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훈이 쓴 『산호새의 비밀』은 출판사 몽실북스에서 2015년 5월 20일 출판한 장편소설이다. 이태훈 작가는 30년 가까이 특허 정보로 밥을 먹고 살아온 특허 전문가이다. 1976년 부산시 교육위원회 시조 부문 특선, 2002년 제21회 크리스천 신인문예 시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였으며 장편동화 <숲속의 빨간 신호등>은 ‘사람과 환경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산호새의 비밀』의 산호새는 ‘산에는 호랑이도 살고 새도 사네’의 약자라 한다. 1년에 200권씩 책을 읽어 내는 책 덕후로 상상력의 정점에 있는 장르인 추리물을 열심히 읽다가 드디어 특허 추리물을 펴냈다고 한다.
창과 방패의 제도!!
[특허]를 둘러싼 국내 최초 추리소설
천재 변리사 송호성이 사무실 부근 골목에서 살해 당했다.
같은 직종에 몸담고 있던 죽마고우의 죽음을 목격한 변리사 강민호.
충격으로 기억을 통째로 잃어버리고 유력한 용의자로 몰리게 된다.
결코 수습 변리사를 들이지 않는다는 변리사 송호성
그가 5년 만에 들인 수습 변리사 선우혜민
어쩐지 비밀스러운 사연을 많이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강남경찰서는 이들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집중적으로 조사하게 되는데…
변리사는 기업들이 세상에 제품을 내놀기도 전에 기술에 대한 설명을 가장 먼저 듣게 된다. 그리고 이를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특허 등록 작업을 해준다. 그런데 만약 경쟁 관계에 있는 두 기업이 같은 특허사무소에 특허 의뢰를 하면 어떻게 될까. 이럴 경우 특허사무소는 경쟁 관계에 있는 두 회사를 동시에 고객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중에 두 기업이 그 사실을 알게 될 경우 기업은 자신들의 기업 비밀이 상대기업에게 유출되었다고 추정하고 특허사무소를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p14]
강민호와 송호상이 유일하게 함께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동아리 활동이었다. 강민호는 클래식 음악 동호회에 들었는데 음악을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음악 감상실에 놓여 있는 반짝이는 오디오와 커다란 스피커 그리고 안락한 의자가 좋아서였다. 점심을 먹고 나서 폭신한 의자에 몸을 파묻고 무슨 음악인지도 모른 채 듣고 있노라면 저절로 잠에 빠져 들었다.[p40]
직원 다섯 명이 같이 작업을 한다고 해도 적자를 보는 것은 불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뻔했다. 장인들의 작품이라면 완성품 단가가 높아야 하겠지만 특허라는 시장은 변리사가 계속 배출되고 특허사무소가 계속 늘어나면서 진흙탕 시장이 되어 갔고 특허 작성에 따른 수수료는 계속 내려갔다. 특허 시장은 수요보다 공급이 언제나 넘쳐났다. 그걸 알아차린 사람들은 여차하면 다른 특허사무소로 간다고 위협하며 계속 수임료를 내렸다. 물론 그러면서 특허 명세서의 품질은 최상을 요구했다.[p47]
직원들과의 첫 만남이라 옷에 신경을 쓴다고 입은 짧은 치마 때문에 종아리가 더 시렸다. 높은 구두도 어색했다. 그녀는 이런 정장 패션을 즐겨 입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정식으로 첫 출근을 하는 날이지 않는가. 좋은 인상을 보여야 했다. 먼저 사회생활을 시작한 친구들에게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들은 말은 첫날에 무조건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p55]
송희는 환하게 웃으며 선우혜민의 자리를 챙겼다. 선우혜민은 사회생활 자체가 처음이라 하나부터 열까지 송 차장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인터넷 아웃룩 이메일 계정을 설정하는 법, 사내 메신저를 깔고 파일을 주고받는 법, 전자 결재를 진행하는 법, 특허청 전자 출원을 실시하는 법, 심지어는 전화 응대를 하는 법이며 업무적인 메일을 주고받을 때 인사말 적는 법까지 하나하나 배웠다. 그리고 점심을 먹는 식당은 어디가 좋고 어디가 나쁘며, 커피를 마시는 카페는 어디가 싸고 맛있으며 양이 많은지도 배웠다.[p66]
김태근은 저런 식으로 얼마 안 되는 지식을 뽐내는 이경주라는 자를 믿을 수 있을지 혼란스러웠다. 사람의 인품은 자신의 지식을 드러내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상대를 배려하는 여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던가. 상대에 대한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저런 사람을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게다가 반팔을 입고 다니는 6월에 뜨거운 녹차라니. 열 받은 머리에 열이 더 뻗칠 것만 같았다.[p125]
거리는 조금씩 어둑해지고 있었다. 낮이 길어져 저녁 8시가 다 되어 가는데도 거리는 아직 환했다. 가로등은 하나둘 불을 밝혔고 자동차들도 도로를 밝히기 시작했다. 세상은 낮이나 밤이나 분주했다. 옆에서 사람이 죽어도 눈도 깜박하지 않았다. 그들의 죽음은 그저 텔레비전의 뉴스에 등장하는 먼 타인의 이야기였다. 흐릿한 술집에서 맥주잔에 사라져 가는 안줏감에 불과했다.[p145]
우리나라는 내부적으로 청년 실업이 끊임없이 증가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고 외부적으로는 중국, 인도 등에 밀려 기술 경쟁력이 낮아져 수출이 점점 힘들어지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게다가 국가 정보원은 날로 교묘해지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p186]
그러나 김태근은 오랜 경험과 숙련된 시각으로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살인 사건은 가능한 일반적인 관점에서 비켜나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야 한다. 눈에 선명하게 보이는 것들은 오히려 수사에 방해가 될 가능성이 컸다. 커다란 음모와 실체가 숨어 있지만 살인은 그 사이에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어떤 사건 속에서 감정의 격화로 우발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고, 치밀한 계획 속에서 짜인 각본대로 움직여 발생할 수도 있다. 지금은 그 어느 것도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p263]
선우혜민은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었다. 아직 새파란 청춘이지만 지금처럼 극도의 공포를 느낀 적은 없었다. 거대한 쓰나미가 동네를 통째로 집어삼키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지금이 그와 같았다. 거대한 공포가 선우혜민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심장이 너무 심하게 뛰었다. 손으로 심장을 쓰다듬어 진정시켜야 했다.[p282]
꽝. 콰쾅. 폭파물 터지는 소리와 함께 화재경보기가 동시에 울리기 시작했다. 화장실 주변에서 꺅 하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기동대원들이 우루루 몰려갔다. 무장한 경찰경비대가 군견과 함께 뛰어갔다. 호각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공황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람들은 밀치고 달리고 넘어졌다.[p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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