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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박사/내가읽은책

일곱 번째 배심원

by 유일무이태인 2024.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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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기가 쓴 일곱 번째 배심원은 출판사 연담에서 2019722일 출판한 장편소설이다. 윤홍기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에서 시나리오를 전공했다. 그의 첫 장편소설일곱 번째 배심원CJ ENM과 카카오페이지가 주최하는 2회 추미스(추리,미스터리,스릴러) 소설 공모전에서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3부로 이루어져 있다.

 

 

 

발생(사건이 발생하다) 9

회부(재판에 회부하다) 17

속행(공판이 속행되다) 139

재개(공판이 재개되다) 199

제기(항소를 제기하다) 323

종결(사건이 종결되다) 443

 

 

 

저는 변호사가 아닌 배심원입니다.

제가 무슨 수로 재판에 관여할 수 있겠습니까?“

 

 

국민참여재판 전담 검사를 맡고 있는 대한민국 검사 윤진하.

출세욕에 가득찬 그에게 화산역 인근에서 발생한 여고생 살인사건이

배당된다.

피고인은 노숙자 강윤호.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순순히 인정했고,

변호를 맡은 국선변호인 역시 변호사가 된 지 얼마 안된

초짜 변호사라 간단히 끝날 사건이라는 계산이 섰다.

 

그런데 배심원 후보 명단이 공개되며 사건은 복잡해진다.

마지막으로 재판에 합류하게 된 62, 무직의 일곱 번째 배심원.

그가 재판에 참여하면서 특별할 것 없었던 노숙자 살인사건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는데

 

 

 

윤진화가 계장이라 부르는 이 여성의 이름은 이향숙. 화산지검 공판부에서만 20년 넘게 근무한 베터랑 입회 공무원으로 국민참여재판이 처음 생긴 2008년부터 지금까지 국민참여재판 담당 검사 전속으로 일해오고 있었다. 정이 많고 오지랖이 넓어 필요 이상으로 피해자에게 감정이입을 하거나 피고인의 딱한 사연에 꽂혀 이성적 판단을 못하는 경우가 간혹 있긴 했지만, 그것 말고는 다른 단점을 찾기 힘들 정도로 윤진하는 그녀를 높이 평가했다.[p35]

 

김수민이 멋쩍은 듯 헤헤 하며 웃었다. 순간 크고 둥근 눈이 반달 모양으로 휘면서 뺨 위로 살짝 보조개가 팼다. 윤진하는 뭐라 대꾸를 해야 좋을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러나 김수민은 대꾸를 바라지 않는다는 듯 계속 말을 이었다.[p57]

 

후보자들이 장석주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후보자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장석주는 예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묵례했다. 그러자 부드럽고 선한 눈매와 학처럼 긴 목이 더욱 돋보였다. 그 모습은 여전히 대통령처럼 보일 만큼 자연스러웠다. 윤진하는 그런 장석주가 솔직히 신경 쓰였지만 확률을 믿기로 했다.[p59]

 

거울 너머에는 검사복을 차려입은 자신만만한 표정의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흠잡을 데 없이 잘생긴 이마와 길게 뻗은 콧날, 꾹 다문 입술로 인해 그 표정은 한층 진지하고 엄숙해 보였다. 이윽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누가 본다면 나르시시스트라 놀리겠지만 윤진하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진심으로 사랑했다.[p82]

 

김수민이 일어나 배심원들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겉모습으로 누군가를 판단하는 건 위험한 일이었지만, 나름 정장을 차려입었음에도 화장기가 거의 없는 얼굴과 단발머리 때문인지 김수민은 프로페셔널한 변호사가 아니라, 여러 번 실패를 맛본 취준생처럼 보였다.[p84]

 

김수민은 단정하게 주름이 잡힌 정장 바지를 내려다보며 의아한 듯 물었다. 몇 년 전 나름 큰 마음 먹고 아울렛 매장까지 가서 무려 10만원이나 주고 산 정장이었다. 비록 이월상품이긴 했지만.[p194]

 

김수민은 계속 놀라고 있었다. 민철기 교수가 저렇게 현실적이면서도 세세한 충고를 하다니, 흔하디흔한 뿔테안경에 촌스러운 이 대 팔 가르마, 발치에 놓인 양 모서리가 다 헤져 너덜너덜해진 가죽가방, 그리고 로스쿨 입학 때부터 지겹도록 봤던 구닥다리 회색 양복, 볼품 없고 낡은 차림으로 김수민 앞에 앉아 있는 민철기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p195]

 

이때 김수민이 옆에 앉은 강윤호 쪽으로 몸을 돌려 옷매무새를 고쳐주었다. 그러고 보니 달라진 건 김수민뿐만이 아니었다. 우중충한 갈색 티셔츠와 낡고 해진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이었던 지난 번과 달리 강윤호는 잘 다려진 회색 옥스퍼드 셔츠에 베이지색 면바지, 그리고 갈색 단화를 신고 있었다. 구부정했던 허리 또하 꼿꼿이 세운 채였고, 의식적으로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으려고 노력하는 게 느껴졌다.[p208]

 

무릎 위로 올라오는 세련된 정장 치마에 제법 굽이 높은 구두까지, 앉아 있을 때는 드러나지 않았던 변화들이 확연히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선명해진 화장 덕분인지 표정 또한 지난번보다 훨씬 당당해 보였다. 그렇게 김수민은 이제 제법 프로 변호사처럼 보였다. 윤진하는 이 또한 정체를 알 길 없는 조력자의 도움 덕분임을 직감했다.[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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