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물박사/내가읽은책

증발된 여자

by 유일무이태인 2024. 6. 26.
728x90

김영주가 쓴 증발된 여자는 출판사 고즈넉이엔티에서 2021131일 출판한 장편소설이다. 김영주는 부산에서 출생했다. 영화 스크립터, 드라마 보조작가 등을 거치며 다양한 영상 대본 기획 및 집필 작업에 참여했다. 증발된 여자3부로 이루어진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19

2131

3225

 

 

남들처럼 행복하게 살게 해줄게요!

오래전 죽은 내 여동생이 되어준다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로 사는 게 의미 없어진 그녀의

마지막 선택, 증발!

 

나를 지워버린 그날 알았다

나를 다시 찾아야 하는 기막힌 이유를

 

수완이 직장에서 잘린 날,

함께 살던 남자친구는 전 재산인 보증금을 들고 날랐다.

하필 임신까지 한 상태.

모든 것을 잃었다고 자포자기한 그때,

우연히 만난 스포츠센터의 골드회원 경진이

그녀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해온다.

죽은 여동생 남경이 되어달라는 것.

그녀와 나만의 비밀이 생긴다.

과연 수완은 무사히 위험한 연극을 마칠 수 있을까?

 

 

 

 

나는 다시 일어나 얼룩진 거울 속의 스물아홉 살 여자를 마주 보았다. 가늘고 긴 눈과 작지만 반듯한 코, 웃지 않아도 친절해 보이는 살짝 올라간 입꼬리, 갸름하고 긴 얼굴형, 잦은 염색으로 부스스해진 어깨 길이의 머리…….[p9]

 

나는 그녀가 풍기는 공기에 매몰되지 않으려 긴장하며 형식적인 인사를 건넸다. 테이블 맞은편에 앉을 때도 사무적으로 보이도록 했다. 그제야 그녀의 얼굴이 바로 보였다. 파스텔 톤의 시폰 원피스를 입었는데 피부가 창백하도록 맑았다. 크고 또렷한 눈동자와 날렵한 콧대, 냉정함을 중화하듯 부드럽게 자리 잡은 입술, 귀 밑으로 살짝 내려오는 딱 떨어지는 깔끔하고 세련된 단발머리…….[p20]

 

허경진. 39세 키 166cm. 몸무게 45kg. 직업 전업주부. 균형 잡힌 체형과 바른 자세는 사실 별다른 관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충분히 건강해 보였다. 나는 어느새 필라테스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을 상상해보고 있었다.[p25]

 

그때 바깥에서 데스크 직원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살짝 내다보자 평소 즐겨 입던 폴로티셔츠 대신 정장을 차려입은 대표의 모습이 보였다. 나가서 인사를 할까 망설이다 그만두었다. 그들의 은밀한 대화에 눈치없이 끼어들었다가 괜히 밉보이기 싫었기 때문이다.[p28]

 

가게에 들어서면서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나는 은호와 다투고 나온 그대로 추레한 후드티셔츠와 운동용 레깅스 차림이었다. 은근한 조명 아래 스쳐 지나가는 화려하고 세련된 옷차림의 여자들과 나는 마치 다른 종족처럼 보였다.[p29]

 

뭘 훔치다가 들킨 사람처럼 흠칫 놀라 돌아보니 광택이 나는 새틴 소재의 우아한 나이트가운을 입은 경진이 서 있었다. 화장을 지웠는데도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이전보다 더 앳되면서도 친근한 인상을 주었다.[p60]

 

드레스룸에서 회색 캐시미어 스웨터와 청바지를 꺼내 입었다. 평소라면 경진이나 플래너가 추천한 화사한 원치스나 투피스 정장을 입겠지만 오늘만큼은 편안한 옷을 입고 싶었다. 오수완으로 보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p82]

 

벨을 누를까, 전화를 걸까, 고민하는데 집 안쪽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그곳에서 나오는 회색 정장 차림의 남자가 보였다. 나는 슬며시 문 옆쪽으로 비켜섰다. 얼핏 보아도 남자는 훤칠한 모습이었다. 은테 안경을 낀 얼굴은 지적인 인상을 주었다.[p99]

 

경진은 평소 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위해 화사한 파스텔 톤 의상을 주로 입었지만 오늘은 엄숙하게 보이는 검은색 바지 정장 차림이었다. 그녀는 정원 안으로 들어와 정중히 묵례한 후 원식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p144]

 

그는 얼굴을 반쯤 가린 푸른색 야구 모자를 쓴 채, 아디다스 점퍼에 낡은 구제 청바지와 발목까지 오는 갈색 워커를 신고 있었다. 주변의 상품을 들었다 놓는 손짓은 성의가 없었고, 정신이 딴 데 팔린 사람처럼 어설펐다.[p174]

 

거기에 고훈이 있었다. 이국적인 인상을 풍기는 그는 50대로 보였지만 장신에 단단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다. 잿빛에 가까운 장발을 하나로 묶은 채 무스탕 점퍼와 가죽장갑,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훈은 접이식 낚시 의자에 홀로 앉아 물속에 낚싯대를 여러 대 드리우고 있었다.[p196]

 

 

반응형

'만물박사 > 내가읽은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계인  (2) 2024.07.17
페어워닝  (0) 2024.07.03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1) 2024.06.13
딥뉴스  (1) 2024.06.04
버닝룸  (0) 2024.05.2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