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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박사/내가읽은책

인투 더 워터

by 유일무이태인 2023.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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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의 인투 더 워터는 출판사 북폴리오 20171117일 초판 인쇄한 장편소설이다.

 

인투 더 워터는 작은 마을에 숨겨진 위선과 성적 욕망, 그리고 씻을 수 없는 과오들이 뒤엉킨 흥미로운 작품이다. 처음 읽어 내려갈 때는 행간의 의미를 쉽게 알지 못하는 다소 어려운 줄거리이나 전체를 한 번 읽고 난 후 두 번째 읽어내려가면 행간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최소한 두 번은 읽어내려갈 것을 권하고 싶다.

 

 

 

잔잔한 수면을 조시하라.

그 밑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으니.”

 

마을을 가로지르는 강에서 한 여자가 사체로 발견된다. 그 얼마 전에는 십대 여자 아이가 똑같은 운명을 맞았다. 두 사람의 죽음은 조용했던 마을을 발칵 뒤집어 놓고, 가면 뒤에 숨어 있던 사람들은 그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리고 서로를 끊임없이 오해했던 어머니와 딸, 자매들의 억눌린 증오와 욕망이 폭발하는 순간, 평온해 보였던 현재는 산산이 조각나고 마는데…….

 

 

 

 

그녀는 올리브색 피부에 까만 눈동자, 까마귀 날개 같은 검푸른 색의 머리칼을 갖고 있었다. 머리를 뒤로 넘겨 묶었지만 관자놀이와 귀 뒤로 곱슬머리가 빠져나와 단정해 보이지는 않았다.(p34)

 

날이 더웠다. 나는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살갗에 강물이 매끄럽고 깨끗하게 닿는 느낌이 어떨지, 따뜻한 진흙이 발가락 사이로 질벅거리는 느낌이 어떨지 정확히 상상할 수 있었고, 물 위에 드러누워 둥둥 떠 있을 때 따뜻한 오렌지색 햇빛이 내 눈꺼풀에 닿는 모습도 생생하게 그려졌다. 나는 티셔츠를 벗었지만, 그렇다고 더 멋져지지는 않았다.(p98)

 

몸통 부분에 가늘고 긴 구멍이 뚫린 검은색 크레이프 원피스를 입은 리나는 아주 우아하고 아름다웠고, 도저히 열다섯 살로는 안 보였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걸었고, 우리 옆으로는 진흙투성이로 흐려진 강물이 느릿느릿 고요하게 뱀처럼 기어가고 있었다. 더운 공기에서 썩는 냄새가 풍겼다.(p152)

 

나는 루이즈가 얘기한 리나, 다친 짐승처럼 울부짖었다는 리나와 저번에 봤던 말 없고 가끔 적의를 내비치던 소녀를 연결시킬 수 없었다. 리나가 친구의 죽음에 그토록 극단적이고 본능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게 이상했다. 어머니가 죽었을 땐 그렇게 감정을 억누르던 아이가, 루이즈의 비통함, 케이티의 죽음이 넬 탓이라는 루이즈의 확신에 영향을 받아, 리나 자신도 그렇게 믿게 되어 버린 걸까?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p227)

 

헬런은 딴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요즈음 그녀의 생각과 행동을 설명할 길이 없다. 이 모든 죄책감, 이 모든 의심이 그녀를 좀먹고 있었다. 그녀를 바꾸고, 뒤틀고 있었다. 예전의 그 여성이 아니었다. 마치 허물을 벗고 주르르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고, 그렇게 드러나 버린 생살이, 그 냄새가 싫었다. 연약한 인간이 된 것 같고, 겁이 났다.(p259)

 

잠시 후 리나가 나타났다. 늘 짓고 있는 오만함과 지루함이 뒤섞인 표정. 언니를 닮은 그 표정은 사라지고 없었다. 리나가 얌전히 루이즈에게 인사했지만, 루이즈가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녀의 시선은 다른 곳, 그녀 앞의 벽, 선반에 매달려 있는 나무 하트로 향해 있었다. 리나는 식탁에 앉아 두 손을 들어 머리칼을 꼬아 뒷덜미에서 매듭을 지었다.(p311)

 

나는 신을 벗고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강둑에 섰다. 한 발 한 발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발이 차가운 진흙에 푹 빠졌을 때 헉하고 숨을 몰아쉬며 눈을 감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계속 걸었고 물이 머리까지 덮어버리고 나자 두려운 와중에도 기분이 좋았다. 정말 그랬다.(p355)

 

나는 별장에서 일찍 나와 강 상류 쪽으로 달렸다. 백퍼드에서 벗어나 머리를 식히고 싶었다. 비에 깨끗하게 씻겨 내린 공기는 상쾌하고 하늘은 완벽한 연푸른색이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의 안개는 더 어두워지고 자욱해졌다. 이곳의 모든 것이 이해가 안 된다.(p462)

 

 

우리는 절벽 꼭대기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여기서 보지 않았어, . 난 여기 없었어. 저 아래 나무숲에 있어서 아무것도 못 봤어. 그녀는 내게 등을 돌린 채 절벽 끝머리에 서 있었다.(p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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