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물질만능주의로 변모하면서 오롯한 정이 점점 메말라간다. 물질문명의 발달로 생활은 편해졌으나 정신은 점점 피폐해지고 있다. 작은 것에서 느끼던 사소한 감동이 더 이상 살아 숨쉬지 않는다. 정상적인 노동의 대가를 원하기보다는 한방에 인생이 역전되기를 갈망한다. 누굴 탓할 것인가. 우리네가 만들어 논 덫에 발목이 끼인 꼴인 걸. 생활이 편해지다 보니 힘든 일은 처음부터 시작하려 하지 않는다. 점점 편하고 쉬운 것만 찾고 있다.
근면 성실한 사람들이 천대받는 시대이다. 한 푼 두 푼 푼돈을 모으는 재미가 사라진 시대. 티끌 모아 태산의 미덕이 실종된 시대. 근검절약을 부담스러워하는 시대에서 살고 있다. 슬프고, 가슴 아프며, 곤혹스럽다. 지금 우리 시대의 자화상은 웃음을 잃어버렸다. 여유가 보이지 않는다. 소박함이 상실되고 일확천금만을 꿈꾸는 사람들의 그림자로 가득 차 있다. 천릿길을 한 걸음부터 시작하려는 기본자세가 보이지 않는다. 뱁새가 황새를 좇아가려고 가랑이를 찢고 있지만 그 누구도 주의를 주지 않는다. 모두가 무관심하다.
6개의 숫자가 소시민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당첨확률이 약 814만 대 1로 그 가능성이 실질적으로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매주 4∼5명씩 1등 당첨자가 탄생하는 것을 지켜보는 소시민들은 자신도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 로또복권을 구입한다. 로또의 불가능한 당첨 확률은 고사하고 로또가 사행심을 부추기며 배금주의와 물질주의를 키우고 한탕주의를 부르는 등 그 폐단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로또를 찾는 발길은 멈추지 않고 있다.
로또복권은 불법적이고 사행성이 높은 도박행위 등을 대체 또는 감소시켜 국민에게 생활 속의 건전한 레저문화의 하나로 정착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단다. 사탕발림이 아닐 수 없다. 로또 자체가 한탕주의를 부추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전한 레저문화라고 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옹’하는 것과 같다. 그간 많은 복권들이 발매되었지만 로또만큼 전 국민을 현혹한 복권은 없었다. 자신이 원하는 번호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다른 복권보다 중독성이 크고 그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추첨일 하루 전에 파란 옷을 입고 직접 번호를 골라 “당첨되면 다른 사람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로또를 사면 당첨된다는 미국식 로또 당첨 비법이 공개된 적도 있다. 이 외에도 이전 당첨 숫자를 이용하는 ‘회귀법’, 45개 숫자를 3그룹으로 나누는 ‘3분법 패턴’, 확률 공식을 활용한 ‘포아송(삼각수) 공식’ 등 한국식 로또 당첨 비법이 공유되고 있다. 띠별 운세나 꿈 해몽으로 6개의 숫자를 점쳐주는 인터넷사이트와 로또 당첨 비법을 담았다는 책이 출간되어 로또 공화국의 벽을 굳건히 다지고 있다.
정말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당첨되면 다른 사람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로또를 구입하고, 이를 실행한다면 로또는 분명 생활 속의 건전한 레저문화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보다는 한탕주의와 인생역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지금도 로또 지상주의자들은 6개의 숫자가 주는 환상을 향해 불나방처럼 무모하게 뛰어들고 있다. 땀을 무기로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잔머리를 굴려 백만장자의 대열에 합류하려고 하는 것이다.
직접 일을 하지 아니하고 얻는 수익을 불로소득이라고 한다. 로또 당첨금은 불로소득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일부 로또 지상주의자들은 6개의 숫자 생성을 위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연구하는 점을 내세워 불로소득이 아니라고 우기기도 한다. 강아지가 웃을 일이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불로소득이 로또 당첨금으로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투기로 얻는 불로소득, 도박을 통해 얻는 블로소득, 타인보다 우월한 위치를 이용하여 얻는 불로소득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단언컨대 불로소득이 넘치는 사회는 병든 사회이다. 불로소득은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꿈을 빼앗고, 꿀벌처럼 부지런한 사람들의 희망을 뭉갠다. 불로소득이 발을 붙일 수 없는 완벽한 사회를 만들 수는 없겠지만 근면 성실한 사람들의 미소를 앗아가는 불량사회를 만들어서는 결코 안 된다. 농부가 땀을 흘리지 않으면 먹을 양식이 없어지고, 공장이 가동되지 않으면 물건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물질만능주의, 배금주의, 한탕주의에 물들어 버린다면 땀을 흘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현실에 대한 헛된 기대보다는 정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합당한 대가를 받으려는 참된 직장인의 꿈을 갖기 바란다. 인생대박의 꿈을 불로소득에서 찾으려 하기보다 잠재되어 있는 능력을 계발하는데 주안점을 두자.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해 한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여 사회적으로 확고한 위치를 구축한 한발 앞선 직장인들을 인생의 목표로 삼자. 이것이 진정한 인생 대박의 길이다. 지니고 있는 능력이 부족하여 한발 앞선 직장인들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하더라도 평생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하려고 하는 근면 성실한 사람들의 설 자리를 빼앗는 데 앞장서는 인간만은 되지 말자. 한탕주의와 배금주의가 넘쳐나는 사회가 되도록 두 팔 걷고 앞장서는 인간만은 정말 되지 말자.
'직장생활만만세 > 직장인이 버려야 할 잘못된 습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탓 네 탓 (0) | 2023.05.09 |
---|---|
음식 타박 (0) | 2023.04.27 |
마음 따로 몸 따로 (0) | 2023.04.19 |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다 (0) | 2023.04.07 |
연봉 받는 만큼만 일을… (0) | 2023.03.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