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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만만세/직장인이 버려야 할 잘못된 습관

음식 타박

by 유일무이태인 2023.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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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르르 윤기가 흐르고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음식이 있다.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를 만한 유별난 음식들은 미식가를 유혹한다. 한입 깨물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르며,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양보하기보다는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이다. 음식에 대하여 특별한 기호를 지닌 이들은 이러한 음식을 찾아 천릿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보는 즐거움에 만족하지 않고 먹는 즐거움에서 행복을 찾는다.

 

미식가는 유별난 맛을 음미하기 위해 음식을 먹는다. 반면에 직장인은 배를 든든히 채우기 위해 음식을 먹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옛말은 미식가에게는 어울리지 않으나 직장인에게는 친근한 속담이다. 자연을 정복할 수 없었던 시절의 농경문화는 인간에게 풍요로움보다는 빈곤을 안겨주었다. 극심한 가뭄을 겪은 해에는 풀뿌리를 캐서 먹고 살아야만 했다. 이러한 조상의 핏줄을 이어받은 우리네는 배가 불러야 흥이 났던 것이다.

 

대다수의 미식가들은 사회적으로 안정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삶에 쫓기어 허덕이지 않으며, 마음의 여유를 지니고 생활한다. 반면에 일반적인 직장인들은 사회적으로 안정된 위치에 서고자 하나 부족한 2%를 채우지 못하고 하루하루 쫓기듯 살아간다. 모두가 미식가를 꿈꿀 수 있으나 누구나 미식가가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미식가들은 입맛이 까다롭다. 그러나 결코 음식을 타박하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잔반을 절대 남기지 않는 특질을 지니고 있다.

 

미식가를 동경하는 직장인들이 더러 있다. 개중에는 그들이 지니고 있는 삶의 여유를 배우기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유별함을 흉내 낸다. 창조적인 모방이 아니기에 불협화음이 들려온다. 조용히 맛을 음미하지 않고 유별난 음식을 맛보았음을 떠벌이느라 정신없다. 간혹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맛이 느껴지지 않으면 쓰잘머리 없이 주인장을 불러 미주알고주알 시부렁댄다. 미식가는 섣불리 맛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미식가도 좋고 어설픈 흉내쟁이도 좋다. 유별난 음식을 맛보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먹는 즐거움을 드러내놓고 권장하는 시대에서 살고 있다. ‘맛대맛’, ‘맛있는 TV', ’최고의 요리비결등 음식 관련 프로그램이 공중파에 등장하여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보릿고개 시절에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음식문화가 생활수준의 향상과 함께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찾아다니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을 끊임없이 유혹한다.

 

오정은 미식가를 동경한 적은 있으나 어설픈 흉내쟁이는 되지 않았다. 보릿고개 시절을 겪은 마지막 세대로서 미식가의 흉내는 사치로 여겼다. 어린 시절에 입맛은 까다로웠다. 편식과 반찬투정을 했으며, 시각적으로 이상하게 생긴 음식에는 젓가락을 대지 못했다. 족발이나 순대, 손발 잘려 꿈틀대는 낙지 등에는 젓가락질 한번 한 적이 없다. 이러한 입맛을 변하게 해준 곳이 군대였다. 군 제대 이후 편식과 반찬 투정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으며 가리는 음식이 없어졌다.

 

열악한 군대 생활을 이겨내면서 음식 타박이나 잔반을 남기는 것은 사치요 죄악이라는 것을 몸에 익혔다. 군대가 그에게 준 유일한 선물이었다. 그는 지명이 가까운 나이까지 이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는 대한민국의 사나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야 하는 길이다. 물론 신의 아들이나 장군의 아들이라고 불리는 인간들은 요리조리 재주를 부려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이 못내 아쉽지만 사회 구조가 그러한 걸 어찌하랴.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신의 아들과 장군의 아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석기산업과 지구산업은 회사에서 식사를 제공하여 때만 되면 어느 메뉴를 택할까라는 고민을 덜어 주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군대 짬밥보다 좋았으며 자율배식이었다. 잔반을 남길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그의 생각이었고 다른 이들은 같은 생각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자신이 먹을 양 이상으로 배식하였으며 잔반을 버리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 하지 않았다.

 

잔반을 버리는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음식이 맛없다고 불평을 한다. 입덧하는 임산부의 음식타박이야 애교로 받아 줄 수 있지만 신의 아들과 장군의 아들을 흉내내는 이들의 음식타박은 들어주기 역겨울 때가 있다. 그들은 기아와 빈곤으로 매일 25천명이 숨지고 있으며 매년 5세 미만 어린이 600만 명이 굶어 죽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면서 산다. 신의 아들과 장군의 아들로 태어난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단지 자신이 잔반을 버리는 무리에 포함되어 있다면 그 사실만은 부끄러워하자.

 

신의 아들과 장군의 아들이 아니라면 굳이 그들과 한울타리에서 놀아보려고 노력하지 마라. 기아와 빈곤을 근절하기 위한 운동에 참여하라고 권유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부모 세대가 보릿고개의 고통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쏟은 땀방울을 기억해 달라고 애원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음식타박이나 잔반을 남기는 버릇이 남아 있다면 이것만은 확실히 떨쳐내라고 강요하고 싶다.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양만을 식판에 담는 습관을 몸에 익혀라. 미식가가 지니고 있는 유별함보다는 삶에 대한 마음의 여유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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