
“진심으로 네가 하는 일이 옳다고 생각해?”
한 중견기업에서 벌어진 추악한 사건…
은폐와 폭로의 기로에서 갈등과 반목이 거듭된다.
회의 1 오로지 질책뿐인 자와 힘겹게 변명하려는 자
회의 2 어떻게든 감추려는 자와 드러내려는 자
회의 3 끝까지 이기적인 자와 변함없이 이타적인 자
회의 4 고요히 기회를 노리는 자와 보란 듯이 빼앗는 자
회의 5 괴롭지만 직시하는 자와 비겁하게 외면하는 자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 한, 회의는 끝나지 않는다!
하라시마는 이 남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학업이며 스포츠며 뭘 해도 뛰어난 형과 달리 하라시마는 모든 것이 평범했다. 남보다 뒤떨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눈에 뛸 정도로 잘하는 것도 없었다. 동네 공립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고, 사이타마 현에서 이등 그룹에 속하는 고만고만한 인문계 고등학교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성적은 중상 정도였다. 탁구부에서는 삼 년 만에 간신히 정규 멤버가 됐는데 단체전 이 차전에서 패배했다. 이번에야말로 잘해보겠다며 덤빈 개인전에서도 운 나쁘게 강한 학교의 선수와 붙는 바람에 첫 시합에서 어이없이 눈물을 삼켰다.[p15]
‘네지로쿠’는 일대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나사 제조업체였다. 1907년에 창업해 중소 철강도매상이 밀집한 오사카 시 니시 구에서도 손꼽힐 만큼 유서 깊은 회사이다. 창업자 미사와 로쿠로가 손수레 한 대로 시작해 직원이 열 명쯤 되는 소규모의 건실한 토대를 만들었다.[p52]
사카도에게 견적을 보내기 전, 고생 끝에 산정한 금액을 보며 이쓰로는 이건 영세기업 나름의 발버둥이라고 새삼 생각했다. 혹독한 세상과 싸우며 거친 파도를 뚫고 살아남기 위해 한껏 발돋움한 거라고, 네지로쿠는 어디를 어떻게 두드려봐도 이보다 더 낮게는 견적을 낼 수 없다. 빠듯하게 깎은 이 가격은 지금 내놓을 수 있는 최저 수치이다. 과장되게 들릴지 모르지만 영세기업 경영자로서 온몸과 온마음을 건 가격이었다.[p69]
하지만 유이도 인간이다. 아무리 처음에는 받아들이던 일이라도 질리고 지루해지고 못 견디게 될 수 있다. 생활의 안정을 위해 참고 계속 다니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만두고 자신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 또한 살아가는 과정에서는 훌륭한 선택 아닌가. 자신을 찾는다니 흔해빠진 말이지만 지금의 유이 심경에는 가장 가까운 말일지도 몰랐다.[p104]
오년 동안 도쿄겐덴이라는 회사에서 유이는 주체성 없는 부품이었다. 시키는 대로 업무를 수행하고, 눈에 띄는 일 없이 그저 한결같이 일에 매진하는 말 없는 부품이었다. 회사뿐 아니라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자신은 부품이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 사람의 기분을 만족시키고 안정시키기 위한 편리한 부품. 부품이 되어버린 것은 의사나 감정은 있어도 상황에 맞설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p128]
가모다에게 대놓고 맞설 수 있는 인간은 여기없다. 가모다에게는 실적 동향을 읽어내는 확실한 눈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 실적이 어떤 추이를 보이다 어느 선에 도달할지, 회사 전체의 모습을 한 발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간파한다.이 능력 덕분에 가모다는 언젠가부터 미야노 사장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고, 과장이지만 이미 장래 임원 후보로 지목될 만큼 사내 평가도 호의적이었다.[p173]
제기랄. 썩어빠진 것들. 죽어버려라……. 퇴근길 전차 안에서 닛타는 머리가 분노로 팽창해서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이라 승객의 반 이상이 취객이었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열받게 하는 놈뿐인 것처럼 보였다.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오른 닛타는 사소한 일로 싸움이라도 벌이고 싶을 정도로 짜증이 났다. 학생인 듯한 남자가 다리를 쭉 뻗은 채 조는 태도에 화가 치밀어서 가만히 노려보았지만, 운 좋게 그가 닛타의 시선을 눈치채는 일은 없었다.[p230]
뱃사람이 되고 싶다. 어린 시절 사노의 꿈이었다. 저 항구에서 배를 타고 나가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는 거다. 외국에는 분명 본 적 없는 아름다운 항구가 있으리라. 거기에는 가슴 두근거리는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오래 입어 낡은 반팔 셔츠에 물려받은 반바지, 맨발에 샌들을 아무렇게나 걸쳐 신고 바다를 바라보는 어린 사노의 머리카락을 바닷바람이 흔들고 가면 조수 냄새가 등을 다정하게 쓸어주었다.[p244]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에 어머니는 혼자서 식당을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지기 싫어하고 늘 밝은 어머니였다. 남편을 잃은 삼십대의 말쑥한 여자라는 점도 남자 손님의 관심을 끄는 이유였을지 모른다. 아버지가 하던 시절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어머니의 식당은 무척 번성해서 카운터가 늘 단골손님으로 가득했다. 어머니는 오후 5시에 가게를 열어 자정에 문을 닫을 때까지 쉬지 않고 일했고, 그렇게 번 돈으로 기타가와를 대학까지 보내주었다.[p326]
소닉의 조사팀이 사내에 들어와 있던 일주일은 성난 파도처럼 지나갔다. 부정에 관여한 모든 부문에서 닥치는 대로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관계자에 대한 청취도 거듭되었다. 마지막 날, 조사팀이 본사로 돌아갈 때 가지고 나간 종이박스가 서른 상자에 이르는 것을 보고 사정을 모르는 직원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을 정도였다.[p401]
형에 대한 경쟁의식과 패배.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은혜와 의리, 어찌할 수 없는 가정 사정…… 협소한 정신 구조 속에서 발버둥 치면서 현실 도피를 할 수 있을 만큼 느슨한 사람도 아니다. 그것이 바로 사카노 노부히코라는 남자의 진실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너무 몰아세운 나머지 사카도는 길을 잘못 들고 말았다.[p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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