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잘 마시면 약이지만 잘못 마시면 독이 된다. 사전에 자신의 주량을 정확히 파악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마다 주량이 다르다. 어떤 이는 한 잔의 술에도 취하지만 어떤 이는 열 잔을 마셔도 전혀 취하지 않는다. 주량을 지키면서 적당히 마시면 정신적인 긴장을 풀어주는 등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것이 술이다. 하지만 주량을 초과하여 과음하게 되면 이성을 상실하게 되는 등 오히려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생활의 활력소와 심한 스트레스는 한 잔으로 좌우된다.
직장생활에서 술은 필요악이다. 술을 전혀 못하는 사람보다는 술을 조금 할 줄 아는 사람이 인정받는다. 환영회, 송별회, 집들이, 돌찬치, 부서회식, 특별회식, 전체회식, 망년회 등등 술 마실 자리는 매일 만들어진다. 술을 어느 정도 즐기는 직장인이야 부담이 덜 가지만 한잔 술에도 취하는 체질은 상당히 부담을 느낀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마시기 싫어도 참석해야 하는 술자리가 생겨난다.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직장인은 앞서갈 수 있지만 그러하지 못하는 직장인은 마음고생을 하게 될 것이다.
술을 마실 때도 예의가 있다. 일명 ‘주도’ 또는 ‘주례’라고 한다. 어른에게 먼저 술잔을 올려야 하며, 어른이 주면 두 손으로 받는 것이 기본이다. 어른이 마신 다음에 잔을 비워야 하며, 돌아앉거나 상체를 뒤로 돌리고 마셔야 한다. 아무리 술을 못한다 해도 술자리에 참석하였다면 첫 잔은 사양하지 마라. 첫 잔을 거부하는 것은 결례이다. 처음 술을 배울 때는 친구보다는 어른과 함께 하는 것이 좋다. 처음 배운 주도가 여든까지 가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면 조용해지는 사람, 말이 많아지는 사람, 조용히 구석에서 자는 사람, 주사를 부리는 사람 등등 그 행태가 다양하다. 뒤끝을 어떻게 마무리하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어떤 회사는 신출내기들의 인간성을 파악하기 위해 일부러 술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멋모르고 넙죽넙죽 받아 마시고 주사를 부린다면 직장생활을 빨리 종칠 수도 있다. 자신의 주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절제 또 절제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자리가 스트레스를 받는 자리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자.
史오정이 처음 술을 접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이다. 사실 처음 술은 어른과 함께 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했다. 학교 앞에서 자취하는 친구 집에서였다. 특별한 날은 아니고 그냥 놀러갔다가 아무런 생각 없이 한잔했다. 그때 마신 술이 고량주였는데 냄새도 고약했지만 목에서 불이 나는 것 같았다. 첫술이 준 기억은 달콤함과 거리가 멀었다. 졸업 후 취업을 나가 동문 선배들이 열어준 환영회에서 술을 접할 때까지 술과 친해지지 않았다. 환영회 때 마신 술은 소주였으며, 고량주보다는 냄새도 덜나고 마실 만했다.
처음 술을 어른과 하지 못한 그는 자신의 주량을 절제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따라주면 사양하지 않고 넙죽넙죽 마셨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을 만한 주사를 부리지는 않았다. 한동안 술을 마시면 오바이트를 해야 속이 편했다. 일부러 손가락을 목에 넣어 자해할 정도였다. 첫 술이 준 불쾌감과 어머니의 가슴에 못질을 한 큰형의 죽음이 간접적으로 술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고 있는 그로서는 술을 멀리할 만도 했으나 의식적으로 멀리하지는 않았다. 손가락을 목에 넣는 습관은 서른 고개를 넘어가면서 서서히 사라졌다.
술에 대해 가장 난감했던 기억은 막걸리도 사람을 취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였다. 전 여사에게 부서 회식이 있다고 둘러대고 윤 여사와 함께한 술자리였다. 이런 저런 얘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하하 호호 하면서 매우 기분 좋게 술을 마셨다. 이때 마신 술이 막걸리였다. 술집을 나와 공원과 찻집을 갔는데 오호 통제라 술집을 나오면서 필름이 끊겨버린 것이었다. 그때 윤 여사에게 상처 받을 정도의 언행을 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창피함과 부끄러움으로 한동안 연락을 끊고 살았다. 윤 여사의 이해로 용서가 되었지만 하마터면 20여 년 만에 재회한 소중한 친구를 잃을 뻔했다. 술은 가까운 사람과 마실 때 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술에 대해서 나쁜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변함없이 만남을 유지하는 친구들과의 술자리는 항상 즐겁고 편안하다. 인생의 가장 찬란했던 시기에 만나 동질의 아픔을 지니고 생활했던 친구들이다. 유유상종이라고 잘난 놈도 못난 놈도 없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만나는 사이이기에 자그마한 실수는 웃음으로 받아 넘긴다. 사실 직장생활과 관련된 술자리는 긴장의 연속이다. 자칫 실수라도 하면 두고두고 흠이 될 수 잇어 조심 또 조심한다. 친구들과의 술자리는 긴장을 하지 않아도 되기에 언제나 기다려진다.
우린 취하기 위해 술을 마신다. 마음이 취하도록 마시는 것은 봐줄 수 있다. 그러나 몸이 취하도록 마시는 것은 피하기 바란다. 즐겁고 편안하게 술을 마시되 몸이 망가지고 나쁜 언행으로 눈총을 받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술이 우리에게 곤혹스러움과 창피스러움 그리고 부끄러움을 안겨주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자. 취하기 위해 술을 마시더라도 주도를 벗어나지 말고 정도를 걷는 직장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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