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의 『모던타임스』는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에서 2008년 8월 20일 출판한 장편소설이다.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스>를 21세기 버전으로 각색한 이 소설은, 정보화 사회의 시스템에 갇힌 인간들이 보이지 않는 세력과 벌이는 잔혹한 대결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발군의 실력이 돋보이는 대화체 구성에 눈을 뗄 수 없는 페이지 터닝, 사회적 메시지를 경쾌하게 풀어내는 작가의 힘은 단연 최고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작품이다.
시스템은 예외를 싫어해.
그러니 예외적인 사람도 좋아하지 않지.
용기와 상상력, 약간의 양심이면 충분하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이사카 월드의 코믹 잔혹 액션극
특별한 것 없는 몇 가지 단어들을 검색한 사람들이 차례로 사건에 휘말린다.
순진한 후배가 성폭행범으로 몰리고, 이기적인 상사가 느닷없이 자살을 하며,
바람둥이 친구가 좋아하던 여자에게 찔려 사경을 헤맨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는….
때론 못 본 척 도망치는 것도 용기라지만, 진실을 알고 싶은 욕구는 도저히 멈출 수 없다!
“사람은 하루하루 필사적으로 살아가고 있어.
따분한 일을 하고, 누구랑 입씨름을 하는 보잘 것 없는 일들이 쌓이고 쌓여서 인생이 완성되지.
그런데 만약 그 사람의 일생을 요약하려 들면 그런 변함없는 일상은 생략돼 버려.
소박하고 시시하니까.
하지만 말이야, 인간에게 정말로 중요한 건
바로 그 요약되어 사라져 버린 일상의 일이라고“
키도 크고 어깨도 떡 벌어진 게 무슨 격투기 선수 같다. 자수가 놓인 검은색 블루종에 면바지를 입고 있다. 손에는 가죽 장갑을 들고 있다. 표정은 모르겠다. 입가가 온통 수염으로 덮인 데다 눈에는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어 전체 생김새가 파악이 안 된다. 하지만 앳된 분위기는 느낄 수 있었다. 이외로 어린지도 모르겠다.[p 8]
오른쪽 바로 앞에 창백한 얼굴의 안경잡이 청년이 앉아 키보드를 두들기며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었다. 비만 체형으로 키는 나보다 작은데 가로폭은 나나 오이시의 곱절은 되어 보였다. 학원에서 나머지 공부를 하는 학생 같았다.[p51]
너무나도 명료하고 자신만만한 착각에, 차라리 그가 존경스러웠다. 물을 따라주며 웨이트리스가 다가왔다. 나는 컵을 앞으로 내밀었다. 물이 작은 소용돌이를 그리며 컵에 담겼다. 문득 그녀를 올려다봤다. 화장은 옅지만 쌍꺼풀진 눈이 특징적이고 콧날도 매끈한 데다 단발머리가 잘 어울리는 귀여운 여성이었다.[p163]
조문하러 장례식장에 간 나는 분향을 마친 뒤 화장실에 들렀다 나오는 길에 마침 걸어오던 부인과 마주쳤다. 가토 과장 부인은 자그마한 체구에 선이 가늘었다.[p191]
마카베 도시로는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자기소개라 해야 기껏 스물한 살이라는 나이 정도만 말할 뿐 쓸 만한 정보는 없었다. 할 수 없이 그는, 이치고는 관찰을 시작했다. 머리 옆쪽에서 뒤통수까지 속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짧은 머리칼, 길쭉한 직사각형의 얼굴, 널따란 이마, 옅게 선을 그은 듯 짧은 눈썹, 눈꺼풀이 두껍고 작아 보이는 오른쪽 눈, 좁고 길쭉한데 콧방울 부분만 불룩한 코, 아랫입술이 두툼한 입, 키는 170센티미터쯤 되는 평균 키였지만 체격이 좋아 옅은 노란색 셔츠 가슴팍에는 울퉁불퉁한 근육이 숨어 있었다.[p240]
기와하라 다다시는 긴 다리를 꼬고 뒤로 약간 젖힌 자세에서 몸을 비딱하게 기울이고 앉아 있었다. 코에 걸린 동그란 안경과 거드름 피우는 코맹맹이 목소리, 자그마한 귀, 갈매기 눈썹이 인상적이었다. 눈이 가늘고 졸려 보이기는 했지만 무슨 말을 해도 자랑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깨에 비듬이 조금 앉은, 조르지오 아르마니 양복, 제 뺨을 아무렇게나 꼬집는 손과 쉴 새 없이 떨고 있는 다리, 그 흔들리는 박자에 맞추어, 어느새 이치고도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p251]
‘이치코 씨, 안도 준야 씨를 만나기는 힘들어요.“ 그렇게 나오는 별장지 관리인, 아이하라 기라리는 나이 스물둘, 갈색으로 물들인 머리는 어깨 밑까지 드리워 있었고 쌍꺼풀에 커다란 눈, 가느다란 목덜미, 베이지색 원피스 위로 솟은 풍만한 가슴, 잘록한 허리가 인상적이었다. 옆에 놓은 연하늘색, 알파벳e가 자잘하게 박힌 디자인의 고급 백, 브랜드 이름이 아마 에로이카 폴카였을 거라고 이치고는 생각했다.[p257]
두 남자가 버스를 탔다. 직장 상사와 부하 관계로 보였다. 40대와 20대로 짐작되는 양복 차림의 남자들이었다. 내 옆을 지나 뒤쪽으로 이동했다. 젊은 남자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칠 대 삼 가르마였고, 나이 든 쪽은 깍두기 스타일이었다. 둘 다 키가 크고 피부는 가무잡잡하니 그을려 있었다.[p267]
오두막에서 마침 사람이 나온 것은 우연이리라, 여자였다. 갈색 머리의 중년 여성. 어깨에 닿을 듯 말 듯한 머리에 동그란 얼굴, 키는 나보다 조금 작았다. 체형은 굵직한 절구통이었다. 까만색 셔츠에 통이 좁은 까만색 바지를 입고 있어 터질 듯한 살들이 뒤룩댔지만 사뿐사뿐한 걸음으로 주차장까지 내려오더니 바이크를 덮고 있던 시트를 만지기 시작했다.[p272]
“시스템 관리자 다나카입니다.” 자신의 신분을 밝힌 그는 다리를 약간 절었다. 최신 유행을 따르고 싶었던지 머리를 야무지게 가른, 이른바 칠대 삼 가르마를 하고 옷깃이 큼직한 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p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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