史오정은 10년을 넘게 생사고락을 함께한 승용차가 고속도로에 접어들어 제자리를 잡자마자 습관적으로 라디오 볼륨을 껐다. 고속도로에는 어둠을 헤치고 목적지를 향해 황급히 달려가는 자동차들로 가득했다. 이른 시간이지만 아침을 열고자 하느 그들의 질주는 항시 힘이 넘쳐 있었다. 그 대열에 함께 하는 것만으로 자부심을 느끼면서 평소처럼 자기서약을 읊조렸다.
“지난날의
전철을 밟고 싶지 않습니다.
새롭게 태어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겠습니다.
가슴 깊이 새겨두고
몸으로 행동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
부끄럽지 않은 남편이 되고 싶습니다.
인정받는 직장인이 되고 싶습니다.
누구 앞에서든
비굴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습니다.
항시 떳떳하고 당당하며 부끄럼 없는 된사람이 되겠습니다.
이제 그 누구에게도 버림받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인생의
승리자가 되겠습니다.
그 길이 험난하더라도 이겨내겠습니다.
주어진 삶을
헤쳐 나감에 있어
충심과 열정과 신의를 다 바치겠습니다.
지구산업에 입사하기 전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1년이라는 기간을 백수로 지냈던 그는 재취업을 기적이라 생각했다. 쉬는 동안에 정말 두 번 다시 직장생활의 기회를 잡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한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부여됐다. 쓰디쓴 인생으로 점철될 위기에서 새로운 기회를 마련해 준 지구산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인생의 쓴맛을 안겨준 회사는 별똥시에 있는 석기산업이다. 동종업계에서는 잘나가는 회사였는데 창업주의 노력과 후광으로 이룬 영광이 2세 경영자들의 잘못으로 서서히 퇴색되고 있었다. 인재를 발굴하고 키워내서 회사 발전에 적극 활용하기보다는 회사에서 필요한 인재로 성장하지 못한 것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기업문화를 지니고 있었다. 회사에서 필요한 사람으로 인식되던 인재들이 보따리를 싸고 떠나는 경우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었으며, 그도 그 대열에 끼게 되었다.
그가 석기산업을 떠났을 때의 나이는 마흔 넷이었고, 가을이 막 지나가던 시점이었다. 아들이 중학교 2학년, 딸이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그때의 난감함을 생각하면 아직도 온몸이 쪼그라든다. 그 당시 아이들이 혹여 기가 죽을까봐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아침 출근 시간에 시립도서관을 찾아가 때늦은 공인중개사 고시공부를 했다. 피 말리는 시간들이 하염없이 흘러가고 앞날이 깜깜했던 어느 날 기적처럼 지구산업에서 연락이 왔다. 자신의 능력을 다시 한 번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그는 지구산업에 출근하면서 석기산업에서 자신이 잘못한 점이 무엇이었나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업무능력이나 인간관계, 회사에 대한 애사심 등에 대해서는 다른 구성원들보다 뛰어났다고 자부하던 그였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퇴출이라는 철퇴를 맞았기에 똑같은 전철을 밟고 싶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부족한 2%를 채우자는 생각과 자신의 인생에 새롭게 다가선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자기서약을 만들어냈다.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기에 한 순간도 잊지 말자는 생각으로 날마다 자기서약을 읊조린다. 목적을 가지고 읊조리는 자기서약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큰 힘이 되고 있다. 직장생활이라는 것이 매일매일 햇볕이 내려 쪼이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은 비가 내리고, 어떤 날은 바람이 불고, 어떤 날은 눈이 내리기도 한다. 때론 어려운 상황에 부딪치어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자기서약은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용기를 북돋아 주는 힘을 지니고 있다. 자기서약을 인생의 승리자가 되는 디딤돌로 삼겠다는 생각으로 충심과 열정을 가지고 날마다 읊조리는 史오정이다.
'직장생활만만세 > 정상을 정복하는 필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 (0) | 2023.05.04 |
---|---|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하기 (1) | 2023.04.25 |
꿈의 목록 기록하기 (0) | 2023.04.17 |
멘토(Mentor) (0) | 2023.04.05 |
살면서 지켜야 할 십계명 (0) | 2023.03.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