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 보면 하는 일이 술술 잘 풀릴 때가 있고, 일이 꼬여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십중팔구 막힘없이 잘 나갈 때는 내가 잘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생각한 것과 전혀 반대의 방향으로 전개되면 내 탓이라는 생각은 잠수하고 네 탓이라는 생각이 전면에 나선다. ‘잘 되면 내 탓, 안 되면 네 탓’은 우리 민족에게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악습 중의 하나이다.
몇 해 전에 ‘네 탓이요’라는 캠페인이 전개된 적이 있다. 모든 잘못이나 실수를 남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내 탓이라는 자기반성을 통해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여 살맛나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많은 이들이 자동차에 ‘내 탓이요’라는 스티커를 부착하고 적극 호응하여 처음엔 자리를 잡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내 탓이요’ 캠페인은 완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유야무야됐다.
옛말을 살펴보면 고기 못 잡는 선장이 배를 나무라고, 선무당이 장구 탓하고, 쟁기질 못 하는 농부가 소만 탓하고, 서툰 목수가 연장 탓한다고 매사 남의 탓으로 떠넘기기를 좋아하는 우리네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시집가서 소박을 맞아도 내 탓보다 궁합 탓이라고 하고, 쌀독에 양식이 떨어지면 며느리가 밥을 많이 먹는 탓이라 한다. 가난한 것은 내가 일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조상 탓이요, 만사가 꼬이면 묏자리 탓을 한다. 자기반성을 통한 발전보다는 남의 탓을 통해 그 순간만을 모면하려고 한다.
우리네 사회에서 네 탓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대표주자를 손꼽으라 하면 열명 중 아홉은 정치인을 가장 먼저 지적할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들여다보면 엘리트이나 뭉쳐서 하는 일들은 날라리들이 하는 것보다 못한 행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마 ‘내 탓이요’ 캠페인이 시작됮ㄴ 단초도 그들이며, 캠페인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분위기를 은연중에 조성한 이들도 그들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들은 입만 열면 국가와 민족 나아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번지르르하게 말을 한다. 하지만 실체를 들여다보면 자신만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으며, 허구한 날 남의 탓만 하고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은 모두가 올바른 일이고 상대편이 하는 일은 모두가 잘못됐단다. 추진하던 일이 잘못되면 내 탓이 아니고 상대편이 도와주지 않아서란다. 개중에 가끔 내 탓이라고 고백하는 이도 있으나 그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진정한 자기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 매일 이러한 모습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다 보니 일반 대중들도 네 탓이라는 의식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史오정은 솔직히 석기산업에서 퇴출됐을 때 자신은 잘못한 게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성실하게 열심히 근무했기에 석기산업에서 자신에게 취한 조치는 부당한 것이요, 비열한 것으로 생각했다. 모든 것을 석기산업 탓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구산업의 일원이 되어 지난날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하나 둘 보게 되었다. 성실하게 열심히 근무하는 것은 직장인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이며 그 이외에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플러스알파를 보여줄 수 있는 직장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자기서약을 읊조리고 십계명을 마음으로 몸으로 실행하면서 점점 긍정적인 직장인으로 거듭났다. 네 탓으로 돌리기 전에 내 탓이라는 의식을 먼저 가지려는 것도 그 중의 하나였다. 모든 것이 내 탓이라는 생각을 지니게 되자 문제에 대한 답이 보이기 시작했고, 석기산업을 통해서 받았던 마음의 상처는 아물어 가고 있었다. 주위에서 누가 흔들어댄다고 해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감을 몸에 지니게 되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잘못된 일이 발생하면 상사 탓, 동료 탓, 부하 탓으로 떠넘기기 전에 자신이 잘못하거나 실수한 것이 무엇인가 먼저 확인하기 바란다. 네 탓이라는 의식은 순간을 모면할 수 있도록 해줄지 모르지만 불신을 초래할 것이다. 반면에 내 탓이라는 의식은 찰나적으로 낭패감을 맛보게 하나 궁극적으로 신뢰를 회복시켜 줄 것이다. 하루 이틀 근무하다가 떠날 직장이라면 네 탓을 외쳐도 된다. 하지만 정년까지 근무해야 할 직장이라면 내 탓이라는 의식을 몸에 지니기 바란다.
우리네 사회가 ‘네 탓이요’를 부추긴다고 해서 같이 휩쓸리지 말자. 책임감이 결여된 ‘네 탓이요’는 반드시 쫓아내야 할 공공의 적이다. ‘네 탓이요’는 우리네 사회에서 무질서와 불법이 난무하도록 만든 주범이다. 네 탓만 있고 내 탓이 없는 시대적인 불감증을 떨쳐내는 데 힘을 모아보자. 상대를 배려하고 정이 넘치는 사회를 동경한다면 ‘네 탓이요’를 가까이 하지 말고 ‘내 탓이요’와 친해지기 바란다. ‘네 탓이요’라는 거짓이 ‘네 탓이요’라는 진실을 결코 이길 수 없는 살맛나는 사회를 만들어 보자.
'직장생활만만세 > 직장인이 버려야 할 잘못된 습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 (0) | 2023.05.26 |
---|---|
땡출근 땡퇴근 (1) | 2023.05.17 |
음식 타박 (0) | 2023.04.27 |
마음 따로 몸 따로 (0) | 2023.04.19 |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다 (0) | 2023.04.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