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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일상/추억만들기

아라마루 전망대에서 프로필 사진을 얻다

by 유일무이태인 2023.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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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생각을 못했는데 아라마루 전망대를 갔다 왔다. 우연찮게 일몰 시간을 맞추게 되어 프로필 사진을 얻게 됐다. 갑자기 얼굴 한 번 보자는 번개모임이 발생하여 나갔다가 얻은 인생 샷이었다. 근래 들어 가장 알차고 즐거운 외출이었다.

 

보통 주말은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집에 있는 편이다. 날씨가 많이 풀려 겨우내 가까이 하지 않았던 자전거를 타는 것 이외에는 소파에 누워 TV를 보면서 시간을 죽이는 것을 좋아한다. 딱히 일부러 시간을 내어 여기저기를 구경하러 가는 것을 즐기지는 않는다. 단지 전 여사와 시간이 맞아 어디를 가게 되면 언제든지 운전기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편이다.

 

어제도 다른 일요일과 마찬가지로 소파에 누워 TV나 지켜보려 했다. 오전 1030분 쯤에 나에게 담배와 당구를 가르쳤던 친구가 가좌동에 가서 합창을 배우자는 톡을 띄었다. 가좌동에는 인생 나이 6학년 때 도전해 볼 만한 직업 이발사의 주인공이 하는 이발관이 있었다. 그 친구가 예전에 자녀들 결혼식 때 축가를 불러보자며 우리에게 해바라기의 미발표곡 사랑의 선물을 합창하도록 유도하였으나 유야무야 멈춰져 있는 상태였다.

 

특별한 스케줄이 없었기에 찬성표를 던졌다. 우린 오후 430분에 만나기로 했다. 번개 모임을 주선했던 친구는 겸사겸사 머리도 깎겠다며 오후 330분까지 가겠단다. 내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445분 정도였으며, 그 친구는 이미 머리를 깎고 머리 염색 후 대기하고 있었다. 이발사 친구는 손님 머리를 손보고 있었는데 네팔에서 우리나라에 돈을 벌러 온 친구였다. 머리를 깎으면서 안녕하세요라는 네팔의 말을 물어보는 폼이 완전히 프로 이발사였다. 이렇게 살갑게 대하면 단골손님이 된단다. 여유가 넘쳐흘렀다.

 

이발사 친구는 삶의 여유를 갖기 위해 일요일과 월요일은 오후 5시에 업무를 종료하고 있었다. 어제도 내가 도착하기 전에 2명의 손님을 정중히 돌려보낸다고 한다. 일요일은 오후 시간이라도 일요일의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 오후 5시에 업무를 종료하고 있으며, 월요일에는 기타 동호회 활동 때문에 오후 5시에 업무를 종료하고 있는 것이다. 평일도 오전 10시에 오픈하며, 저녁 7시에 종료하고 있다. 손님들도 이제 그 시간들을 이해해 준다고 한다.

 

네팔 손님이 가고 이발관 정리정돈이 끝난 후 친구들이 진짜 합창을 연습하자고 하는 것을 내가 막았다. 자녀들 결혼식 때 아빠와 아빠 친구들이 축가를 불러준다면 정말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틀림없으나, 인생 나이 6학년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축가를 부른다는 것이 웬지 쑥스러워 난 못하겠다고 말했다. 내가 계속 어려움을 표하자 합창 연습은 다음에 다시 생각해 보는 것으로 결론 냈다.

 

이발사 친구가 일단 모였으니 가게에서 치킨에 소맥 한 잔 하고, 아라뱃길 드라이브를 하잔다. 인천에 살면서 아라뱃길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기에 팔랑귀가 솔깃했다. 난 저녁식사 후 당구나 한 게임 치려고 했었는데 그것보다는 유익할 것이라 생각했다. 간단히 소맥에 치킨을 소화한 후 우리는 가게를 나왔다. 우리는 모이면 4명인데 어제는 번개모임이다 보니 3명만 모였다. 1명은 교회 장로의 신분으로 일요일에는 시간 내기가 어려웠던 것 같았다.

 

당초에는 아라뱃길을 따라 김포까지 쭉 가기로 하였으나 내가 초행길이라고 하니 아라마루 전망대를 통과할 즈음에 들렀다 가는 게 좋다며 전망대로 들어가는 거였다. 주차장에 차를 파킹하고 아라마루 전망대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645분쯤이었다. 우연찮게 일몰시간하고 딱 맞아 떨어진 것이었다. 우린 마침 그곳에 있던 꼬마친구에게 단체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고, 개인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사진들이 너무 멋있는 것이었다. 인생 샷이었다.

 

인생 샷만 찍고 가기 아쉬워 휴게실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 잔을 나누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카페를 나와 집으로 가려고 했으나 번개 모임을 주관했던 친구가 저녁으로 칼국수나 먹으러 가자고 해서 정보의 보고인 인터넷에서 인근 칼국수전문점을 찾다가 이발사 친구가 부평에 있는 대왕김밥을 한번 먹어보자고 제안하여 그리로 가기로 했다. 저녁 85분에 도착하였는데 8시 이전에 들어와야만 주문이 가능하다고 해서 주문도 못해보고 나와야 했다. 아쉬웠다. 마침 대왕김밥 맞은편에 칼국수 집이 있어 그리로 들어가 바지락칼국수와 왕만두를 먹었다.

 

항시 만나면 찾아가는 당구장을 가지 못한 아쉬움이 조금 들기도 했지만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무언가가 진하게 남는 알찬 번개 모임이었다. 우리는 벚꽃 시즌이 다가온 만큼 가까운 시일 안에 한 번 더 번개모임을 가지기로 했다. 그때는 어제 참석 못한 친구도 참석하길 기대해 본다. 처음엔 인천대공원 벚꽃이 볼만하다고 하여 인천대공원으로 결정할까 하였는데 그곳은 너무 넓어 보려면 시간도 많이 소요되니 자유공원으로 장소를 변경하기로 의기투합했다. 다음 번개모임도 은근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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