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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박사/내가읽은책

파리의 아파트

by 유일무이태인 2023.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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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의 파리의 아파트는 출판사 밝은세상에서 20171129일 출판한 장편소설이다. 파리의 아파트는 전직형사 매들린과 극작가 가스파르가 임대회사의 실수로 파리의 아파트에서 원치 않는 동거를 시작하면서 수수께끼를 한가지씩 풀어나가는 서스펜스 넘치는 소설로서 크게 다섯 개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1. 어떤 남자아이/8

2. 겨울의 한가운데/15

3. 미친화가/91

4. 빛의 부름/175

5. 마왕/28

 

 

세상에서 가장 아들을 사랑한 아버지를 만난다!

왜 세상의 아버지들은 목숨을 바칠만큼 자식들을 사랑하는가?

왜 세상의 아버지들은 자식들을 불행에 빠뜨리는가?

 

2017년 프랑스 베스트셀러 1! 전 세계 40여 개국 출간!

 

기욤 뮈소의 무르익은 솜씨와 대범한 변신을 제대로 보여주는 소설<RTL방송>

새로운 수수께끼를 한 가지씩 풀 때마다 놀라운 반전이 펼쳐진다<르 파리지앵>

 

 

 

오버롤 청바지에 진청색 더블코트를 입은 금발의 남자아이였어. 두 살 아니면 세 살? 웃음을 머금은 커다란 두 눈이 알록달록한 안경테 너머에서 영롱하게 반짝이는 아이였지. 여름날의 건초더미처럼 짧게 말린 금발, 토실토실한 볼, 윤곽이 선명한 얼굴에 오밀조밀하게 자리한 이목구비 귀여운 아이.(p10)

 

타쿠미는 짧은 머리, 코르덴 재킷, 실크 스카프, 체크무늬 플란넬 천으로 만든 모자를 착용하고 있었다. 모자 밖으로 삐져나온 귀 때문인지 어린 생쥐를 연상시켰다. 그의 듬성듬성 자란 콧수염은 토마스 매그넘보다는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을 떠올리게 했다. 몇 년 전, 그녀는 직원으로 일하던 그에게 꽃집 <특별한 정원>을 넘기고 파리를 떠났다.(p24)

 

한 달 동안 글쓰기에 전념하는 파리 체류도 연례행사로 벌어지는 일탈이었다. 일 년 동안 머릿속에서 숙성시킨 구상을 하루에 열여섯 시간씩 집필에 매진하는 강행군을 통해 완제품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이었다. 가끔 아이디어나 의욕이 고갈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매번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머리가 텅 빈 상황에서 백지를 내려다보고 있다 보면 극중 상황에 꼭 들어맞는 대사와 독백, 어휘들이 펜 끝에서 저절로 써지는 식이었다.(p32)

 

메들린에게 집을 임대해 준 베르나드 베네딕은 포부르생토노레 가에서 화랑을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은발에 등이 구부정한 그는 체중 감량을 심하게 한 듯 입고 있는 차이나 칼라 셔츠와 압생트 주 빛깔 재킷이 지나치게 헐렁해보였다. 건축가 르 코브뷔지에가 즐겨 써 유명해진 커다란 안경이 그의 얼굴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다소 우스꽝스러워 보이긴 했지만 눈빛만큼은 예사롭지 않게 빛났다.(p43)

 

셰익스피어가 말하길 가장 잔인한 짐승조차도 연민이 뭔지 안다.’라고 했죠. 인간은 연민을 모르는 가장 고약한 포식자이고, 타인을 지배하고 모욕을 안기며 희열을 느끼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간혹 자기혐오에 빠져 자살을 꿈꾸기도 하고요.”(p88)

 

그가 바로 폴린이 말한 페넬로페의 첫사랑 남자라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었다. 땅딸막한 체구에 입술이 두텁고 피부가 가무잡잡한 남자였다. 적어도 페놀로페의 연인쯤 되려면 반짝거릴 정도로 밀어버린 민머리, 짙은 턱수염, 적당히 아래로 처진 눈, 셔츠 속으로 희끗희끗 보이는 가슴 털, 상어 이빨을 단 금목걸이를 한 중년남자를 떠올렸는데 예상과 한참 거리가 멀었다. 한때 최고의 미녀라는 찬사를 받았던 페넬로페가 왜 땅딸보에게 반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p127)

