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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박사/내가읽은책

경계인

by 유일무이태인 2024.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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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현이 쓴 경계인은 출판사 스윙테일에서 202123일 출판한 장편소설이다. 김민현은 렌카라는 필명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경계인CJ ENM과 카카오페이지가 주최한 3회 추미스(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어느 날 갑자기 살해당한 회사원이 저승과 이승을 오가며 흡혈귀와 함께 죽음의 진실을 찾아가는 경계인7부로 이루어진 미스터리 판타지이다

 

 

1219일 화요일, D-6 7

1220일 수요일, D-5 43

1221일 목요일, D-4 169

1222일 금요일, D-3 269

1223일 토요일, D-2 419

1224일 일요일, D-1 523

1225일 월요일, D-day 591

 

 

 

저승 사람도 아니고 이승 사람도 아닌

그 중간쯤에 있는 자라고 생각하면 된다네.

우리는 경계인이라고 부르지

 

 

저기 보이는 토막 살해된 시체, 그게 바로 나다.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퇴근 후 차를 몰고 집으로 가다

빨간불에 걸려 멈춰섰는데,]

눈을 떠보니 토막 난 채 죽어 있었다.

망자를 수거하러 온 저승사자 우진은 현실의 일은

산 자들 몫으로 남겨두고 떠나자고 재촉했지만

이대로 갈 수는 없었다.

악귀가 되더라도 해야 했다.

내가 죽은 이유를 찾는 것

범인을 찾기 전까지는 절대 저승으로 갈수 없습니다.

살인범을 찾을 수 있게 시간을 주십시오

 

 

범인을 찾기 전까진 절대 저승으로 갈 수 없다

 

 

 

 

퍼져나가는 연기 아래, 담배 한 개비를 손에 든 남자가 서 있었다. 품이 크고 오래된 검은 정장 재킷을 걸친 중년 남자였다. 환풍기 구멍을 통해 미량의 빛이 들어와 사물을 분간할 수는 있었지만, 빛보다는 어둠이 지배적인 공간이었다. 그럼에도 중년 남자는 검은 선글라스로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있었다.[p9]

 

오늘의 수거 대상이 선글라스에 비치고 있었다. 20대 후반의 남자 귀신으로 넥타이에 베스트까지 완전히 갖춘 깔끔한 진회색 정장을 입었다. 담배 연기가 코앞을 오가는데도 인상 한 번 찌푸리지 않고 우진을 바라보는 중이다. 부담스러울 만큼 정중한 시선으로[p10]

 

키는 160센티미터 후반에서 170센티미터 초반. 체격은 왜소한 편이었다. 머리에는 검은색 야구모자를 썼다. 야구모자에는 어떤 무늬도 없었다. 검은색 일회용 마스크로 얼굴 절반 이상을 가려 눈밖에 보이지 않았다. 쌍꺼풀이 짙은 눈은 양옆으로 길게 찢어져 있었다. 주현의 기억 속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눈이었다.[p23]

 

버스에서 내린 시간은 오전 1052. 시험이 끝날 때까지 30여분이 남아서 화학부 건물 근처를 슬슬 돌아다녔다. 15분쯤 지났을까, 교정을 걷던 주현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다. 남자는 주현과 비슷한 연령대로, 키가 190센티미터는 되어 보일 정도로 크고 체격도 좋아서 멀리서도 눈에 띄는 외모였다. 노타이에 깔끔한 검은색 정장을 입은 모습이 마치 모델처럼 보였다. 그러나 주현의 눈에는 그런 외양보다 빛바랜 세계 속에서 선명한 색채로 빛나고 있다는 점이 더 먼저 들어왔다.[p58]

 

남자는 평범한 대학생처럼 보였다. 세미 정장 차림에 검은색 백팩을 한쪽 어깨에 걸치고 품에는 파란 표지의 두꺼운 책과 두툼한 종이 뭉치가 든 서류봉투를 안고 있었다. 책 표지에는 chcmical이란 단어가 있는 것을 보니 방금 시험 과목의 원서 같았다.[p60]

 

피부가 진한 갈색인데다 인상이 진해서 외국인이 아닐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유창한 한국어가 흘러나왔다.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팔을 벌리며 다가왔다. 인도 정통 의상 같은 펑퍼짐한 바지를 입고 팔에는 휘황찬란한 금팔찌를 여러 개 하고 있었다.[p125]

 

아이돌과 호스트 사이 그 어딘가에 있을 듯한 화려한 남자였다. 왁스를 발라 고정한 머리는 번쩍이는 금발이었고, 눈에는 짙은 쌍꺼풀이 있었다. 번화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품이 큰 보라색 후드티와 진청색 청바지를 입었다. 남자는 마당 쪽으로 난 창문을 유유히 통과해 걸어 들어오더니 성민에게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성민은 난데없이 나타난 존재에 그다지 놀라는 기색도 없이 봉투를 받아 내용물을 살펴보았다.[p157]

 

주현이 멈춘 페이지에는 흰 블라우스 위에 검은 상의를 걸친 채 인위적인 미소를 띈 여자가 한 명 보였다. 강인에게 공장을 안내해주기 위해 함께 나간 여자 직원이었다. 사무실에 앉아 있을 때의 표정과는 다르지만 틀림없이 동일 인물이다.[p205]

 

잠시 후 남수가 내려왔다. 평범한 40대 직장인처럼 보였다. 회사 대표라지만 직종의 특성인지 개인적 스타일인지, 짧은 길이의 검은 패딩 점퍼와 청바지를 입은 채 슬리퍼를 끌며 나타났다. 제대로 빗지 앉은 머리에 두꺼운 뿔테안경을 쓰고 피곤한 표장으로 걸어온 남수는 성민의 맞은편에

털썩 앉았다.[p310]

 

몇 번 두드리자 문이 열렸다. 화려한 색의 한복을 입고 짙은 화장을 한 무속인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목이 늘어난 러닝셔츠에 운동복 바지를 입은 40대 초반 남자가 걸어 나왔다. 불뚝 나온 배와 빗지 않은 머리가 자기관리를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p333]

 

약속 장소 근처 주차장에 도착하자 성민은 정장 재킷을 걸쳐 입었다. 세미 정장을 입은 강인과 나란히 서자 누가 봐도 어엿한 건달도 보였다. 원국이 엑스트라 얼굴까지 기억할 정도의 조직폭력배 영화 마니아가 아니라면 들킬 일은 없어 보였다.[p434]

 

주변의 평이 좋은 여자는 아니었다. 배우의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이 한이 된 것인지, 항상 화려한 화장을 하고 드레스같이 현란한 옷을 입고 다녔다. 거만한 태도로 이웃들을 깔보고 다녔고,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남자와 밤늦게까지 술판을 벌이며 소음을 퍼트렸다. 일은 하지 않았다. 돈이 떨어지면 사귀는 남자들에게 아양을 떨어 용돈을 받았다. 하루의 절반은 술에 취해 지냈다.[p526]

 

현숙은 그런 말만 남긴 채 다른 사람들과 섞여서 떠나갔다. 윤진은 로비에서 잠시 기다렸다. 진한 회색 코트를 입은 현숙이 계단에서 내려와 다가왔다. 왼쪽 가슴에 단 금색 꽃 모양 브로치가 우아해 보였다. 그러나 현숙의 표정에는 웃음이 없었다. 어딘가 비장함마저 감돌았다.[p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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