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잘 지내고 계시죠. 전 어머니의 염려 덕에 하루하루 별 어려움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는 하지만 수년간 전혀 찾아오지 않으셔서 아주 많이 섭섭하답니다. 가끔 꿈에 오셔서 저를 가만히 안아주실 때 얼마나 마음이 포근하고 기뻤는지 모릅니다. 바쁘시더라도 가끔, 아주 가끔이라도 찾아와주세요.
어머니!
있을 때 잘하라는 옛말이 틀린 것 하나 없음을 가슴 깊이 절감합니다. 떠나시고 난 뒤 어머니의 빈자리가 너무너무 커서 종종 그리움의 눈물을 흘린답니다. 계실 때 잘했어야 하는데 무엇 하나 제대로 해드린 것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뒤늦게 후회막심을 읊조리는 저 자신이 정말 싫어집니다. 지금이라도 후회 없도록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저 허공을 바라보며 쓴웃음만 날려봅니다.
어머니!
또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마치 논문 마감이 내일인데 아직 절반도 채 쓰지 못한 학생처럼 혼비백산하여 허둥대는 제 모습에 서글픔을 느낍니다. 어른이 되고 싶어 안달하던 시절에는 지겹도록 더디게만 흐르던 시간이 어느 순간부터는 잡아두고 싶어도 쏜살같이 저에게서 달아납니다. 아쉬움에 계속 손을 뻗어보지만 흐르는 물을 손에 쥘 수 없듯이 흐르는 세월 역시 붙잡을 수 없겠지요.
어머니!
날씨가 흐립니다. 눈이 내리려나 봅니다. 창밖의 세상은 칙칙하기만 합니다. 사람들의 발걸음에서 생기를 느낄 수 없습니다. 아마도 지금 제 마음이 어둡기 때문에 세상도 어둡게만 보이는 것이겠지요. 이제 밝은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연습을 시작해 보려 합니다. 마음의 문을 닫고 사는 것은 결코 삶을 유쾌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밝고 힘차게 세상 속으로 뛰어들고 싶습니다. 저에게 힘을 보태주실 거지요? 눈이 펑펑 내립니다. 세상이 새하얗게 변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왜 시간이 갈수록 제 삶은 더 팍팍해지는 걸까요. 남들은 모두 여유롭게 사는 것 같은데 저 혼자 아등바등하는 꼴이 가관이랍니다. 이 애처로운 꼴을 지인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또 다시 아등바등하는 것은 저의 마지막으로 남은 자존심 때문일 겁니다. 풍요 속에서 멋들어지게 살아보려던 꿈은 도무지 이루어질 기미가 안 보입니다. 저 자신이 부족해서인 줄을 알면서도 받아들이기가 싫은 것은 왜일까요? 내일은 오늘과 다른 모습으로 눈부신 아침햇살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어머니!
부실 시공된 건축물에 둥지를 튼 것처럼 아슬아슬한 현재의 삶이 두렵습니다. 지금껏 너무 안일하게 살아왔음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이제부터라도 제가 만들어놓은 삶의 물길을 바꾸고 싶습니다. 새로운 길을 걷는다는 게 쉽지 않은 선택임을 압니다. 그러나 더 늦기 전에 도전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는지요. 어머니께서 응원을 보내주신다면 없던 힘도 솟아날 것 같습니다.
어머니!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이 들 때 의지할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인지요. 항상 변함없이 저에게 귀를 기울이고 저의 처진 어깨를 다독거려주는 어머니가 제 곁에 있다는 것은 단언컨대 축복입니다. 의지할 곳이 없어 소주로 허한 마음을 채우고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그런 사람들의 대열에 함몰되지 않고 맨 정신으로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으로 저를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가 늘 제 곁에 있어주셔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보고 싶습니다. 그립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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