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여름. 월드컵축구대회 열기로 대한민국이 들썩거렸다. 거리마다 가정마다 방방곡곡에서 “대∼한민국”의 메아리가 울려 퍼졌다. 누가 시켜서 마지못해 외치는 함성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함성이었다. 세계의 언론들이 질시와 경탄을 함께 보냈다. 사실 세계보다 우리 국민들이 더 놀랐다. 5천만 국민이 하나가 되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염원을 보낸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던 일이었다. 그러나 그 일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아주 생생하게…
월드컵축구대회는 1930년 우루과이 월드컵이 시발점이었으며 우리나라가 첫발을 내딛은 것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때였다. 그 당시 첫 경기인 헝가리 전에서 우리나라는 한 골도 넣지 못하고 9골을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이때 2패로 예선 탈락한 우리나라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까지 32년 동안 축구 후진국으로 분류되며 본선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멕시코 월드컵부터 1998년 프랑스 월드컵까지 4회 연속 본선 무대를 밟았지만 4무 8패를 기록하며 첫 승에 목말라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월드컵 본선 첫 승을 위해 외국인 감독을 영입했다. 네덜란드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오랜 관행으로 굳어져 있던 혈연, 지연, 학연의 선수 선발 제도를 과감히 타파했다. 선수 개개인의 이름값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실력만을 보고 평가했다. 쉴 새 없는 압박축구를 소화할 수 있는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지닌 선수들을 선호했다. 우리나라보다 강했던 유럽 팀들과의 경기를 통해 유럽축구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는 기회를 만들었다. 히딩크의 리더십은 한동안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2002년 월드컵이 홈에서 개최되는 이점을 살려 16강은 기본적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제기되고 있었으나 일각에서는 첫 승도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축구 선진국인 유럽과 남미의 벽이 워낙 높았기에 나타난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해 여름 우린 기적을 직접 눈으로 몸으로 체험했다. 태극전사들은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첫 승의 벽을 넘고 그 기세를 몰아 16강과 8강 그리고 4강 진출이라는 기적을 이루어냈다. 우린 아직도 그 감동을 잊지 못한다.
세계의 일부 언론들은 대한민국의 4강 진출은 홈 텃세와 운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축구 후진국이라고 여겼던 대한민국의 4강 진출에 대해 인정하기 싫었던 것이다. 사실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한 텃세는 없었다. 그들은 운도 노력할 때에 따라온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4강 진출은 기적임에 틀림없으나 5천만 국민이 붉은 악마가 되어 하나의 염원을 보낸 것을 감안할 때 딱히 불가능했던 일로 치부하는 것은 어폐가 있었다. 4강 진출은 5천만 국민이 염원아였기에 이루어진 꿈이었다.
‘노력할 때 운도 따라오고,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체험했다. 과학적인 훈련과 독특한 리더십을 통해 선수들에게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을 심어주었던히딩크 감독. ‘공포의 삑삑이’라는 25m 셔틀런 프로그램 등을 불평 한 마디 없이 소화해냈던 태극전사들. 12번째의 선수가 되어 태극전사들의 투지에 꺼지지 않는 불을 지폈던 5천만 국민들. 감독과 선수 그리고 국민들이 삼위일체가 되어 불가능하게 보였던 꿈을 현실로 바꾼 2002년 월드컵 현장이었다.
2002년 월드컵은 열정과 환희와 감동이 어우러진 한마당 축제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 열기를 그대로 이어가서 사회 전반적인 분야로 승화시켜야 했으나 그러하지 못한 것이다. 모래알 같았던 국민의식을 하나로 응집시켰던 “대∼한민국”의 함성은 축제가 끝난 뒤 점점 사그라졌다. 스포츠를 통해 확인된 무한한 잠재력을 경제와 정치 분야에서 흡수하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절망하지 않는다. 그때의 강력한 힘은 조건만 주어진다면 언제라도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진리는 포기하느냐 포기하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 중간에 포기한다면 어떠한 꿈도 이룰 수 없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이상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우공이산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쉬지 않고 꾸준하게 한 가지 일만 열심히 하면 마침내 큰일을 이룰 수 있음을 비유한 말이다. 산을 옮길 수 있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할 때 산도 옮겨진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지나 노력이라는 도구와 목표를 구체화시키는 땀방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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