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슐리 칼라지언 블런트 지음, 배효진 옮김의 『도플갱어 살인사건』은 출판사 북플라자에서 2024년 1월 17일 출판한 장편소설이다. 캐나다 출신으로 한국, 페루, 멕시코에서 거주하며 일해온 애슐리 칼라지언 블런트는 『도플갱어 살인사건』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도플갱어 살인사건』프롤로그를 포함한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5
2부 207
나와 똑같이 생긴 시체가 발견됐다!
이른 아침, 조깅을 하던 레이건은 골목길에 널브러져 있는
마네킹을 발견한다. 마네킹에 가까이 다가간 레이건은 온몸이
굳어버렸다. 그것은 마네킹이 아니라 토막 난 시신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죽은 여성이 자신과 도플갱어처럼 닮았다는
점이었다. 레이건은 신고도 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설마 그 사람이 돌아온 걸까?
레이건은 자신을 스토킹하던 그를 피해 한국에서 몇 년을 보내고,
얼마 전 다시 시드니로 돌아와 꽃가게 ‘릴리 화원’을 연 참이었다.
한국에서 사귄 절친 민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고 싶었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애써 되뇌었지만,
얼마 후 또다시 여성 시체가 발견된다.
그녀도 레이건과 놀라울 만큼 닮아있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쇄 살인 미스터리 스릴러.
레이건은 이날 아침 설레는 미소를 지으며 운동복을 갖춰 입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복숭아색 새 탱크톱을 입었다. 오래 되어 시드니 올림픽 로고의 색깔이 바해졌었도 그녀가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모자도 썼다. 어쩌면 오늘 완전히 새로운 삶이 시작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p11]
“왔구나.” 민이 오븐 장갑을 벗고 레이건을 끌어안았다. 현숙이 고요한 호수라면 민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폭포처럼 에너지가 넘쳤고, 어떤 칭찬이든 진심으로 받아들일 만큼 자신감이 높았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윤기 있는 머리카락과 세련된 패션 감각을 현숙에게서 물려받았으면서도 더 밝고 선명한 색과 높은 구두를 좋아하기도 했다. 그녀는 오늘 앞치마 아래 산뜻한 노란색 여름 원피스와 어울리는 노란 매니큐어를 칠하고 있었다.[p31]
오전 9시 1분, 에밀 보이치에흐가 레이건을 자신의 맞은편에 놓인 푹신한 방문객 의자로 안내했다. 그는 창백한 피부에 금테 안경을 쓴 중년 남자였다. 얼굴 절반을 차지하는 이마 위 헤어라인은 큰 M자를 이루고 있었다. 레이건은 에밀을 이미 여러 차례 만났기 때문에, 최신 대차대조표를 준비하는 것 외에도 가슴을 모아주는 브라에 넓고 깊게 파인 원피스를 입고 민이 선물해 준 깔끔한 회갈색의 입생로랑 매트 립스틱을 바르면 그녀에게 유리한 쪽으로 대화를 이끌어 나가기 쉽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p39]
혼다 운전자는 비싸 보이는 청바지에 흰 리텐 셔츠를 입고, 얼굴을 가릴 정도로 커다란 검은 우산을 든 남자였다.[p44]
남자가 우산을 들어 올렸다. 나이는 레이건과 비슷해 보였고, 보통 체격에 몸이 탄탄하면서 호리호리했다. 엷은 갈색 머리카락이 뿔테 안경 위로 이마를 덮고 있었다. 유행에 민감한 사무직이거나 소규모 양조장 주인처럼 보이기도 했다. 피부가 잡티 하나없이 부드럽고 깨끗해서 마치 어른인 채로 지금 막 태어나 아직 한 번도 햇볕을 쬔 적 없는 것 같았다.[p45]
신시아는 몸이 가냘프고 레이건보다 머리 하나만큼 작았지만 완벽하게 화장을 마치지 않으면 절대 집 밖으로 나서지 않을 만큼 항상 빈틈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오늘 입은 짙은 청록색 린네 원피스는 아이섀도와 색을 맞췄고, 빨간색 레진 목걸이와 굵은 팔찌, 귀에 딱 붙는 귀걸이는 립스틱과 조화를 이루었다.[p48]
가게를 닫으려던 차에 출입문에 달린 종이 울렸다. 문을 열고 들어선 남자는 회사에서 바로 온 듯 어두운 밤색으로 색을 맞춘 벨트와 정장 구두, 주름을 잡은 면바지에 회색 체크무늬 셔츠 차림이었다. 그는 입구 쪽에 멈춰 서서 천장의 덩굴과 새까만 벽, 가지런히 진열된 화분을 찬찬히 살펴보았다.[p55]