 

장 미셀 파이욜은 딱 달라붙는 진 바지에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타이트한 티셔츠에 오리털 조끼 차림에 솔직하고 붙임성이 좋은 성격이었다. 그가 커피와 비스킷을 가져와 안료가 묻어 있는 두터운 참나무 원목 카운터에 놓았다.(p132)

 

아버지는 내가 늘 지갑 속에 넣어 다니는 사진에서와 똑같은 복장을 하고 있다. 베이지색 면바지, 흰 셔츠에 작업복 외투를 입고, 에나멜 구두를 신었다.(p149)

 

디안은 작은 체구에 장난기 가득한 눈매, 앞머리에 웨이브 컬을 넣은 여성이었고, 스탠더드한 교사 스타일과는 거리가 한참이나 멀었다. 가죽점퍼에 몸에 찰싹 달라붙는 진 바지, 아디다스 가젤 운동화를 신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언제까지나 방랑을 즐기는 여대생 이미지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여성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디안은 반짝이는 은빛 덮개를 씌운 캐리어를 문밖에 세워두었다.(p187)

 

카렌의 비서는 덥수룩한 턱수염, 작위적으로 보이는 반항적인 문신, 머리 아래쪽을 짧게 밀어버리고 윗머리만 남겨둔 언더컷 헤어스타일, 처커 부츠, 허리가 들어간 데님 셔츠를 개성이라고 믿는 힙스터스타일 남자였다. 제 딴에는 개성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무리 봐도 파리 생마르탱 운하 근처에서 윌리엄스버그나 크로이츠버그의 문화를 재현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또래 친구들을 답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저 한심하게 보일 뿐이었다.(p218)

 

카렌이 고함소리를 듣고 마음이 불안해 직접 밖으로 나온 듯 했다. 그녀는 날씬하고 유연한 몸매, 짧게 자른 금발의 소유자로 마흔 다섯 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여전히 장송드사유 고등학교 시절처럼 리바이스 501, 흰 셔츠, V넥 스웨터, 생테밀리웅 와인색 단화 같은 차림새를 고수했다. 그녀는 가스파르의 에이전트이자 변호사, 회계사, 비서, 홍보실장, 재정자문, 부동산 자문을 겸했다.(p219)

 

앙드레는 머리카락이 한 올도 남지 않은 민머리, 보딜빌더처럼 탄탄한 근육질 몸매, 거무스름하게 그을린 피부, 가지런한 치아를 가진 남자로 보자마자 호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대통령 선거 당시 테드코플랜드 지지자들이 입었던 티셔츠에 트레이닝복 하의 차림이었다.(p314)

 

도미니크 우는 왕가위 감독 영화에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은 인물이었다. 클래식한 정장 차림에 니트 넥타이를 매고 있었고, 재킷 윗주머니에 실크 손수건이 꽂혀 있었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눈빛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블루 캐시미어 트렌치를 입은 자취는 맨하튼의 고층 빌딩들을 마주하고 있는 주변 풍경과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려보였다.(p317)

 

복도 끝 테라스에 나와 앉아 있는 넬라 보닌세냐는 생쥐 같은 얼굴에 눈만 유난히 큰 노인이었다. 큰 눈망울이 두터운 안경알 너머에서 초롱초롱 반짝였다. 스텐 칼라 원피스 차림의 노부인은 스코틀랜드 체크무늬 모직 담요로 무릎을 감싸고 앉아 아서 코스텔로의 소설<잠들지 않는 도시>를 읽고 있는 중이었다.(p331)

 

오전 시간이었지만 연구소는 빈자리가 많았다. 가스파르는 살이 너무 없어 얼굴 윤곽이 도드라져 보이는 여직원에게로 다가갔다. 그녀는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 어둡고 우울해 보이는 눈빛 탓에 마치 베르나르 뷔페가 그린 그림에 등장하는 여인들을 연상시켰다. 그녀가 마운트 시나위 병원이 마주보이는 7층 사무실로 가스파르를 데려갔다.(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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