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의 『잭리처 어페어』는 출판사 오픈하우스에서 2013년 4월 22일 출판한 장편소설이다. 1954년 영국 코벤트리에서 태어난 리차일드는 맨체스터 그라다나 방송국에서 18년간 송출 감독으로 일하다 구조조정으로 해고당한 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 작품인 <추적자>로 대성공을 거두며 영미권 추리소설계의 권위 있는 상인 앤서니 상과 배리상을 동시에 동시에 석권하다. 소설 『잭리처 어페어』<추적자>의 히어로인 잭 리처를 주인공으로 하는 하드보일드 액션 스릴러로 총 8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산산이 부서진 자동차와 길가에 버려진 세 구의 시체,
기차는 이 모든 사건을 뒤로 하고 매일 밤 자정에 지나간다.
미시시피 북동쪽에 위치한 카터크로싱에서 벌어진 세 건의 연쇄 살인 사건.
피해자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모두 여자였고 비슷한 또래였으며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리고 셋 다, 예리한 칼로 목이 베이진 채 처참히 살해당했다.
마을 사람 모두가 켈햄 소속의 군인을 범인으로 의심하는 가운데
군 당국에서는 리처가 아닌 다른 소령을 기지로 보내 사건의 수사를 명하고,
리처에게는 민간인으로 위장하여 마을 상황을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기지 밖에서는 연이어 납득할 수 없는 문제들이 생기고,
리처는 살인 사건을 무마하려는 거대 권력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번호판은 어디 있지?”
“제가 발견한 자리에요.”
“누구한테든 말했나?”
“아니요.”
“알았네.” 가버가 말했다.
“이제 새로운 명령을 내릴 테니 똑똑히 들어.
첫째, 그 지역 경찰들에게 차량번호를 절대로 발설해서는 안 되네.
무슨 일이 있어도 알려줘선 안 돼.
둘째, 충돌 현장으로 돌아가서 즉시 그 번호판을 없애 버려.“
나는 말쑥한 정복 차림이었다. 옷은 다리미질이 필요한 부분마다 날이 섰고 구두는 반짝거렸다. 상의 가슴 쪽은 13년 동안 받았던 수많은 훈장과 표창을 상징하는 리본과 기장들로 덮여 있었다.그날, 큰 키를 꼿꼿이 세우고 절도 있게 걸음을 옮기던 서른여섯 살의 나는 모든 면에서 미 육군 헌병 소령의 표상이었다. 길게 자란 머리카락과 닷새 동안 깍지 못해 텁수룩한 수염만 눈감아 준다면.(p6)
175센티미터 정도의 키, 90킬로그램가량의 몸무게, 넓은 어깨, 튼실한 가슴 근육, 붉은 얼굴, 검은 머리카락, 그의 고향 테네시의 비옥한 토양에 의해 걸러지긴 했어도 아직 스코틀랜드 혈통의 흔적을 역력히 간직하고 있는 40대 중반의 사내. 그의 제복 상의에는 참전을 의미하는 별 모양의 기장이 수두룩했다. 10대의 나이에 입대해서 베트남 전쟁부터 걸프전까지, 전장을 두루 누벼온 야전군 출신이었다.[p17]
펠레그리노는 내 대답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다만 약 1초 동안 내 위아래를 흝어보고 나서 다시 앞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상당히 작은 키에 굉장히 뚱뚱한 사내였다. 프랑스나 이태리 혈통인 것 같았다. 짧게 친 검은 머리와 올리브색 피부, 그리고 코 양쪽으로 푸른 정맥이 우둘투둘 솟아 있었다. 나이는 30∼40대쯤으로 보였다. 만일 음식과 술을 조절하지 않으면 50∼60대를 넘기기 힘들 것 같았다.[p43]
그녀가 나를 보기 전에 내가 먼저 그녀를 보았다. 나는 밝은 길거리를 내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침침한 실내를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걸어왔다. 검은 바지, 검은 가죽 신발, 검은 티셔츠, 낡은 야구 글러브 같은 재질과 색깔의 가죽 재킷 차림이었다. 들고 있는 가방도 재킷과 같은 색깔의 가죽이었다. 마른 몸매에 몸동작이 유연했다. 그리고 강자들이 늘 그렇듯 주변의 세상보다 조금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아 보였다.[p124]
백인이었다. 45세 안팎이었다. 176센티미터에 80킬로그램 정도의 체구였다.쥐색에 가까운 짙은 머리카락, 2∼3일쯤 자란 희끗한 수염, 초록색 남방, 고동색 모직 윈드브레이커 재킷, 청바지, 주름 잡히고 균열이 간 먼지투성이 고동색 작업 부츠.[p145]
운전석의 창문이 내려갔다. 나는 허리를 구부리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운전자는 거구였다. 늘어진 뱃살 때문에 양 무릎이 한창 벌어져 있었다. 검은 모자에 검은 재킷, 그리고 검은 타이, 전형적인 리무진 운전수의 복장이었다. 그의 눈이 젖어 있었다.[p172]
마침내 입을만한 옷이 눈에 띄었다. 흰색 순면 스포츠 셔츠였다. 목둘레 45센티미터에 팔 길이 92.5센티미터였다. 대충 맞는 사이즈였다. 나는 그 셔츠를 집어 들고 카운터로 가서 물었다. “이걸 사무실에서 입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까?”[p219]
제복 차림이 아니었다. 그녀는 사복을 입고 있었다. 은색 실크의 셔츠와 무릎 길이의 검은색 스커트 차림이었다. 거기에 하이힐과 은목걸이, 몸에 꼭 달라붙는 얇고 작은 셔츠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단추가 풀어져 있었다. 셔츠와 스커트가 만나고 있는 그녀의 허리는 두 손으로 쥘 수 있을 만큼 가늘었다. 스타킹을 신지 않은 그녀의 맨다리는 길고 늘씬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샤워 때문에 아직 젖어 있었다. 그 머리가 어깨 위와 등 뒤로 내려뜨려져 있었다. 고무줄로 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입가에서 시작된 웃음이 두 눈에까지 번져 있었다.[p234]
넷 다 장교였다. 중위 둘과 대위 하나, 그리고 살이 뒤룩뒤룩 찐 50대 초반의 중령. 한눈에 보기에도 부관이나 참모 스타일이었다. 걸치고 있는 야전복이 어울리지 않는 정도를 넘어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 마치 가장무도회에 군복을 입고 등장한 민간인 뚱보 아저씨 같았다. 그는 복도에 멈춰 서서 뒷짐을 진 채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가 나를 보았다.[p429]
공수부대원들이었다. 셋 모두 덩치가 만만치 않았다. 물론 모두 신병이 아니었다. 한 명은 상사였고 둘은 상병이었다. 낡은 군복, 그리고 깨끗이 닦긴 했지만 주름진 군화가 그들의 관록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잔뜩 그을린 그들의 얼굴에는 어떤 표정도 드러나 있지 않았다. 직업군인들이었다.[p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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