1분도 지나지 않아, 문손잡이가 덜컥거리고 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레이건은 렌즈 구멍으로 밖을 확인했다. 흰 칼라가 달린 청록색 민소매 원피스 차림의 민이 술 장식 귀걸이에 다홍색 립스틱을 바르고 종아리를 돋보이게 하는 흰 스트랩 힐을 신고 서 있었다. 머리는 자연스럽게 들어 올린 모습이었다.[p66]
문 앞에는 30대 남자가 서 있었어. 한눈에 봐도 나이가 많이 보였어. 청바지는 다림질한 것 같았지. M자 이마에 짧게 자른 머리 스타일이었고 면도를 깔끔하게 한 모양이 회사원 같아 보이기도 했어. 무슨 향수 냄새가 났고, 치아가 많이 보였어. 몸이 탄탄했지만 그렇다고 멋있지는 않았고, 튀어나온 귀에 말똥말똥한 눈으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어.[p76]
민은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려 호피 무늬 안감이 드러난 푸른색 재킷을 입고 있어 찾기 어렵지 않았다. 더운 날씨에도 산뜻해 보였다. 땀 흘리는 민을 본 것은 사우나에서뿐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구부정한 어깨에 검정이나 회색, 베이지색의 구겨진 옷을 입고 있었다. 민이 보석처럼 눈에 띄는 이유는 그녀가 입은 재킷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일찍 도착했는지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p89]
토요일 저녁, 레이건은 뉴타운역에서 기차를 타고 몇 개 역을 지나 센트럴역에서 내린 뒤 잠시 걸어 북적북적한 주말 서리 힐스의 데본셔 가에 도착했다. 식당에 들어가기 전 유리창에 비친 자신을 확인하니 올리브색 민소매 점프슈트에 은빛 물방울 귀걸이와 목걸이 세트를 하고, 민의 결혼식에 샀다가 그 이후로 한 번도 꺼내지 않은 누드톤 하이힐을 신은 모습이 만족스러웠다. 심지어 덥수룩한 곱슬머리까지 어찌어찌 사람답게 손질하는 데 성공했다.[p99]
남색 반바지에 작은 호랑이 무늬가 연하게 그려진 셔츠를 입은 그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했다. 평소에 입는 티셔츠보다 약간 더 신경을 쓴 듯한 그의 스마트 캐주얼룩이 마음에 들었다.[p99]
레이건은 민이 말한 대로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서서 남자들을 살펴보았다. 덮수룩한 콧수염에 늙은 호박 같은 얼굴을 한 남자가 있었고, 양복 재킷을 팔에 걸치고 있는 키가 크고 마른 대머리 남자도 보였다. 길 건너편에는 목줄을 맨 스피츠를 산책시키는 남자들이 있었다. 5년이 지나 그의 외모가 변해 레이건이 그를 못 알아볼 수도 있을까?[p112]
누군가 어깨에 손을 올리자 그녀는 움찔했다. 흰색과 남색 줄무늬가 그려진 원피스에 남색 하이힐을 신은 민이 어느새 옆에 다가와 주변 사람들을 기웃거리고 있었다.[p112]
정장을 입고 페이즐리 무늬 넥타이를 맨 남자가 노트북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나왔다. 남자는 아이가 세발자전거를 차고까지 타고갈 수 있도록 도왔다. 절대 그일 리가 없었다. 남자는 흑인이었다.[p148]
“에밀 안녕하세요.” 그녀가 인사했다. 그는 흰 골프 셔츠와 파란 반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레이건은 예의를 지키려고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후속 미팅은 잘 끝났다.[p151]
여자는 디자이너가 쓸 것 같은 강렬한 빨간 안경을 쓰고 있었다. 회색 블레이저와 펜슬 스커트를 입어 호리호리한 몸매가 더욱 돋보였고 블라우스 위로 뚜렷한 쇄골이 눈에 띄었다.[p248]
브라우저를 닫으려던 차에 레이건은 누군가가 그녀를 가리키는 것을 보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휴대폰을 높이 든 두 사람이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이어서 그녀를 흘깃거리며 바라보았다. 20대 초반으로 보였고, 여자는 가닥가닥 민트색으로 염색한 머리에 은색 코걸이를 하고 남자는 크롭 탑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휴대폰에서 레이건, 그리고 다시 휴대폰으로 시선을 옮겼다.[p288]
TV 인터뷰 진행자인 올리버 맥브라이드가 프로듀서와 뭐라고 소곤거리다 대화를 뚝 끊고 그들에게 다가왔다. 키가 크고 관자놀이가 희끗희끗했으며, 코는 아주 길고 넥타이 없이 하늘색 셔츠와 남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는 자기소개를 하며 레이건과 악수를 했다.[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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