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물박사/내가읽은책

브루클린의 소녀

by 유일무이태인 2023. 7. 8.
728x90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의 브루클린의 소녀는 출판사 밝은세상에서 20161129일 출판한 장편소설이다. 브루클린의 소녀는 현실 세계의 3일 동안 10년 전에 일어났던 범죄를 전직 형사와 베스트셀러 작가가 재수사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로서 크게 여섯 개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1. 그리고 그 여자는 내게서 도망쳤다……/7

2. 첫째날사라지는 법을 배우다/17

3. 둘째 날클레어 칼라일 사건/115

4. 셋째 날, 아침조이스 칼라일 사건/241

5. 셋째 날, 오후한밤중의 드래곤/302

6. 세상은 둘로 나뉜다!/385

 

 

 

그녀를 다시 찾는다면 예전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2016년 프랑스 베스트셀러 1! 전 세계 40여 개국 출간!

 

라파엘은 혼자 아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베스트셀러 작가, 안나는 소아과 의사.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하지만 안나가 갑자기 사라진다. 그녀를 찾아 나선 길, 시간의 심연 속에 깊이 묻혀 있던 비밀이 차츰 수면 위로 부상한다. 그녀는 왜 지난날을 버리고, 전혀 다른 누군가가 되고자 했을까? 그들이 다시 만난다면 예전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현기증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서스펜스, 허를 찌르는 반전이 함께 하는 콜드 케이스 스릴러!

 

 

 

 

나는 너무나 아름다웠던 그 순간을 방금 전 겪은 일처럼 선명하게 기억해. 당신의 에메랄드 빛 눈, 뒤로 자연스럽게 틀어 올린 머리카락, 날씨한 다리가 드러나는 짧은 치마, 얇은 가죽 재킷, 그 안에 받쳐 입은 노란 티셔츠까지 당신은 어느 한 가지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내 마음을 설레게 했으니까. 노란 티셔츠에 새겨져 있던 ‘Power to the people’이라는 문구도 인상적이었지.(p8)

 

택시기사가 아파트 건물 앞 도로변에 차를 세우며 말했다. 땅딸막한 체구에 반짝반짝 빛나는 대머리, 가느다란 입술로 쉴 새 없이 말을 뱉어내는 그의 목소리는 마치 <총잡이 삼촌들>에 나오는 라울 볼포니를 연상시켰다.(p20)

 

지난 여러 해 동안 소설 쓰기는 나에게 허락된 시간과 공간을 모두 흡수해버렸다. 나는 어디를 가든지 항상 수첩이나 노트북을 지참하고 다녔다. 공항벤치, 비행기 안, 카페, 호텔 커피숍, 지하철 안 등 나는 어느 곳에서나 글을 썼다. 글을 쓰지 않는 시간에는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동요를 어떤 식으로 표현할지 생각해보거나 글의 개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료조사에 열중했다.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기 위한 탐색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당시만 해도 소설 쓰기와 결부되어 있지 않은 일에는 아무런 흥미가 없었다. 소설을 쓰는 동안에는 현실에서 한 발짝 물러나 관찰자의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내 눈에 포착된 현실은 다시 상상의 세계와 결합돼 새로운 모습으로 재창조되었다. 약간 과장되게 말하자면 나는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된 이후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창조자가 되었다.(p23)

 

의사의 이름은 안나 베커였고, 나이는 스물다섯에 소아과 전공의 2년차였다. 안나는 마치 의사 가운을 버버리 트렌치코트라도 되는 양 시크하게 걸치고 있었다. 꼿꼿이 들고 있는 고개, 말할 때 상대의 눈을 주시하는 눈빛, 얼굴의 섬세한 윤곽선, 부드러운 음색이 내게는 하나같이 우아하게 보였다.(p33)

 

예상과 달리 필리프는 아직 마흔 살도 안 되어 보이는 젊은 의사였다. 둥그스름한 얼굴에 짧게 자른 머리, 웃음기를 머금은 눈매를 감싸고 있는 오렌지 뿔테안경, 가운 밖으로 드러난 팔뚝에 새겨진 유니콘 문신이 인상적이었다.(p64)

 

클로필드 블롱텔은 한 학생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려놓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학생과 대화에 열중하는 틈을 타 좀 더 자세히 인상을 살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이목구비의 윤곽이 뚜렷했고, 교장선생님으로서의 권위의식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자애로운 모습이었다. 성모 마리아 상과 세실 성녀 상 사이에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웠다.(p68)

 

목 폴로셔츠 차림의 안나는 나이가 스무 살쯤 되어 보였고, 음악을 듣고 있는지 귀에 이어폰을 꽂고 멍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금색과 갈색 중간쯤 되어 보이는 머리색에 머리카락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어린 아이들이 흔히 쓰는 머리핀으로 고정시켜 놓은 모습이 특이했다.(p84)

 

