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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만만세/사오정의 십계명

지구여 영원하라!

by 유일무이태인 2023.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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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회를 부여받았다. 직장생활의 애증을 두 번 다시 맛보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에 몸서리를 치던 시기에 예상치 않은 행운이 찾아왔다.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행운이었다. 다시 직장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할 때 전 여사의 눈에서 글썽이는 눈물을 보았다. 그 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을 하고 있었는지를 알 것 같았다.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눈물이었다. 지구산업은 오정에게 구원의 손길 그 자체였다.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기회를 부여해 준 지구산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축복이었다. 첫 출근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신출내기 시절의 첫 출근보다 가슴이 더 두근거렸다. 1년의 공백이 부담되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새로운 얼굴들과 새롭게 시작해야 했다. 어떠한 행동을 하고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들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자신을 반겨주는 책상과 의자가 있다는 것이 직장인에게 가장 큰 행복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꿈같은 시간이 흐르고 있다. 새로운 세계에서 든든한 뿌리를 내리리라.

 

석기산업과 지구산업의 기업문화에는 차이가 났다. 석기산업은 중년의 이미지를 보이고 있는 반면에 지구산업은 청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석기산업은 정체의 늪에서 빠져 나오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생각대로 되지 않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하지만 지구산업은 변화와 혁신의 기치를 휘날리며 고지를 향해 힘차게 달리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면에서 지구산업의 문화가 석기산업보다 앞서 있는 것은 아니었다. 부분적으로 지구산업이 석기산업보다 뒤처져 있는 것도 있다. 그러나 뒤처진 부분보다는 일단 앞서 있는 모습만 바라보며 정진하기로 했다.

 

지구산업은 뜨는 해였다. 아침 11시를 가리키고 있는 회사로 향후 무궁무진하게 뻗어갈 수 있는 여력을 지니고 있다. 지구산업의 일원이 된 것이 뿌듯했다. 기업의 평균수명은 해가 바뀔수록 줄어들고 있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는데 기업의 수명은 점점 단축되고 있는 것이다. 이론상으로 영원불멸하는 기업은 없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는 소멸되지 않기를 기원한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일심동체가 되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힘을 모아야 한다. 오정은 그 대열에 합류하는 꿈을 꾸었다.

 

충심을 다하기로 했다. 우직한 사람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가슴 아파하지 않기로 했다. 자신의 색깔을 버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한때는 계산적이지 못해 퇴출의 아픔을 겪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집착한 적도 있었다. 계산적인 인간으로 변모하고자 성격 개조도 고려해 보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마음고생 끝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자는 결론을 내렸다. 설령 우직한 마음을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섭섭해 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갔지만 마음은 편했다.

 

회사가 나를 위해 해준 것이 무엇인가를 따지지 않기로 했다. 내가 먼저 회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기로 했다. 솔선수범하고 기본과 원칙을 준수함에 있어 모범이 되기로 했다. 아울러 매사에 수동적이기보다는 능동적인 자세를 견지하기로 했다. 이러한 마음이 주변에 긍정적으로 전이되어 회사가 발전하는데 초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석기산업에서 근무할 때는 회사가 나를 위해 해준 것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부정적인 마인드가 내재되고 자신도 발전할 수 없었다. 지구에서는 이를 타파하고 싶었다.

 

사실 회사에 대한 충심이 흔들릴 때가 있다. 한결같이 변함없고자 하지만 인간이다 보니 마음대로 안 될 때도 있다. 특히 바이오리듬이 저조기에 머물러 있을 때는 그 흔들림의 강도가 심하다. 조금 더 편한 방법을 생각하게 되고 요령을 찾아낼 궁리를 한다. 심지어는 출퇴근길에 읊조리는 자기서약과 십계명도 중단할 정도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방 제자리를 찾는다. 그러한 흔들림이 장기간 계속되면 삶에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득했기 때문이다.

 

오정은 석기산업에서 이루지 못한 정년의 꿈을 지구산업에서는 반드시 이루고 싶어 한다. 석기산업에서 소홀히 하였거나 부족했던 부분들을 되새김질 하는 이유는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기회를 부여해 준 지구산업이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닌 기업으로 거듭나길 기원한다. 한국의 S, 일본의 T, 미국의 G사와 같이 초우량기업으로 성장하길 갈망하고 있다. 그는 가끔 흔들리긴 하지만 변함없는 충심을 바치고자 한다. 지구인이 된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지구산업이 영원하길 기원하고 또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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