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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정글/자영업 정글이 나를 속일지라도

비와 매출의 함수관계

by 유일무이태인 2023.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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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이시여!

정녕 나를 버리시나이까?

어찌 오늘도 아침부터 이리 비를 뿌리시나이까?

이젠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지난달에는 꾹 참았습니다.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 달에도 저를 외면하시니 더는 참기가 어렵습니다.

입에서 거친 말이 주저 없이 튀어나오고 있습니다.

제 잘못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굵은 빗줄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 같다. 이제는 우산 쓴 사람들마저 자취를 감추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강한 빗줄기는 고객의 발길을 아예 끊어버렸다. 오늘 장사도 허탕이다.

 

자영업 정글에 뛰어들기 전까지만 해도 날씨에 그리 민감하지 않았다. 비가 오면 오나 보다, 눈이 내리면 내리나 보다, 날씨가 화창하면 화창한가 보다 하고 무덤덤했다. 태풍이 몰아치거나 폭설로 교통대란이 일어나야 그제야 약간, 아주 약간 걱정하는 정도였다. 텔레비전으로 뉴스를 보다가도 기상 캐스터가 나오면 채널을 돌렸다. 내 삶에서 날씨는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자영업 정글에 뛰어든 뒤로는 얘기가 달라졌다. 날씨를 체크하는 것도 내 주요 일과 중 하나가 됐다. 매출이 날씨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자가 되면서 비가 오는 날을 매우 싫어하게 됐다. 너무 덥거나 추운 날씨도 매출에 도움이 안 되지만, 비는 특히나 매출에 악영향을 끼친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화창한 날에 비해 매출이 적게는 2분의 1에서 많게는 3분의 2까지 줄어든다. 어차피 뛰어든 자영업 정글이니 도피할 수 없다면 여기서 돈을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고 싶다. 그런데 비라는 불청객은 이런 각오마저 허무하게 무력화시킨다. 일주일에 한 번 내리는 비도 반갑지 않은데 장마라도 시작되면 울화가 치밀어 몸에 병이 생길 지경이 된다.

 

물론 비가 모든 자영업자에게 울화통거리인 것은 아니다. 우산장수는 비가 자주 내릴수록 쾌재를 부를 것이다.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도 비가 내리면 콧노래를 부를 것이다. 군인들도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듯하다. 우리 곤이는 군 복무 시절에 비가 내리는 날이면 덩실덩실 춤을 췄다고 한다. 고된 훈련을 안 받게 되니 너무 좋다나 뭐라나. 아비는 장사가 안 되어 속을 끓이고 있는데, 에휴…….

 

물론 속을 끓여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안다. 하늘이 주관하는 날씨를 인간인 내가 어찌하겠는가. 바꿀 수 없는 날씨를 탓하거나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애를 태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란 생각이 요즘 들어 많이 든다. 이제부터는 비 오는 날의 여유를 하늘이 내 찌든 삶에 내려주는 단비로 여기자고 마음먹어 본다. 그 여유를 활용해 삶의 활력을 되살리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일하면서 쌓인 육체적 피로를 풀러 사우나에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일에 쫓기다 보니 소원해져가는 친구를 만나 회포를 푸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자영업 정글에 뛰어든 뒤로 친구들과의 만남이 뜸했다. 초기에는 매출이 꽤 잘 나오고 근무인원이 많았음에도 나 자신이 직장에서 퇴출되어 음식장사를 한다는 게 부끄러워 친구들과의 만남을 제대로 갖지 못했다. 그 뒤로는 근무인원이 줄어서 내게 가게를 비울 틈이 없기도 했고, 못난 남편 만나 고생하는 전 여사에게 눈치가 보여 밖에 나가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다.

 

앞으로는 추적추적 비가 오는 날에는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신세 한탄으로 시간을 보내지 않을 것이다. 그리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소주 한잔을 청해보리라. 그리고 사우나의 뜨거운 공기 속에 몸을 맡기고 묵은 피로를 씻어내야지. 이제부터라도 그동안 잊고 지냈던 일상의 작은 행복들을 되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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