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근면 성실하고 정직하게 사는 것이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 괴로워하지는 못할망정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삼가면서 살리라. 먼 훗날 이 세상과의 인연의 끈을 놓게 될 때 자신에게 떳떳하고 싶다. 그리운 이들과 작별할 때까지 한 점 부끄럼 없이 산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어렵다고 해서 일찌감치 포기하고 사는 것은 죄악이라 생각된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사람이 되자’는 생활신조를 갖게 된 것은 대학 때였다.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 생활신조가 필요했다. 학과의 특성을 살리면서 색다른 생활신조를 만들어 내고자 했다. 만들어 놓고 보니 그럴 듯 했다. 당당하게 자기소개서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사람이 되자’가 생활신조라고 기록했다. 이 생활신조의 덕분인지는 모르겠으나 직장에 적을 두게 되었다. 지금도 취업난에 고생들을 하고 있지만 그 당시에도 대졸생들은 취업난으로 마음 고생을 심히 하고 있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사람이 되자’는 생활신조는 석기산업에 입사 후 자신도 모르게 장롱 속으로 들어갔다. 솔직히 한동안 까맣게 잊어버리고 살았다. 첫째가 4학년 때 방학숙제로 가족신문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들고 오지 않았다면 계속 장롱 속에서 잠자고 있었을 것이다. 가족신문은 초딩이 만들기에는 부담이 가는 숙제였기에 함께 만들기로 했다. 가족뉴스와 가족문예 그리고 가훈 등으로 가족신문을 만들었다. 그의 생활신조는 이때부터 가훈이 됐다. 그때 만든 가족신문은 우수상으로 선정됐다. 최우수상을 받지 못해 조금 아쉬웠지만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단다. 한 점 부끄럼 없고자 하였으나 신이 아닌 이상 완벽할 수 없지 않는가? 그는 운전을 하면서 가끔 신호를 무시한다. 신호등 무시는 치킨점 맘스터치에서 배달을 도와줄 때 특히 심했다. 배달할 때 광고 효과를 얻기 위해 배달조끼를 착용했다. 배달조끼 뒷면에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맘스터치가 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었다. 고객들에게 독특한 인상을 주었으나 오토바이 배달 특성상 신호등을 지키는 것이 어려웠다. 빨간 신호등을 무시하고 갈 때마다 내심 찜찜함을 털어낼 수 없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이야기할 때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더 있다. 20여년 만에 재회한 윤 여사와의 만남이다. 첫 번째 만남은 전 여사에게 이야기하였으나 그 후의 만남은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은근히 만남의 시간을 기다린 적도 있다. 가끔 전 여사에게 죄를 짓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굳이 윤 여사와의 만남을 고백하여 복잡하게 하지 말자는 결론을 내렸다. 막걸리도 사람을 취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고 패닉 상태에 빠져 마음 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전 여사에게 부끄럼 없는 남편이 되고, 윤 여사에게 부끄럼 없는 친구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서면서 이를 극복했다.
신호등 무시 이외에는 하늘을 우러러 낯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다는 그의 오만함을 탓하고 싶지 않다. 단지 착한 사람이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조금은 독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늘을 우러러 낯부끄러운 짓을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그러한 짓거리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꺾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한 점 부끄럼 없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단초가 되도록 열렬히 성원을 보내고 싶다. 단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시대가 막을 내린 지금 그의 오만함이 치졸함으로 비추어질까 염려스러울 뿐이다.
史오정보다 더 매사에 떳떳해 하는 사람이 있다. 전 여사가 그 주인공이다. 엄마로서, 처로서 주부로서, 사회인의 한 사람으로서 일인 다역을 완벽히 수행하고 있다.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사실 전 여사는 자기소개서를 쓸 기회가 없어 생활신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치킨점 맘스터치를 처남에게 넘기고 몇 개월간 집에서 쉬었다. 후천적으로 전업주부이기를 거부하는 전 여사는 몸이 근질근질해지자 여기저기 회사를 알아보았다. 우연찮게 모회사와 연결이 되었는데 자기소개서를 제출해야 했다. 부창부수라고 망설임도 없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사람이 되자’가 생활신조라고 기록하는 전 여사였다.
史오정은 자랑스런 아빠가 되는 것, 부끄럼 없는 남편이 되는 것, 인정받는 직장인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살고 있다.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 하여도 개의치 않는다. 애초부터 누구를 의식하고 세운 목표가 아니며 자기 자신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 아니라 반드시 지키고 싶단다. 한 가지 더 첨언하면 타인의 가슴에 못을 박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서로 상대방을 배려하며 사는 세상이 그가 꿈꾸는 이상의 세계이다. 타인을 짓밟으며 얻는 과실은 결국 비수가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갈구하는 그의 정신세계가 세파에 물들지 않고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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