파트리크 아야시가 칼로 썬 듯 딱딱한 알제리식 프랑스어로 말했다. 작지만 다부진 체구에 각진 얼굴, 숱이 풍성한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단추를 거의 풀어헤치다시피 한 파소나블 셔츠 때문에 목에 걸린 금목걸이가 유난히 드러나 보였다. 만일 파트리크를 내 소설의 등장인물로 삼는다면 독자들이 지나치게 전형적인 스타일이어서 식상하다고 비난할 듯했다.(P101)

 

난 사실 전단에 나온 당신의 사진을 보는 순간 황당하기 그지 없었어. 내가 알고 있는 당신의 모습과 너무나 달랐으니까. 실종 당시 당신은 열네 살 소녀에 불과했지만 사진에 나온 모습은 적어도 열여섯이나 열일곱 살쯤 되어 보였어. 가무잡잡한 피부, 환하게 빛나는 얼굴, 뚜렷한 이목구비는 내가 알고 있는 당신의 모습과 일치했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왠지 낯설기만 하더군. 억지로 꾸민 듯 어색한 자신잠, 다소 거친 사춘기 소녀의 도발적인 눈빛, 웨이브 진 짧은 머리, 대체로 한시 바삐 어른이 되고 싶어 안달하는 소녀의 모습이었지.(p118)

 

나는 INA홈페이지에 접속해 그 당시 <프랑스2> 방송 저녁 8시 뉴스에 출연한 조이스 칼라일이 호소문을 읽어나가는 영상을 보았다. 그녀는 납치범을 향해 제발 클레어를 해치지 말고 풀어달라고 간청했다. 땋아서 쪽진 머리와 긴 얼굴, 끝이 뾰족하고 옆으로 퍼진 콧날, 우윳빛 치아, 흑단처럼 검은 눈동자의 소유자인 조이스 칼라일은 미국의 단거리 육상스타 매리언 존스와 생김새가 흡사했다.(p124)

 

마르크 형사님, 우리가언젠가 글쓰기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던 걸 기억해요? 형사님이 저에게 등장인물들을 어떻게 탄생시키게 되는지 물은 적이 있잖아요. 그때 저는 등장인물들의 과거를 모르는 이상 소설을 단 한 페이지도 써나갈 수 없다고 대답했죠.”

자네는 등장인물들이 살면서 경험한 일들을 빼곡하게 적어놓은 파일을 준비하고 나서 소설을 쓴다고 했지?”(p138)

 

엘리즈는 단호하면서도 우수에 잠긴 얼굴, 희끗희끗한 머리에 수정같은 두 눈이 매력적인 동부 출신 여자였다. 처음에는 섣불리 다가갈 수 없을 만큼 냉정하고 무심해 보였지만 막상 친해지고 나자 더없이 따스하고 지적이고 열정적인 여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엘리즈가 살아있을 당시 좀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했다는 회한과 끝내 살려내지 못한 자책감이 동시에 엄습해왔다.(p171)

 

글래디스가 정원 입구에 서 있었다. 가죽 라이더 재킷을 입은 그녀는 현란한 사이키델릭 무늬가 인쇄된 점프 슈트와 현기증이 날 정도로 높은 킬힐을 신고 있었다. 나는 우아한 걸음걸이로 테라코타 블록이 깔린 잔디밭과 다양한 나무들 사이를 누비며 걸어오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는 칼라일 자매의 집을 나서기 전 테라스의 탁자에 호텔주소를 적은 내 명함을 두고 왔다.(p195)

 

회고 형식의 애도문과 함께 플로랑스 갈로가 젊은 시절에 찍은 사진도 게재되어 있었다. 밝게 빛나는 금발에 젊음의 에너지가 넘쳐 보이는 여자가 파격적인 반바지에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가죽 부츠를 신고 오토바이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1960년대에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즐켜 타고 다닌 브리지트 바르도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p245)

 

60대 초반인 앨런 브리지스는 색바랜 진 바지와 흰색 셔츠, 얇은 트위드 재킷과 가죽 스니커 차림이었다. 커다란 체구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의 소유자인 그는 카리스마가 넘쳐 보였고, 성이 같아서인지 배우 제프 브리지스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그의 본명이 앨런 코발코브스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열일곱 살 때 대학신문 기자로 일할 당시 브리지스라는 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p259)

 

수연이 안으로 들어서며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려왔다. 40대로 보이는 그녀는 진 바지에 대학교 문장을 수놓은 노란 빛깔 코르덴 재킷 차림에 아디다스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무엇보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검은 머리카락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편안한 옷차림과는 달리 머리를 돌돌 말아 터키석이 박힌 핀으로 고정시킨 모습을 보니 동양 귀족이 연상되었다.(p283)

 

 

 
반응형

'만물박사 > 내가읽은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완벽한 계획  (0) 2023.08.06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  (0) 2023.07.15
파리의 아파트  (0) 2023.07.01
그렇게 보낼 인생이 아니다  (0) 2023.06.24
보이지 않는 수호자  (0) 2023.06.1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